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 통과, 5월 개정·공포된 의료인 결격사유 등에 관한 의료법 제8조 소위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지난해 11월 20일 시행 후 9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개정의료법 제8조(결격사유 등)의 주요 내용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이다. 여기에 더해 면허를 재교부 받은 자가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 기간의 경우 최대 10년으로 정하고 있어, 이 또한 너무 가혹하다는 게 의료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시행된 이후 의료인 면허취소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부당하게 처벌받는 의료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지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치과의사 면허취소·자격정지 44명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 동안 면허취소나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의료인은 총 2,751명이다.
특히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시행된 이후인 올해 1월부터 6월 상반기에만 총 335명이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면허취소자는 57명에 달했고, 자격정지 295명, 자격취소 3명으로 분석됐다. 올해 상반기 행정처분을 받은 335명을 직역별로 보면, △의사 103명 △치과의사 44명 △한의사 35명 △약사 100명 △간호사 42명 △한약사 4명 △조산사 0명 등이었다.
지난 5년간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의료인 수를 보면 △2019년 33명 △2020년 93명 △2021년 66명 △2022년 53명 △2023년 83명인데, 올해 상반기만 57명으로 집계돼 연말쯤이면 지난해 면허취소자 수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면허취소나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치과의사의 경우 △2019년 36명 △2020년 60명 △2021년 37명 △2022년 32명 △2023년 53명으로, 5년간 연평균 43명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4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관련해 김미애 의원은 복지부에 대해 “행정처분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에 대한 현황을 보다 정밀·신속하게 파악해달라”주문하면서도 “엄정한 원칙과 기준으로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정처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업무상 억울하게 처벌받는 의료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에 더욱 철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부, 면허취소법 적용 예시 구회 배포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강현구·이하 서울지부) 임원 및 일부 구회장 등 13명으로 구성된 ‘의료인면허취소법대책TF(공동위원장 신동열·김진홍, 이하 서울지부TF)는 서울시의사회(회장 황규석), 서울시한의사회(회장 박성우) TF와 함께 지난 21대에 이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의료인면허취소법 개정을 위한 지속적인 대 국회 설득에 나서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법의 부당성을 알리고, 구체적인 개정안으로 국회를 설득하고 있는 것.
여기에 더해 서울지부는 관련 법으로 인한 회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따른 면허취소 적용 예시’를 정리해 25개 구회에 전달, 전회원에게 배포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규정속도로 달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갑자기 나타나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최대한 안전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적용, 사망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상해시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사업주가 근로자와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적용,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밖에도 △위장전입으로 주택분양을 받은 경우 △의원이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 설치로 소방서가 조치를 명하였음에도 정당한 사유없이 위반한 경우 △재직 중 개인정보업무를 취급자가 퇴사하면서 직원들의 성명, 연령, 휴대전화번호 등이 기재된 직원명부 파일을 본인 이메일 편지함에 옮겨 보관한 경우 △집회 중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를 한 경우 △SNS에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교통사고로 인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등 총 10개의 구체적 사례를 들고, 이에 적용되는 법률과 처벌규정을 명시했다.
서울지부 TF 간사인 장영운 대외협력이사는 “의료인면허취소법이 시행된 지 9개월여에 접어들고 있는데, 대부분 회원들이 관련 법률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며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나와는 관계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고, 내가 의도하지 않은 과실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고, 여기에 더해 의료인에게는 생명과 같은 면허를 박탈당한다면 너무 가혹하고 비합리적이다. 물론,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일으킨 의료인들의 면허는 박탈하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의료인면허취소법의 부당성을 지속해서 알리고 회원들이 이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