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을 지나 요즘 한창 건설 중인 판교에서 의왕 쪽 산자락에 가면 정일당이라는 작지만 운치 있는 사당이 있다. 그리고 그 사당은 성남시 향토유적 1호이다. 그 사당은 조선시대 후기 영 정조 시대에 살았던 여류 학자이며 선비였던 강정일당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가난한 선비의 집으로 시집가서 평생 낙방 선비였던 남편을 옆에서 삯바느질로 내조를 하다가 남편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깨우치고 당대에 유명한 성리학자가 된 조선시대 얼마 되지 않은 유명한 여성 학자 중의 한분이시다. 그래서 성남시에는 정일당상을 만들어 해마다 표창을 해주기도 한다.
그 분의 글 중에 청추선聽秋蟬(가을매미 소리)이라는 시가 있다. ‘萬木迎秋氣(만목영추기)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蟬聲亂夕陽(선성난석양)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 沈吟感物性(침음감물성) 제철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林下獨彷徨(임하독방황) 쓸쓸한 숲 속을 혼자 헤맸네’라는 한시로 필자가 좋아하는 한시 중의 하나이다. 내용은 여름 지나 가을에 우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곧 죽을 매미를 생각하며 쓸쓸한 마음을 나타낸 글이다.
하지만 강정일당께서 쓰신 의미와는 또 다른 감회를 받는다. 오늘은 입추이다. 오늘부터 가을이 시작된다. 올해는 많은 비와 태풍으로 지금 창밖의 매미소리는 예전과 같이 귀를 찢을 듯하지는 않지만 당신께서 글을 쓰신 때가 아마도 이 맘 때였을 것이란 생각에 입추가 되면 항상 생각나는 글이다. 한 여름에 대단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가을의 한번 찬바람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 매미소리는 마지막 발악이나 하는 듯 더욱 더 커진다. 소리가 커질수록 매미가 사라질 운명의 시간도 가까워지는 것이다. 마치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듯이… 이도 회광반조(回光返照)일 게다. 해가 지기 전에 잠깐 밝아지는 현상으로 촛불이 꺼지기 직전에 확 타고 꺼지는 현상이고 한의학에서는 사람이 운명하기 직전에 잠깐 정신이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요즘의 치과계를 보면 이젠 치과 내부의 문제가 담을 넘어 민간인들의 세계까지 전달되었다. 3대 TV방송을 타고 9시뉴스에 나오고 4대 일간지와 인터넷까지 모든 치과계의 곪은 현장이 터져나갔다. 나쁘다고 하는 정의파와 우리만 나쁜 것이 아니라는 파가 서로 앞 다투어 서로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비추어졌다.
그런데 그 인터뷰를 듣는 필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방송을 보는 시청하는 국민들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 물론 짧은 시간의 인터뷰에서 많은 일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국민들과 국가가 원하는 것은 싸고 좋은 진료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저가 진료가 결코 좋은 진료를 만들 수 없음을 설득해야하는데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라면 경제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입장에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엔 현 사회가 원하는 정서와는 거리감이 많다.
결국 전체적인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감을 확산시켰다고 봐야한다. 물론 불법 네트워크도 피해를 보겠지만 일반 치과도 피해갈 수는 없다. 고양이 쫓으려다가 늑대를 부른 상황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담 넘어 밖으로 나간 우리들의 치부가 결국 우리 전체의 문제로 돌아올 것이다. 그 이유는 그들도 우리의 친구이고 우리와 동문수학한 선배고 후배이고 치과의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겐 썩어가는 치과의사 집단의 한 모습으로 비추어질 것이다.
동생이 도둑이면 내가 뭐라 해도 도둑집안이 되는 이치다. 요즘 그들의 행태가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도를 넘고 있다. 하늘의 무서움을 모르는 듯하다. 늦여름에 기를 쓰고 우는 마지막 매미소리처럼 말이다. 한번 부는 가을바람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 하늘의 이치인데… 신묘년 입추에 강정일당의 聽秋蟬(청추선)이 200년의 시간을 넘어서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