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원총연합회는 전국 유·초·중·고 교원 3,537명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여파 졸업앨범 제작 등 실태 파악 교원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교사의 93.1%가 졸업앨범 사진을 활용한 딥페이크 범죄, 사진 합성, 초상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매우 우려 69.5%, 약간 우려 23.6%)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게다가 졸업앨범의 제작 여부에 대한 질문에서 ‘제작하지 말아야 한다’가 67.2%, ‘제작해야 한다’가 32.8%였다. 즉 교사 10명 중 9명이 졸업앨범이 딥페이크 등으로 불법합성물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고 10명 중 7명은 졸업앨범 제작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소속 학교 97.1%에서 졸업앨범을 만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졸업앨범에 담임선생님의 사진이 빠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4%에서 모든 담임선생 사진을 넣지 않고, 17%에서 희망하는 담임만 넣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도 45%에서 사진을 넣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83%의 교사들은 현장학습이나 학교생활 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불법사진 합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걱정을 지니고 있었다. 교총은 “졸업앨범에서 담임 등 교원들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사제간 사진 촬영마저 피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평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사제간에 사진 한 장을 믿고 남길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씁쓸함을 넘어 슬픈 사회다. 학교 교육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담임은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제자를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필자가 아직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선진국들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철저하게 자유에 따른 의무와 공익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가르친다. 공교육에서 덧셈과 뺄셈보다 먼저 가르치는 것이 사회적 규칙이다. 그것이 교육이다.
우리는 유치원부터 덧셈을 가르치고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 학습시키려 하고 있고, 윤리와 도덕을 말하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취급한다. 철저한 지식 위주의 입시 만능 교육이 만들어낸 결과다. 딥페이크를 만드는 학생들에게 죄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들어보거나 배워본 적이 없다. 요즘은 자신의 아이가 실망하니 어려운 문제는 출제하지 말라는 학부모도 있는 시대다. 교육이 철저하게 무너진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든 선진국들이 바보라서 유치원부터 철저하게 의무와 규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역사 속에서 수많은 경험을 통하여 만들어진 교육시스템이고 그것이 덧셈·뺄셈 지식보다 더 중요함을 일찍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짧은 역사 속에서 그런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고, 후진국과 개도국 시절에 통용되던 교육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에다가 윤리와 도덕 교육이 배제되면서 이기주의 팽배가 가중되어 기형적인 학교가 만들어졌다.
이같은 기형적 학교 탄생은 학생이나 교사나 학부모나 사회나 모두가 피해자다. 결국 최종적으로 교육이 잘못되었음을 모두가 인식하고, 윤리와 인성과 자유에 따른 의무와 공익이 덧셈·뺄셈보다 더 중요함을 인정해야 변할 수 있다. 학부모의 사고가 변해야 교육의 주체인 교권이 살고 교권이 살아야 교육이 살고 그때 비로소 참다운 교육을 학생들이 받을 수 있다. 그때가 비로소 필자가 생각하는 선진국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한 생각이 바뀌기까지 수많은 아픔을 겪었다. 우리 선조들은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가족 형태를 감내했다. 그런 잔재 중의 하나가 무너진 지금의 교육현장이다. 가난은 벗어났건만 입시 위주 극단적 교육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지금의 기형적 학교다. 가난은 벗어났는데 습성에 묶여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명의 이기인 도구가 그렇듯이 사용자의 인성에 따라 이기와 흉기가 결정된다. 딥페이크도 마찬가지다. 인성이 무너지면 어떤 이기도 흉기다. 졸업앨법을 만들기도 두려운 시대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