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조선 치과계에서 최초로 치과 전문 잡지 ‘조선지치계(朝鮮之齒界)’가 발행되었다. 발행인은 이꾸다 싱호(生田信保)로, 그는 경성대학부속병원 치과의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발행한 지 1년 만에 경영의 어려움으로 화장품 신문 회사를 운영 중인 다카하시 유키이치(高橋幸一)에게 인수되었고 잡지명은 ‘만선지치계(滿鮮之齒界)’라는 이름으로 1932년 재발간되어 1944년까지 존속하였다. ‘만선’에서 ‘滿’은 만주국(滿洲國), ‘鮮’은 조선(朝鮮)을 뜻한다. 만주국은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 동북부를 차지한 뒤 1932년 세운 괴뢰국이다[그림1]. 따라서 만선지치계는 조선과 만주국에 있는 치과의사들에게 치과 정보를 제공하는 잡지였다. 1921년 10월 2일 조선에 있는 일본 치과의사들에 의해 설립된 조선치과의사회는 1932년 급조된 만주국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안건을 처리하였다. 1932년 만주국에 개업권 요망의 건과 1939년 긴급동의 안건으로 만주 북지방면의 치과 개업에 관한 조사의 건이다. 1940년 경성치과의학전문학교 회고 좌담회에서 경성치과의학교 1회 졸업생 박준영은 “경성치과의학교를 졸업한 조선의 첫 번째 여성 치과의사 김름이
이탈리아는 건축과 도시 유적이 많아 현대건축보다는 보존(Preservation)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 건축이 압도적이다. 이곳은 현대건축 프로젝트가 워낙 귀해서 60대가 되어야 젊은 건축가가 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일반인도 보전 및 전통 건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알도 로시(Aldo Rossi) 등 뛰어난 이론가들도 많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탈리아 도시를 걸어보자. 구름마저 장미 창(Rose Window) ‘유럽’ 하면 고딕 성당, ‘성당’ 하면 장미 창(Rose Window)이다. 파리의 노트르담(Cathedrale Notre-Dame de Paris)과 샤르트르(Cathedrale Notre-Dame de Chartres) 대성당도 유명하지만, 밀라노 두오모(Duomo)1)의 아름다움은 직접 보고 느껴봐야 한다. 현대건축을 전공하기에 동, 서양의 전통 건축은 건축이론과 역사수업에 배운 정도지만, 서양 전통 건축을 대표하는 걸작의 장식과 디테일을 직접 마주할 때의 떨림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대성당을 만나는 시간에 구름도 장미 창과 비슷한 형태로 하늘에 수를 놓아 두오모에서의 감동은 배가 된다. 아름다움 그 자체다. 백색 대리석
자신이 가진 직업군에서 일정한 인지도를 얻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종종 이야기하곤 하는데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걸린다. 그만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대중의 인정을 받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만날 이 사람이 같은 세계에서 두 개의 삶을 균형있게 살아가는 방식이 궁금한 이유다. 치과의사이자 번역가, 김성훈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1996년도에 졸업, 구강내과를 전공하고 페이닥터로 일하던 중 2009년 봄, 진료의로서의 치과의사 생활은 접고 번역가로만 활동하다가 3년 전부터 구강검진의를 병행하고 있다. 그가 치과의사로 일하다가 번역가라는 직업으로만 살았던 이유는 의외였다. “페이닥터로 일하는 동안 치과의사라는 삶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감히 치과의사를 관두고 번역활동만 하며 지냈어요. 3년 전부터 오전에 구강검진의로 같이 일하고 있는데, 이런 말씀 드리는 게 맞나 싶지만 왜 치과의사라는 일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진짜 알 껍질 맞아요? 깨어지지 않나요? 알 작품을 마주하게 되면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연약한 것으로만 알고 있던 알이 어떻게… 하는 순간 알공예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시작된다. 닭, 거위, 타조, 오리, 메추리 등 조류의 알 껍질을 이용해 다양한 선을 긋고, 자르고, 장식의 재료를 더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것이 알공예다. 약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치밀한 커팅과 풍성한 장식을 해 놓은 알 작품을 외국 서적을 통해 처음 보게 되었다. 압도적인 섬세함과 화려함의 극치인 작품이었는데 알이지만 보석이었고 보석인 것 같았는데 정말 알이었다. 책을 통해 본 지 몇 년이 지나고서야 그것이 진짜 자연의 알로 작품을 만드는 알공예라는 것을 알았다. 대륙의 황제로부터 화려하고 다양한 알공예 선물을 받았던 여인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뭇 영웅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던 클레오파트라의 진주 장식 타조 알 그릇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알공예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도 독특한 점도 많다. 특히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절대 있을 수 없듯이, 조류의 알도 쌍둥이처럼 비슷한 것은 있어도 똑같은 것은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사람의 얼굴
“낯선 이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나그네들의 기억에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고마운 나라이길 바랍니다.” 낯선 땅,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그 중에서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관련법과 처우가 많이 좋아졌다지만, 특히나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30년 가까이 무료 진료 봉사를 해온 치과의사 장단 원장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봉사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새 희망이 절실한 곳에 섬기는 마음 하나로! 스스로를 모범생이었다는 장단 원장. 막연하게 어려운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중학생 때부터 했었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고등학생 때 예수님도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이기도 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의대 진학을 꿈 꾸었고, 합격하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치료 봉사를 하겠다는 기도가 더해지면서 이 길을 자연스럽게 걷게 되었어요. 의대와 치대 두 군데 원서를 냈는데, 치대에 합격하면서 치과의사로서의 삶이 시작
