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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꽃집과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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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80)

우리 치과 건물의 1층에는 얼마 전까지 꽃집이 두 곳 있었다. 한 집은 생긴지 7년 정도 되었으나 허름한 집이었고 새로이 생긴 집은 2년 정도 되었다. 그리고 새로 생긴 집은 깔끔하고 멋진 인테리어를 하였다. 그러던 중 한 달 전에 허름한 꽃집이 개인사정으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며칠 전이다.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하나 남아있는 꽃집 유리창에 A4용지 크기의 메모 하나가 붙어 있었다. ‘화분에 휴지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문구였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버리면 CCTV를 공개하겠다는 내용도 첨가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CCTV 화면을 출력해 50대 아주머니가 화분에 휴지를 버리는 장면을 유리창에 붙였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 또 다른 메모장이 유리창에 붙었다. ‘가져가신 화분 비용을 지불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였다. 이번에는 누군가가 밖에 내어 놓은 화분을 집어간 모양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흔히 있을 수 있는 듯 하지만 허름한 꽃집이 문을 닫기 전의 상태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허름한 꽃집은 개업하고 있는 동안 내내 상가 앞에 새로 나온 꽃이랑 화분들을 내어놓고 방치하였다. 물론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번은 혹시 누가 집어가면 어쩌려고 방치를 할까하는 우려의 마음으로 누군가 필자에게 질문한 일도 있었다. 그 때 필자는 “꽃을 훔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꽃이란 아름다움의 결정체이고 그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즉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고 선한 사람이 꽃을 훔칠 이유가 없고 훔쳐온 꽃은 그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꽃을 보며 마음이 기뻐야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아무튼 허름한 꽃집이 있었던 7년 동안에 한 번도 꽃 도난사건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집이 없어지고 한달만에 화분도난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번 사건은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확실한 것은 7년 동안 도난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방치된 꽃이나 화분이 문제는 아니다. 그럼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처음 필자가 메모를 보았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화분에 휴지를 버린 사람을 CCTV를 보고 공개한다는 문구를 보고 일순간 ‘혹시 나는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휴지가 있을 때 버릴 휴지통이 보이지 않고 길에 버리기도 마땅하지 않을 땐 그 대용할 장소를 찾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버리진 않았는지 하는 걱정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공개된 사진이 50대 후반 아주머니였다. 그 사진을 볼 때 일순간 내가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휴지 정도는 버려줄 수도 있지 않나 하는 마음과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런 마음이 이를 본 사람들 중 어느 누군가의 심사를 불편하게 하고 급기야는 주인을 골탕 먹이려고 화분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이유야 어찌됐든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꽃집 유리창에는 메모가 붙어 있고 그것을 볼 때마다 필자는 이런 일련의 상황이 떠오른다. 그리고 봄이 왔건만 아직도 그 집에서 봄꽃 화분 하나를 안 샀다. 예전이라면 출근길에 허름한 꽃집에서 서너 개의 꽃 화분을 사고 출근하였을 텐데 왠지 그 메모지를 본 뒤부터인가 그 꽃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예전의 허름한 집의 주인은 꽃이라는 아름다움과 정서를 팔았다면 지금의 꽃집은 꽃이라는 상품을 파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아마도 꽃집 주인은 못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화분에 휴지를 버리면 안 되는 것이 맞다. 화분을 가져가면 안 되는 것도 맞다.


그런데 그 주인이 모르는 것이 하나있다. 그 휴지를 버린 사람도, 화분을 가져간 사람도 고객이고 그 고객의 지인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꽃을 항상 대하는 사람은 화분위에 놓인 휴지는 버려줄만한 아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꽃을 파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 정도 아량은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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