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지난 10월 14일 법원이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과 강충규·이민정·이강운 부회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법원은 당일 채권자인 신청인 측(김민겸·장재완·최치원)과 채무자인 피신청인 측에 인용 결정문을 송달, 이에 치협 박태근 회장과 선출직 부회장 3인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효력은 당일부터 발생하게 됐다.
특히 법원은 회장 직무대행은 치협 정관에 따라 정하도록 결정해 치협은 지난 15일 협회장 직무대행에 마경화 상근부회장을 선임, 마 부회장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첫 심문, 3개월 만에 ‘인용’ 결정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10월 14일 가처분 소송의 원고 측과 피고 측에게 결정문을 송달했다. 지난 7월 16일 법원에서 가처분 소송에 대한 첫 심문이 열리고 약 3개월만에 ‘인용’이 결정된 것이다.
지난 7월 16일 신청인 측 법률대리인은 “당선무효 판결이 난 이상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쟁점에 대한 소명은 충분히 이뤄졌다”면서 “피신청인 측(박태근 등)은 현안 해결이나 업무 연속성 등을 말하면서 직무 정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당선무효로) 자격무효가 상당 부분 소명된 상태에서 어떤 업무나 현안을 논의,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추후 더욱 큰 분쟁을 야기할 수 있고, 법적 안정성을 해할 수 있다”고 가처분 청구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반면, 피신청인 측 법률대리인은 “신청인 측은 당선무효 1심 판결을 가지고 직무정지를 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바뀔 가능성도 매우 높다”면서 △박태근 회장에 대한 선관위 시정명령 미공고 논란 △면허취소법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점 △현직 치협 회장 지위를 이용해 기관지를 통해 홍보한 점 등 1심 판결에서 당선무효 이유로 밝힌 여러 사안에 대한 판단이 뒤집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신청인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주문에서 “당선무효확인 청구 사건의 판결 확정시까지 박태근의 회장으로서 직무집행을, 강충규·이민정·이강운 부회장으로서의 직무집행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법원, “직무집행정지 필요성 충분히 소명”
재판부는 지난 33대 치협 회장단 선거에서 피신청인, 즉 박태근 회장 등 3인의 선출직 부회장들이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했고, 이로 인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먼저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을 보면, 피신청인들이 당선을 목적으로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거나 신문광고 등을 게재 △모 전문지 운영자를 통해 해당 전문지가 보유한 회원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해 홍보 이메일을 발송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관련해 선거일 무렵 국회서 농성을 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긴 게시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한 점 등이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특히 법원은 당시 선거에서 유력한 경쟁자였던 채권자 김민겸(前서울시치과의사회장)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를 두고 “낙선을 도모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권자 김민겸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 행위는 채무자 박태근 측이 선거일과 근접한 시점에 정관 등에 반하는 감사위원회 구성을 통해 충분한 근거 없이 회장 후보 경쟁자인 채권자 김민겸에게 불리한 내용을 외부에 발표, 채권자 김민겸의 낙선을 도모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당시 감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치협 홍수연 부회장은 검찰로부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및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재판부는 당시 선거를 관장한 치협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에 대해서도 하자를 지적했다. 선거사무를 관장한 치협 선관위가 선거인들의 선거의사 형성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는 제재조치 사실 중 대다수를 공고하지 않음으로써 공정한 선거 진행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1차 투표 결과 총 선거인 수 1만5,340표 중 총 투표 수는 1만719표로, 이 중 채무자인 박태근 후보 측이 3,203표를, 채권자 김민겸 후보 측이 3,165표를 각각 얻었다. 결선투표에서는 박태근 후보 측이 5,127표를, 김민겸 후보 측이 4,975표를 각각 얻어 득표 수 차는 152표로, 총 투표 수의 약 1.5%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선거관리규정 등 위반행위 및 절차상 하자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선거에서 후보자의 당락에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채권자들이 이 사건 당선인 결정의 무효를 이유로 채무자들의 직무집행 정지를 구할 피보전권리는 충분히 소명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 “협회장 직무대행은 치협 ‘정관’에 따라야”
한편, 원고 측이 직무집행정지와 함께 요청한 법원의 직무대행 선임은 기각됐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치협 정관에 따라 직무대행을 선임할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한 법원이 결정한 변호사나 외부인사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불식됐다.
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의 궐위 기간이 1년 미만인 때에는 정관 제13조에서 정한 순서에 따라 부회장이 잔임 기간 동안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무대행은 동 조항에 따라 선출직 부회장(연장자 순), 임명직 부회장(연장자 순)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현재 임기가 1년 미만으로, 이 같은 치협의 정관에 따라 채무자 협회 회장직을 대행할 사람이 정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박태근 회장과 선출직 부회장 3인 모두 직무집행이 정지됐기 때문에 정관에 따라 치협 회장 직무대행은 임명직 부회장 연장자 순으로 결정되는 것이 순리다.
이에 치협은 지난 10월 15일, 정관에 의거해 임명직 부회장 중 제일 연장자인 보험담당 마경화 상근부회장을 협회장 직무대행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