파리에서 가이드를 하면서 필자가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가이드님은 파리에서 어디를 가장 좋아하세요?”다. 많은 여행객이 남들 다 아는 주요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이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인지 궁금해한다. 아마도 그 곳에서 파리의 삶을 좀 더 가깝게 느껴보고 싶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과거에는 가이드만 알고 있는 숨겨진 맛집, 숨겨진 골목길, 핫한 매장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인터넷 까페, 인스타를 비롯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런 비밀스러운 장소는 의미가 없어졌다. 가이드보다 더 많은 최신 정보를 가지고 있는 관광객들도 종종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로댕 미술관이 우선순위에서 빠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14년째 파리에 살고 있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인 로댕 미술관. 한적한 곳에서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 새로운 영감이 필요할 때 필자는 로댕 미술관의 정원을 산책한다. 알록달록한 꽃들과 깔끔하게 정리된 조경, 그리고 그 속에 전시되는 조각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빼어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는 이 곳을 산책하다 보면, 로댕이라는 조각가의 위대함 앞
건강보험은 대부분의 경우 가입자 전체에게 동등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별로 특별한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치과치료 중에서 특정 연령에서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항목들이 있는데, 이러한 항목들은 해당 연령이 아니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적용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확인이 필요하다. 1. 광중합형 복합레진 치료(만 5~12세) 2019년 1월 1일부터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었다.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은 충치 치료 시 복합레진에 광중합형조사기를 사용하여 빨리 굳히는 치료방법으로 치아보존에 유리하고 심미성이 좋은 치료법으로 실제 영구치 충전 처치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이다. 구체적인 적용 대상은 만 5세 이상 12세 이하 아동의 영구치 전체이며, 치수병변이 없는 치아우식증(충치)이 있는 영구치의 충치 치료를 위해 실시한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치아우식증이 아닌 치수염, 치아의 마모, 침식, 파절 등으로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을 실시한 경우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한 제3대구치(사랑니)의 경우도 보험대상이 아니다. 만약, 아동의 성장발육 속도가 빨라 만 5세 이전에 맹출된 영구치
인간의 여러 감각 중 무엇이 제일 중요할까?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속담처럼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부터 안과 책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겪게 되는 눈 불편함과 눈 질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또 우리가 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눈알(eyeball) 이야기 눈은 여러 가지 막으로 덮인 구조다. 크기는 24㎜ 전후로 탁구공보다 작다. 1) 각막: 흔히 ‘검은자’라고 한다. 사실은 투명한 막이지만 눈 안쪽이 어둡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 2) 결막: 보통 ‘흰자’라고 한다. 사실은 투명한 막이지만 밑에 흰 공막이 비춰보여서 흰자라고 부르게 됐다. 3) 공막: 흰색의 질긴 막이다. 진짜 흰자에 해당한다. 4) 맥락막: 공막과 망막 사이 막을 말한다. 5) 망막: 제일 안쪽 막으로, 황반 변성, 녹내장 등이 발생하는 곳이다. 일반인들은 각막, 결막, 망막 이렇게 3가지만 알고 있어도 눈 구조에 대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아이들 시력 이야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몸도 커지지만 안구도 커지게 된다. 흔히 근시라고 하는 것이 ‘축성근시’다. 축성근시는 영양부족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
윈드서핑, 필자에게도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었다. Surfing이랑은 다른건가? 그저 골프를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연습장과 필드를 오가며 운동하던 필자에게 윈드서핑(windsurfing)이라는 글자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다. 사전을 찾아보니 surf는 ‘해변가로 밀려오는 큰 파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 파도의 경사면에 요리조리 묘기스럽게 파도를 타는 서핑은 들어본 적이 있다. 근데 그 서핑과는 완전 다른 모양새를 갖는 윈드서핑이란 파도에 바람을 더한 그 무엇이었다. 윈드서핑과의 첫 만남 지난날 괌에서 묵었던 리조트에서 해양스포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프로그램을 통해 윈드서핑을 처음 접했다. 체험한 것이 처음이었고, 가까이서 달리는 모습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바람 속에서 큰 돛을 연결한 보드 위에서 너무나 편안하게 바다 위를 미끄러져 나가는 모습이 필자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체험 프로그램에서 직접 보드 위에 올라서 보니 보여지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에 당황했다. 생각보다 파도 위에서 넘실거리는 보드1) 위에서 가만히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이런 필자의 옆으로는 화려한 색상의 세일2)을 갖춘 윈드서핑이 파도를 가르며 속도를 내고 있
