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참석한 SIDEX에서 몇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재킷을 벗어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가까운 부스에서 쇼핑백을 하나 요청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데스크 요원은 쿠폰에 도장을 받아온 사람들에 한해서 상품과 백을 같이 주기 때문에 쇼핑백만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나름 타당성이 있었다. 결
국 도장을 받아보려고 이동 중에 동반하신 선생님이 한 부스에서 조그만 생수 2개를 보고 직원에게 1개를 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 직원은 그것은 자신의 것으로 가져온 것이며, 바로 앞 부스를 가리키며 그곳에 생수 냉장고가 설치되어 있고 거기서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타당성이 있는 말이었다. 가르쳐준 부스로 이동해 보니, 위에서 유리문을 여는 아이스크림 냉장고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한쪽은 아이스크림이, 다른 칸에는 생수가 있었다. 마침 직원들이 생수를 채워 넣는 중이었다. 생수는 작업 중이라 일단 아이스크림을 꺼내려 유리문을 열려고 하자 직원이 막았다. 자신이 생수를 넣고있는 중이니 기다리라는 것이다. 순간 조금 의아했다. 아이스크림 냉장고와 생수 냉장고가 다르고 유리문도 다른데 굳이 생수를 넣는 동안 아이스크림을 꺼내는 것을 막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나 직원의 다음 행동으로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생수를 쉽고 빠르게 채우기 위해 비닐 포장된 생수 꾸러미를 아이스크림 냉장고 위에 올려놓고 거기서 포장을 제거하고 바로 옆에 생수 냉장고에 넣기가 편해서였다. 결국 자신이 생수를 다 채워 넣고는 아이스크림을 꺼낼 수 있게 허락했다. 이 또한 직원 방침이니 토를 달 여지가 없다. 미국에서 화장실 청소라는 팻말이 밖에 놓이면 화장실 사용을 할 수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필자는 결코 이들을 비난하기 위해 이 3가지 해프닝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고 다름을 보았다는 의미다. 이 사건을 통하여 세상 변화를 감지했고 변했음을 체험했다. 이 3곳 부스는 국내 최고 회사 부스였다. 그들이 이번 전시회 담당 용역 직원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직원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필자와 같은 시대를 경험하고 인간적 교류를 지내 온 다른 회사 직원들이나 사장님들과 분명 다른 분위기여서 많이 생소했던 것이다.
말로만 듣던 MZ세대를 경험했다. 업무보다 감정선을 읽지 못하면 잠정적 고객을 놓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오래된 충성 고객들을 잃어버리는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담당하는 이들이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을 위한 사고로 확장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문제라 볼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이 회사를 대신한다는 생각보다는 주어진 일만 완성하면 된다는 단순히 확장성 없는 사고에서 나타난 행동이다. 지극히 미국적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미국적 사고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서민 미국적 사고방식을 처음 만든 엘리트들이 목표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층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리천장을 넘어오지 못하게 사회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중 하나가 사고의 확장은 지배특권층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영원히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과 서민들의 고급교육을 막고, 사고의 확장성을 차단하여 높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았다. 고등학교를 High school이라 명칭한 것도 더이상 공부하지 말라는 의미다. 배우는 것은 끝이니 철학하는 사람들만 다닌다고 속이기 위해서 University란 용어를 사용하고 고급지식을 독점했다. 아주 비싼 등록금으로 근접하지 못하게 2차 차단을 하였고, 학자금 대출로 오랫동안 발목을 묶으며 3차 차단하였다. 우민화 정책 산물인 서민 미국식 사고로 인해 타인을 생각하지 못하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전체를 보지 못하면 지도자층으로 진입하지 못한다.
개인 자유주의로 포장된 우민 미국적 사고방식이 이제 우리나라 젊은 층에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타인에 대한 사고의 확장성을 잃으면 개인적 발전도 멈춘다. 도토리 키재기의 도토리일 뿐이다. 타인으로 사고를 확장하여야 토양이 생기고 참나무로 자랄 수 있다. 확장성을 되찾아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