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환자치료에 사용할 목적으로 인증되지 않은 치과용 의료기기를 해외직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구매한 치과의사들이 세관에 적발됐다. 해당 사건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일부 치과의사의 일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1억4천만원 상당 자가사용으로 밀수입
개인통관고유번호 반복 사용하다 덜미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이하 서울세관)은 국내 미인증 치과용 의료기기 1만1,349점, 시가 1억4,000만원 상당을 국내로 밀반입한 후 환자에게 사용해 온 치과의사 13명을 적발했다고 지난 11월 6일 밝혔다.
인천공항 특송통관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특정 개인통관고유번호가 반복적으로 사용됐고, 해당 치과용 의료기기가 치과의원으로 집중 배송된 것이 드러나면서 덜미를 잡혔다. 서울세관이 밝힌 밀수입 치과용 의료기기는 핸드피스, 근관파일, 구강 마취 주사기 등으로 그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사건의 치과의사들은 관세청으로부터 관세법 위반으로 밀수입죄 통고처분을 받았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1,184회에 걸쳐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치료에 사용할 목적의 치과용 의료기기를 구매하고는 이를 자가사용 물품으로 위장해 수입요건과 관세 등을 면제 받고 국내로 반입했다.
관세청은 개인이 사용할 물품 또는 기업에서 견본으로 사용할 물품이면서 수입요건 확인대상이 아닌 미화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의 물품에 대해 최소한의 물품 및 거래정보만 확인하고 별도의 수입신고 없이 통관할 수 있는 목록통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치과의사들이 이러한 제도를 악용했다고 서울세관은 보고 있다.
의료기기를 국내로 수입할 때는 자기치료 등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매가격이 미화 150달러 이하라 하더라도 식약처의 의료기기 수입 허가를 받고 목록통관제도가 아닌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와 같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 오픈마켓에서 구매해 치료에 사용하고, 단체 채팅방에서 의료기기 해외직구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밀수입에 적발된 치과용 기기 중 하나인 핸드피스의 경우 국내에서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구입할 경우 수십만원부터 1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까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해외직구를 통해서는 단돈 몇 만원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서울세관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미인증·미허가 의료기기와 같은 사회안전 위해물품이 국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해외직구 통관관리를 강화하고, 국내 유통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치과용 의료기기뿐 아니라 병원에서 사용하는 물품에 대해서도 전국 단위로 밀수입 경로를 파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자상거래를 통해 불법·부정 물품을 수입하거나 이를 이용한 영리행위를 발견하는 경우 관세청 밀수신고센터로 적극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치협 “일부 치과의사 일탈” 강조하며 머리 숙여
치협은 사건 보도 이틀 뒤인 지난 11월 8일 ‘치과 의료기기 밀수입 보도에 대한 치협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먼저 치협은 “최근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 치과용 의료기기를 밀수입한 것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13명의 치과의사의 일탈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며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는 주변보다 현저히 낮은 진료비를 내세우는 일부 치과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무허가 저가 의료기기 사용도 고려할 수 있다는 문제의 한 단면”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주변보다 현저히 낮은 진료비를 내세우는 치과의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여 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일부 치과의사의 불법적인 수입행위는 치과계 전체의 뜻이 결코 아니며,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법적 절차를 준수하려는 치협의 방향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불법적 기기 사용을 엄격히 경계하며 안전하고 합법적인 치과 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