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2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신생아대출과 황구첨정(黃口簽丁)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70)

한 국가의 시스템에 아기가 등장하면 문제가 생겼음을 암시한다. 아기는 국가 시스템에 흡수되어 크는 것이지 아기를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것은 그 사회가 이미 병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정부는 출산율 저하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금리로 신생아대출을 증가시킨다고 발표했다. 얼핏 들으면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아기를 낳는 부부에게 대출을 해주니 빚을 내라고 장려하는 것이다.

 

신생아대출을 들으며 ‘황구첨정(黃口簽丁)’이 생각났다. 조선시대 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전란을 겪으며 인구가 감소하고 농토가 황폐해지며 국가 재정이 극감했다. 그러나 줄어든 재정에 맞춰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에 맞춰 징세를 하다 보니 온갖 폐단이 발생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징수 시스템은 삼정으로 토지세와 병역세와 환곡이었다. 세금은 양반과 노비를 제외한 양인들만 부과했고, 병역세인 군포는 병역을 대신해 옷감으로 냈다. 환곡은 봄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관청에서 빌리고 가을에 이자와 함께 갚았다. 조선 정부가 거둬들일 양을 정해놓고 징수를 하다 보니 결국 관리들은 무리한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조선 멸망의 근원이 되었다. 그중 하나가 황구첨정이다. 병역은 16세 이상부터 시작하는데 갓난아기(황구)까지 세금을 징수했다. 사회 시스템이 무너진 것을 의미한다. 한두 명의 청렴한 관료나 유능한 왕이 등장해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넘어섰다.

 

그런데 300년이 지난 지금 묘하게 ‘신생아대출’이란 단어가 ‘황구첨정’으로 들린다. 조선시대는 징수를 당해 피해로 보이고, 지금은 저금리 대출이라는 특혜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지 않다. 우선 신생아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회구조가 잘못됐다. 집값이 터무니없이 상승한 탓에 결혼을 포기하고 아기를 못 낳을 정도다. 그럼 왜 집값이 올랐는가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저금리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이었다. 지난 정부들이 한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제일 간단한 방법인 대출을 택했다. 저금리 대출을 장려해 집값과 전세가 끊임없이 올랐다. 집값이 오르자 벼락부자가 돼 지출을 했고, 전세금을 올려 지출을 했다. 한국경제를 버틴 것이 서민들의 대출금이었다. 자기들 정부에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 끊임없이 대출을 유도하여 가계대출이 2,246조원이다. 이제 과도한 서민 부채가 위기가 되고 대출 감소가 공론화되자 꼼수로 신생아대출이라는 명목으로 또 경기부양을 위해 대출금을 풀겠다는 의미다. 출산장려를 위한다면 신생아대출이 아니라 싱가포르처럼 신혼부부에게 30년 무이자로 집을 주는 것이 옳다. 지금 신생아대출은 어린 부부들에게 대출을 장려해 빚을 지게 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모두가 벼락거지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대출(국가, 기업, 서민)로 버티다가 이제 끝내 아기에게 대출을 해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선은 황구첨정, 백골징포(죽은 사람에게까지 징수), 친족에게 걷는 족징, 이웃이 도망가서 걸인이 되거나 화전민이 되면 이웃집이었다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하는 인징까지 시행하면서 결국 망했다. 지금 우리 경제의 근원이 언제부턴가 대출에 의한 빚이 되었다. 너무 많은 빚의 위험을 인지하고 줄여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는 신생아에게 대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혈압이 180~190에서 정도에서 움직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언제 터져도 위험하지 않은 상태이건만 모두가 무심하다. 무심하다 못해 아기에게 대출해준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특혜라고 말한다.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가난하던 시절에 빚을 구할 수 없다가 이제 꿔주는 곳이 많다 보니 흥청망청이 되었다.

 

빚은 생산을 위해 투자되는 것이 경제교과서의 기본이다. 집이라는 비생산적 구조에 들어가서 묶이면 안 된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인식되고 특혜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날에 돌아갈 수 있을 희망이 남아 있을 정도로 너무 늦지 않으면 좋겠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이상한 나라 Ⅲ
1940년 찰리 채플린은 영화 ‘위대한 독재자’의 마지막 연설문에서 “이성(상식)이 다스리는 사회”를 강렬하게 외쳤다. “…탐욕은 인간의 영혼을 중독시켰고, 세계를 증오의 장벽으로 가로막았으며, 우리를 불행과 죽음으로 이끌었습니다. 우리는 신속함을 얻었지만 스스로를 가둬 버리고 말았습니다. 풍요로움을 가져다준 기계는 우리를 욕심 속에 버려놓았습니다. 지식은 우리를 냉소적으로 만들었고, 영리함은 무정하고 불친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은 많이 하지만 느끼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기계보다는 인간성이, 지식보다는 친절과 관용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은 비참해질 것이며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언젠가 증오는 지나가고 독재자들은 사라질 것이며, 그들이 인류로부터 빼앗아간 힘 또한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인류가 목숨을 바쳐 싸우는 한 자유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이런 비정상적인 자들에게, 기계의 지성과 마음을 가진 기계 인간들에게 굴복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기계가 아닙니다! 짐승도 아닙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당신들의 마음속에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 숨 쉬고 있습니다!…이성이 다스리는 세계, 과학의 발전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세계…”.

재테크

더보기

2025년 5월 원·달러 환율과 금리 사이클을 활용한 자산배분 전략

2025년 4월 8일 원·달러 환율은 1,487.07원으로, 202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중 간의 무역 관세 갈등이 격화되고,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이탈하는 등 4월 초 증시 하락과 함께 환율이 강세를 보인 탓이다. 반면에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일인 4월 2일 이후 달러 인덱스는 하락 기조를 이어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달러 인덱스와 원·달러 환율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4월 8일까지 원화가 달러화보다 약세를 보이며 환율이 높게 유지됐다. 4월 11일 이후 미국증시가 바닥에서 반등하고, 원·달러 환율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황금연휴가 있었던 5월 2일부터 5월 6일에 걸쳐 가파르게 하락하며 1,375원까지 하락했다. 근래에 보기 힘든 원·달러 환율 급락에 투자자들은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 기조가 얼마나 이어질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025년 5월 현재 원·달러 환율은 중요한 분기점에 놓여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사이클이 B~C 구간 후반부로 접어들며 경제 위기의 전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사이클과 원·달러 환율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통해 금리 사이클의 국면을 분석할 수 있다. 기준금리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