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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경복궁의 역사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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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거리 걸어 광화문을 지나 아미산, 경회루를 거쳐 영추문까지…
글 / 김아현 편집위원

추위가 시작되는 11월의 어느 날, 우리와 언제나 함께여서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은 경복궁으로 투어를 갔다. 연일 차량과 사람으로 붐비는 ‘세종로’. 연신 브이를 하며 사진 촬영을 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 앞, 한여름엔 시원한 분수가 더위를 식혀주는 그 공간이 1979년 ‘서울의 봄’ 그 때보다도 더 과거로 돌아가 ‘육조거리’로 변신하면 우리는 경복궁이 만들어진 1395년 태조의 조선으로 돌아가게 된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의 법궁(法宮:임금이 거처하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첫번째 궁궐이자 공식 집무실 겸 공식 관저)을 건축하고, 그가 가장 믿었던 정도전*에게 궁궐의 이름을 짓는 임무를 맡겼다. 정도전은 왕의 명을 받아 시경(詩經)의 주아(周雅)에 있는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는 영원토록 그대의 크나큰 복을 모시리라’라는 시를 읊은 뒤 경복궁(景福宮)이라고 지었다고 한다(본 기행문은 2023년 11월 11일 경복궁 투어 후 ‘송용진, 궁궐1 왕실의 역사를 거닐다, 도서출판 지식프레임, 2021’,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 그리고 이런 궁궐은 백성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 문신 겸 학자.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하였으며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40340&cid=40942&categoryId=33382 2023년 12월 19일 최종검색

 


우리는 경복궁 관람을 위해 매표소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매표소는 광화문과 흥례문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광화문을 지날 수 밖에 없는데 광화문은 오랫동안 공사 중이어서 가려져 있다가 마침 이번에 기나긴 과정을 마치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남문으로서 정문에 해당한다. 3개의 아치문이 있고, 특별히 웅장한 누각으로 만들어져 있다.

 

광화문은 일제시대 때 조선총독부 건물을 가린다는 이유로 궁의 동쪽으로 옮겨졌다가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누각이 파괴된다. 1960년대엔 콘크리트 광화문이었다가 2009년부터 문화재청의 고증을 통해 전통 방식으로 중건이 되고 2023년 월대를 복원하여, 우리는 원래의 광화문을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광화문을 통과하면 내부에 넓은 뜰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흥례문까지는 양쪽으로 긴 회랑이 설치되어 있다. 흥례문(興禮門)은 왕이 먼저 예를 갖추는 문이라는 뜻으로서, 맹자가 말하기를 왕이 먼저 예를 갖추면 백성들의 곳간이 채워진다고 했다는 것으로 정도전이 그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흥례문을 지나 근정전으로 향하는 길에는 금천이 흐른다. 이 금천을 건너는 다리가 영제교(永濟橋)다. 금천(禁川)은 왕과 신하의 공간을 분리한다는 의미로, 현재는 물이 흐르지 않지만 과거에는 북악산의 물이 이 금천을 지나 청계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 금천의 주변에는 4마리의 천록이 있으며 모두 금천을 노려보고있는데 흉이나 사악한 것을 제거하고 보화를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

 

 

영제교를 건너 근정문을 지나면 공식행사를 치렀던 근정전이 보인다. 그 앞의 널찍한 공간을 ‘조정(朝廷)’이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조(朝)는 ‘신하가 임금을 뵙다’라는 뜻, 정(廷)은 ‘마당’이라는 뜻이 있어 조정은 ‘신하들이 임금을 만나는 앞마당’을 뜻한다. 우리는 사극에서 종종 ‘조정대신’이라는 말을 듣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조정의 바닥은 표면이 울퉁불퉁한 대리석이 깔려 있어서 발이 걸려 넘어질 것도 같지만 이것은 장시간 행사를 치러야 하는 신하들 입장에서 햇볕에 반사되는 빛으로부터 눈이 부시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조정은 중간에 임금이 이용하는 어도(御道)가 있고, 어도의 양쪽으로 벼슬의 품계를 표시한 돌인 품계석(品階石)이 있다. 이 품계는 근정전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동쪽은 문인인 문반, 서쪽은 무인인 무반이 위치하고 있고, 총 18등급의 품계 중 12품계석까지만 설치되어 있다. 게다가 행사 때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천막의 고리인 차일이 있는 자리는 정2품까지만 있다고 하니…출세하고 볼 일이다. 조정 마당은 왕이나 대신 외에는 밟을 수가 없고, 밟은 자는 곤장 80대의 벌이 내려졌다고 하는데…그렇다면 그 외 사람들은 어디로 이동할까? 정답은 조정의 바깥쪽 부분이 두 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회랑으로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이 회랑은 원래는 관청이나 창고가 있는 행각의 형태였으나 일제 강점기에 안쪽 행각의 벽체를 헐고 야외전시장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지금과 같이 기둥만 남았다.

