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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자연스러운 일이 소음인 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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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728)

치과 환자 대기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초등학생 치료를 위해 내원했는데 동생인 아기가 울자 엄마가 당황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달래느라고 안절부절못하는 소리가 들렸다. 필자는 대기실로 나가서 “어머니, 오늘은 병원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서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잡귀를 쫓는데 아기 울음소리와 호랑이 소리가 최고입니다. 좋은 일이니 걱정마시고 천천히 달래셔도 됩니다”라고 얘기해 드렸다. 당황하던 엄마가 조금은 편해진 모습이었다.

 

아기는 우는 것이 일이다. 한여름 밤에 끊임없이 울어대는 매미처럼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일 뿐이다. 초등학생은 웃고 떠들고 뛰어다니는 것이 일이다. 그것이 자연스럽다. 그런 아이들이 맘 놓고 뛰는 날이 운동회다. 과거 70~80년대에 초등학교 운동회 날은 온 마을 축제였다. 집집마다 김밥을 싸고 가족 모두가 참가했다. 그랬던 초등학교 운동회가 요즘은 소음 민원의 대상이 되었다. 슬픈 일이다.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들의 운동회를 누군가 소음으로 고발했다는 현실이다.

 

서울시 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 때문에 소음 민원이 2018년 77건에서 2024년 214건으로 2.7배 증가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운동회 전에 학교 주변 아파트 관리실에 미안하다는 공문을 보내고도 마음을 졸인다고 한다. 2014년 조사에서 전국 6,000여개의 초등학교 중 약 40%가 운동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학교는 소음을 줄이는 방법으로 레크리에이션 대행업체를 불러 체육관에서 게임 등으로 대체하거나 운동장에서 행하는 경우에는 마이크 볼륨을 최소한으로 하고 최대한 조용히 응원하라고 주의를 준다니 과거 즐거웠던 축제 분위기의 운동회와는 거리가 멀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출산율은 줄고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어놀면 소음이 되는 세상이다. 마음껏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운동회를 치른 아이들은 이런 사회에 대해 과연 무슨 생각을 가질까. 아이들 운동회 소리조차 품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다. 갓난아기가 우는 것이 시끄럽다고 자신의 아기를 집어던져 사망하게 한 비정한 아빠, 부부싸움으로 화가 난다고 아기를 창밖으로 던진 엄마가 존재하는 사회다.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도 비정하니 다른 집 아이들 소리를 품는 것은 불가능하다.

 

70~80년대는 온 동네가 같이 아이들을 키웠다. 일 나간 부모가 돌아오지 않은 옆집 아이는 불러다 같이 밥을 먹었다. 지금은 아파트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위아래 집은 층간소음으로 싸움을 하거나 층간소음을 줄이려고 아이들이 뛰지 못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다.

 

조선시대는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신분사회였다. 일제 강점기에는 학교에서 일본 이름을 사용하고 한국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식민지 시대였다. 군사정권시대는 자유와 정의를 말할 수 없었고 머리도 기르지 못하고 치마도 무릎 이상 짧게 입을 수 없는 사회였다. 그런 시대를 지나 지금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떠들며 운동회를 할 수 없는 시대다.

 

신분시대엔 계급사회가 문제였고, 식민지 시대엔 약한 국력이 문제였고, 군사정권시대엔 정치군인이 문제였다. 그럼 지금 시대는 무엇이 문제인가. 계급도 없고 약한 국력도 아니고 정치군인도 없다. 그런데 스스로 지켜야 할 덕목을 잃어버려 지키지 못한다. 항복한 나라의 군인들처럼 목적을 잃었다.

 

자유의 적은 극단적 자유다. 자유를 빙자한 극단적 개인주의다. 1년에 한 번 하는 아이들 운동회 소리도 참아주지 못하도록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는 필연적으로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공존을 위해서는 지켜져야 할 공공의 가치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상식이라는 사회적 통념 내에서 개인의 자유를 양보해야 한다.

 

운동회 소음 민원을 넣는 것은 도덕과 윤리로 규제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법적으로는 소음이 문제다. 과거에 만들어진 법은 이런 민원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미흡한 법 위에 상식이 있고, 그 위에 자연스러움이 있다. 당연(natural)이다.

 

하루 운동회 소음도 못 참는데, 한여름 밤 지독하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는 어찌 견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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