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한비자>에 ‘구맹주산(狗猛酒酸) : 개가 무서우면 술이 쉰다’란 사자성어 일화가 나온다.
그럼 개와 술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송나라 한 마을에 술맛이 좋고 친절하고 술의 양도 속이지 않는 주막이 있었다. 깃발도 잘 보이도록 높이 거는 등 나름 홍보도 열심히 했지만 술이 팔리지 않고 담가 놓은 술이 쉬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고민하던 주인은 이웃에 사는 현자를 찾아 가르침을 구했다. 이에 현자는 집에 사나운 개를 기르지 않는지를 물었다. 이때 주인은 개가 사납기는 한데 사나운 개와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물었다. 현자는 개가 무섭게 짖으면 손님들이 들어갈 수 없고 심부름으로 술을 사러 오는 아이들은 개를 피해서 다른 술집으로 가니 장사가 안되는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이 일화는 주변에 장사를 방해하는 요인을 찾으라는 의미로 마케팅에서도 많이 인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성격 중에 사나운 개가 있는지를 찾으라는 개인개발 분야에서도 인용하는 일화다.
어제 필요한 물건이 있어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한 매장을 방문했다. 도심에서는 벗어났지만 한적한 곳에 넓은 주차장을 지니고 있어 가끔 시간나면 들르던 곳이다. 또 필자 취미 중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는 문방구에서 이것저것 소품 보는 재미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같은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방문에서 조금 놀랐다. 예전에 없던 주차차단기가 생겼다. 주차장은 예전보다 한산해 주차하기는 쉬워졌다. 매장을 둘러보고 엘리베이터를 타니 그곳에 ‘1만원 이상 구매 시 30분 주차 할인’이란 쪽지가 붙어 있었다. ‘구맹주산’의 사나운 개가 짖는 것을 느꼈다. 순간 뭔가 쫓기는 마음이 들고 내가 구매한 물품이 1만원이 넘는지를 살펴보는 필자를 발견했다. 그러다 더 둘러보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계산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좋은 놀이터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 회사 브랜드는 저가와 가성비로 시작해 성공한 기업이다. 그런데 주차비를 별도로 받으면 사나운 개가 되어 고객이 급격히 떨어질 것은 당연한데 주인이 사나운 개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악수를 둔듯하다. 멀지 않은 기간에 매출감소로 고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통상 어떤 매장이든지 무리한 변화가 생기면 주인이 바뀐 경우가 많다. 새로 바뀐 주인이 업종에 대한 이해도 없이 자신의 생각에 매몰되어 무리한 경영 변화를 주면서 발생하는 경우다.
원래 그 매장은 일본에서 100엔숍으로 시작됐다. 100엔숍은 장기 불황 상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1990년대 한국에 합작으로 들어왔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2023년 12월에 일본 자본이 모두 철수해 이젠 순수 한국회사라는 기사가 보인다. 과연 주차장에 차단기를 만든 것이 본사 방침인지 로컬 사장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본사 방침이라면 일본 자본이 빠지면서 회사의 중요한 핵심전략이 없어진 것으로 회사 전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로컬 사장 생각이라면 매출 감소로 매장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롯데마트가 1시간 무료에 물건을 사면 시간을 늘려주는데, 이 매장은 나오는 길 주차차단기 옆 안내문에 회차 시간 5분만을 허용한다고 적혀 있었다.
순간 사나운 개가 또 한 번 짖는 것을 느꼈다. 주차장을 나오면서 일부러 찾아서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마음에 놀이터 하나를 잃은 아쉬움이 들었다. 최근 필자가 자주 들리던 문방구가 문을 닫아서 아쉬움이 크던 차에 이곳마저 주차장을 만들어 사나운 개를 심어 놓으니 더 아쉬워진 것이다.
사실 냉정히 생각하면 주차비가 큰 비용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에 없던 것을 지불해야 하니 부당징수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가성비와 저렴함과 많은 아이디어 소품들이 강점인데 주차비는 배보다 배꼽이 큰 느낌을 준다. 천천히 이런저런 물건을 보다가 충동구매를 해도 후회하지 않는 매장이기 때문에 충동구매가 기획구매보다 많은 매장에서 고객이 시간에 쫓기게 만드는 방침은 치명적인 경영상 실수다.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그나마 주차비로 보상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매장의 미래는 사장 생각만큼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