 

 

왕의 길, 어도를 지나 정전인 근정전으로 다가가 보자. 근정전(勤政殿)은 국가의식을 거행하고 외국사신을 맞이하는 장소였다. 이것은 두 층의 월대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장엄해 보인다. 그리고 밖에서 보면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가 단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층고가 굉장히 높다. 근정전의 기둥은 한그루에 높이가 11미터 정도인 적송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근정전 중앙에는 어좌(御座)가 있고, 어좌 뒤엔 일월오봉도, 천장에는 황룡 조각이 있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는 해와 달, 5개의 산봉우리를 그린 그림인데 왕의 위엄과 존위를 나타내며, 이 왕조가 오래 지속될 것을 의미한다. 이 그림을 근정전의 측면으로 열린 문으로 다가가서 자세히 보면 중간 부분에서 연속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왕이 드나드는 문으로써 여닫이의 이음새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개를 들어 근정전의 천장을 살펴봤다. 그냥 흔한 황룡 두 마리인가 싶지만 여기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황룡의 발톱을 세어 보면 하나, 둘, 셋...일곱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원작자만 알 것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을 간직하고 있는 근정전을 지나 사정문을 통과하면 사정전(思政殿)이있다. 사정전은 왕이 평상시에 거처하며 정사를 보는 곳이라고 한다. 사정의 한자 풀이를 하면 ‘정치를 생각한다’라는 의미로 작명한 정도전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사정전의 내부에는 어좌와 근정전의 일월오봉도의 축소판이 있고, 정면에는 용 두 마리와 구름이 그려진 그림이 있다. 이 때 용은 왕을, 구름은 신하를 의미하고, 용과 신하가 어우려져 단비를 내리라는 것으로, 사정전에서 왕과 신하들이 조화롭게 나라의 정사를 돌보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왕과 신하가 정사를 돌보면서 항시 머무는 근정전과 사정전에는 온돌이 없어 난방을 할 수가 없다. 천추전(千秋殿)은 추운 겨울에 이용할 수 있도록 난방시설을 갖춘 사정전의 부속전각이며 왕의 자리는 주로 동쪽이다.

 

 

왕의 집무실인 사정전의 바로 뒤쪽에는 왕의 침소인 강녕전(康寧殿)이 있다. 강녕전은 가운데에 큰 마루와 양쪽에 온돌방이 있고 용마루가 없는 지붕을 가지고 있다. 이 강녕전에서 수정전(修政殿)이 잘 보인다. 이 수정전이
그 유명한 세종이 한글 창제를 이루어냈다는 집현전(集賢殿)이다.

 


강녕전을 돌아 뒤편에는 왕비가 사는 중궁전(中宮殿)인 교태전(交泰殿)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교태를 부리다’의 그 교태가 아니고 주역의 풀이로 사귈 교(交)와 클 태(泰)로, 여기서 태는 ‘하늘과 땅’을 의미한다. 즉 하늘과 땅이 교차하여 편안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공인으로서 중전마마의 역할을 알 수 있다. 교태전은 강녕전과 마찬가지로 지붕에 용마루가 없다. 하지만 행각들로 방들이 연결되어 있고, 아담한 정원인 아미산까지 있어 독립된 공간의 느낌이 있다. 교태전 옆의 작은 문을 나서면 경복궁의 대비전인 자경전(慈慶殿)이 나온다. 그리고 자경전의 남쪽에는 뜨거운 음식을 만드는 소주방(燒廚房)과 차가운 음식을 만드는 생과방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잔디밭이었던 이 소주방이 복원된 곳과 현재는 공중 화장실이 위치한 자미당 터를 지나 작은 문으로 들어서면 교태전의 뒷 정원인 아미산(峨嵋山)이 나온다. 아미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화담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으로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미산은 경회루 연못을 만들 때 나온 흙을 쌓아 만든 인공 동산이라는데, 이곳의 굴뚝은 교태전 난방용으로 나무가 우거지는 여름에는 녹색과 테라코타 색이 어울린다 한다. 이 테라코타 굴뚝은 6각형으로 만들어졌는데 물을 기원함으로써 화재를 막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아담한 아미산을 지나 현존 가장 큰 규모의 누각인 경회루로 가 보았다. 경회(慶會)는 ‘군신간에서로 덕으로 만나는 것’을 의미하며, 외국의 사신을 맞이하는 용도로 건축하였다고는 하지만 왕이 신하들을 위해 연회를 베풀던 곳으로 1412년 태종 때 만들어졌다. 또한 경회루는 연회 뿐만 아니라 정사를 논하는 편전, 과거시험장, 제사 장소로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연못에 둘러싸여 있는 경회루는 한때 만원권 지폐의 모델이었을 만큼 아름다운데, 오늘 역시 한복을 곱게 입은 관광객들로 붐벼서 사진 촬영을 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참고로 1997년에 경회루 연못의 쌓인 흙을 준설하는 작업 중에 청동 용 두 마리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고종 연간 중건을 할 때 화재 예방을 위해 청동 용을 넣었다는 기록(1866년 경회루전도)을 미뤄보아 해당 용일 것으로 생각되고 현재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보니 벌써 두 시간이 흘러, 해도 많이 기울고 폐장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히 과거에도 들었고,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는데도 또 들으니 재미있고, 돌아보지 못한 나머지 장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다음에는 버들이 우거지는 경회루의 야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600년전에도 문무백관이 드나들던 그 영추문(迎秋門)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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