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를 상대로 한 형사사건의 고소인이 제기한 소에 패소한 경우, 협회 측의 법무비용을 고소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여 비방과 음해를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고소, 고발을 막고자 합니다.’
지난 4월 치협 총회에서 상정되고 통과된 제39호 안건에 관한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실정법에 대한 상식을 고려하지 않은, 단지 법률적 ‘무지’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치협을 위하는 답답한 마음이 고려된, 그야말로 상징적이고도 ‘정서법의 발로’라고 여겨진다.
안건의 요지처럼 비방과 음해를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고소, 고발의 경우에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제39호 안건 상정의 진정한 취지일 것이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무비용을 고소인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법적 구속력은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다만 비방과 음해라는 판단의 근거는 차치하고라도, 사건의 본질이 제대로 알려진다면, 회원 정서법상 더욱 무서운 여론의 비난이 쏟아질 수는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 앞에 주어진 일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총회 당일 ‘감사개별보고서’ 채택에 관한 논의과정에서 발언된 내용을 빌리자면, 과거에 특정 임원들이 2억여원의 공금을 3년에 걸쳐서 지출하였는데, 단순 계산으로 한 달에 550만원 가량의 공금을 교통비, 골프비, 현금인출, 유흥주점 등의 세부내역으로 형사고발 당하였으며, 결과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2월 치협이사회 의결로 그동안의 방어법무비용 4,950만원이 회비로 다시 지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여러 자료와 정황상 상기 소송사건의 과정에서 협회 회무자료를 열람하고, 위에 언급된 내용을 형사고발한 회원들을 무조건 ‘비방과 음해를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고소 고발’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회원의 알권리, 투명한 회계, 직선제 선거 때마다 외쳐지는 ‘회원을 위한 회무’와 동일한 시대적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권익단체’라는 미명하에 오래전의 관행처럼 그렇게 덮을 수 있었던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과 어울린다는 말인가? 증거불충분으로 처분된 그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재차 방어법무비용으로 4,950만원의 공금을 지출하는 행위는 구태의 답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집행부를 중심으로 치협의 하나 되는 목표가 중요하다.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 해결이 더욱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정한 내용을 그저 덮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재 시점의 시대정신에도 결코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이던 산업화 시대에 무수한 인권이 탄압되고 부정부패마저 눈감아주던 그때 그 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치협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 시절처럼 하나의 목표를 위하여 다른 모든 것들이 희생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구태의 관행에 의한 사건의 본질이 비록 증거불충분의 처분을 받았다고 하여 거액의 ‘방어법무비용’마저 회비인 공금으로 지출하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배운 것들을 기반으로 판단했을 때, 무엇이 옳은지를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울러, 비록 법리적 모순이 존재할지라도 제39호 안건의 회원정서적 취지를 고려한다면, 전임 임원들을 업무상횡령으로 고발했던 회원들의 ‘고발법무비용’이 이미 회비로 지출된 ‘방어법무비용’보다는 회원들의 피같은 회비의 용처로는 더욱 ‘의로운 처사’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법률적 판단은 법률가들이 하는 것이고, 비법률적 판단은 대중들인 다수 회원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