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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4월은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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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85)

영국의 시인 엘리어트는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하였다.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지상으로 나와야하는 어린 새싹의 숙명적인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중·고등학교 현장에서도 3, 4월은 잔인한 달이라 말한다. 이 시기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환경이 바뀌는 때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청소년 사춘기의 심리적인 특징과 맞물려서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학교 내부에서는 사건 사고가 가장 많은 시기다. 학생간의 싸움도 가장 많고 학교를 오지 않는 아이도 가장 많다. 심지어는 학교를 포기하는 아이들도 발생한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포기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결정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들에게서 보이는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있다. 신기하게도 5월 5일 어린이날이 지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분란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이 2개월 정도의 기간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고 본다. 하지만 청소년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3, 4월의 혼란을 아이들이 환경 변화에 대한 부적응기간이라고 보는 것은 과거의 시각이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절대 권위가 존중받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학생이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순간 집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매를 맞던 부모의 권위가 살아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지금처럼 학부모에게 선생님들이 휘둘리고 아이에게 부모가 절절매는 상황에서는 다른 이야기이다. 이미 아이들에게 학교의 선생님도 부모도 무서운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의 생각과 지금의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의 아이들은 3, 4월에 새로운 환경에 진입하면 힘겨루기를 시작한다.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한 힘겨루기이다. 이는 동료 간에 혹은 선생님과 또는 부모와의 힘겨루기를 한다. 그에 따른 다양한 행동이 나타나며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등교거부에 자퇴라는 카드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등교거부는 부모를 당황하게 하고 부모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좋은 무기이다. 더불어 담임선생님에게도 본인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작 자신들은 잘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무의식적인 행동이 그렇게 나타난다. 더불어 자신들은 착하다는 기본적인 프레임을 유지하려고 다양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이런 분란으로 고생하는 지인이 벌써 필자의 주변에만 두 명이나 있다. 3월초에 친한 친구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1주일이 지나면서 등교거부를 하며 고등학교 진학의 불필요성을 토로하는데 감당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필자가 면담하여 보기로 하였다. 아이의 주장은 대학을 가기위한 수단으로써 고등학교 3년이란 과정이 무의미하고 자기는 고등학교의 입시를 위하여 조이는 압박이 싫어서 학교를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기주장과 생각이 매우 강한 아이였다. 결국 필자가 말싸움에서 이겨야 하겠기에 극약 처방을 생각하고는 “고등학교를 자퇴하는 것의 의미를 아느냐”라고 질문하였다. 아이는 뭐 대단한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였기에 필자는 단호하게 두 마디로 정리해 주었다. 사회에서 그것을 ‘중졸’이라고 말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더불어 과거의 중졸은 피치못할 가정형편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요인이었지만 이미 의무교육적인 인식이 있는 요즘에는 개인적인 선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그 후 아이가 학교를 다시 등교하였다. 또 다른 아이는 중학교를 입학하였는데 요즘 머리가 너무 아파서 신경과에서 MRI를 찍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부모에게 별일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며 잔인한 4월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제 이런 잔인한 4월이 지나고 있다. 독자 중에도 혹시 잔인한 4월을 보내시는 분이 계시다면 5월을 기대하셔도 좋다. 더불어 결코 필자가 교육의 정도로 인격을 비하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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