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도입이 의료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 치과계의 안일한 대응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과 일부 수술영역으로 시작되고 있지만 그 여파는 치과, 한의과를 막론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치과계에도 ‘포괄’이라는 개념이 일부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보다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7일 개최된 서울시 치과주치의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치과계 인사는 “최근 의료계에서는 포괄수가제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치과계 여건이 더 안 좋은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치과의사들이 주치의제에 대한 이해가 더 높기 때문인지 치과계는 수용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주치의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의 표현이긴 하지만, 치과계가 포괄수가제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부분이다.
의사들이 포괄수가제를 반대한 것은 “국민의료비 절감을 이유로 질 낮은 의료를 강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의 진료가 끝날 때까지 진료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금액의 진료비를 책정해두는 체계가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 적합한지도 곱씹어볼 만한 문제다.
실제로 치과계에서도 새롭게 보험 적용이 되는 노인틀니에는 ‘단계적 포괄수가’라는 표현이 도입됐고, 서울시가 추진하는 초등학생 및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에 대한 예방치료에는 ‘아동주치의’라는 이름이 붙었다. 틀니의 특성상 행위별 수가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 그리고 예방항목에 국한되고 복지차원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치의제’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현재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는 서울시 주치의제에 대해 정해진 수가에서 치과계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현재 보험체계에서 치과의 원가보존률은 61% 수준에 머물러있다. 달리 말하면 보험 진료를 할 때마다 40% 정도는 손해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이런 기준에서 포괄수가제가 확대 도입된다는 것은 치과계에도 민감한 부분으로 대두될 수 있다.
경기도의 한 개원의는 “포괄수가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섣불리 도입될 경우 의료제도의 틀 속에 갇혀 의사의 소신보다는 평균적인 진료만 생산해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