“재주가 많으면 밥 굶는다.” 어린 시절, 그리 걱정스럽지 않은 표정의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종종 하셨다. 미술과 운동에 그리 신나하면서 공부도 제법 했으니 그랬을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치과의사치고는 그리 잘하는 공부도 아니었다. 그래도 참 재주가 많아 보이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나 보다. 고등학교와 대학입시 재수 시절, 그리고 치대에 진학한 이후에도 미대를 그리도 가보고 싶었다. 그 얘기를 하는 순간 어머니는 어린 시절 필자에게 농담 삼아 던지던 저 말을 생각하며 식겁하셨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은 취미로 하는 거라며 타이르셨고, 필자 또한 그 꿈을 억지로 눈에서 먼 곳으로 치워버렸었나보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흘러 우연찮게 필자의 수중에 아이패드가 쥐어진 계기가 생겼다. 그저 생일 즈음에 진료로 고생하는 필자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일 뿐이었다. 허투루 비싼 기계를 낭비하지 말자는 정도의 생각에 글씨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오래전 하고 싶던 꿈의 한 조각 한 조각을 소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가 걱정하시던 재주가 늘 신나게 한다. 숫기 없고 재주 많던 지방 출신의 치과의사는 그림으로 자신의 치과 세상을 표
얼마 전 중2 남학생이 엄마와 함께 내원하였다. 중2 아들은 상담실에 들어오면서부터 의자에 앉을 때까지 심드렁한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영혼 없는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비딱하게 앉고는 시종일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주소를 물으니 엄마가 열심히 설명하였다. 치료는 발치 교정이 필요하고 심한 과개교합으로 치료 기간이 2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나서 끝자락에 엄마에게 한 가지 질문하였다. 아들이 이제 곧 중3이 되고 교정이 2년 이상 걸리면 고1이 넘어서까지 장치를 붙이고 있어야 하는데 혹시 아들과 상의해 보았는지 물었다. 엄마는 누나가 중2 때 교정을 해서 아들도 지금 데리고 왔다고 답했다. 이에 “어머니, 여학생과 남학생은 다릅니다. 여학생은 자신이 원해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아들이 원하지 않을 때는 부모님의 강압적인 요구로 고등학교 시절에 교정장치를 붙이고 있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일단 아들과 상의하는 것이 먼저일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엄마는 한 번도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 장치를 붙이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아들은 시종일관 영혼 없는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댄
예전에는 돌잔치에 초대받으면 으레 종로 귀금속 거리에 가서 돌반지를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돌반지 대신 현금을 준비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 같다. 이유는 단 하나다. 금값이 너무 올라서다. 한 돈에 10여만원 했던 가격이 요즘은 20~30만원을 훌쩍 넘기니 돌반지를 사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러고보니 치과의사만큼 일상생활에서 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이 흔치 않은데 금에 대해 너무 무지한 스스로를 반성하며 왜 사람들은 금에 열광하고, 금의 가치와 본질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화폐로서 가치는 어떻게 되는지, 작년부터 공부한 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돈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보통 돈이라 하면 지폐 혹은 동전만을 상상하지만, 그것은 그저 수많은 돈의 일부일 뿐이다. 그럼 진정한 돈은 기축통화인 달러일까? 아니면 유로일까? 그것도 아니면 엔화일까?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제를 철폐한 이후 달러는 금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수록 달러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오늘날 국제통화시스템에는 기준을 잡아줄 진정한
지난 여름, 의대 정원확대 등 정책추진 잡음으로 정부와 의료계는 큰 몸살을 앓았다. 코로나19로 ‘의료적 전시상태’의 최전선에서 함께 맞서야 할 주역 간의 문제인 탓에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았다. 이 배경이자 원인이 되었던 의료정책 개발 및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기로 한다. 한 해 동안 의·치·한 계열에서 생산되는 논문의 숫자는 수천 개 이상이 될 것이다. 이 중 해외 유수 SCI급 저널에 게재되는 논문의 숫자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 중 의료정책 수립과 개발을 위한 연구는 얼마나 될까? 각 전문 학회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수많은 논문 중에서 해당 과목의 건강보험 정책 수립에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장단점을 비교한 것은 얼마나 될까? 이번에 논란이 된 의료인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논문을 찾아보아도 주요 국책기관에서 발간한 것 외에는 그다지 많이 검색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이전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 주장은 대다수 사람이 아는 얘기다. 의료계는 이 말을 새겨야 한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한 해 각 전문 학회에서 발표되는 논문 중 단 5%라도 해당 전문과목의 수가, 건강보험, 인력의 수급
Healthcare after the Age of 100 70대의 건강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대개 노년의 기준은 60대라고 생각하는데 100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 70대가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법에서 노인의 기준은 사실 65세로 되어 있다. 법관의 정년도 65세, 퇴직의 기준도 대부분 65세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요즘 65세는 청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65세 이후에도 일을 하거나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노년의 기준을 70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대한노인회에서도 노인의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60세 노인 인구는 1,132만명으로 전체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치매 발병은 2020년 중앙치매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60-64세 인구에서는 전체 2.7% 만이 치매인 반면, 65-69세는 4.2%, 70-74세는 9.0%, 75-79세는 23.3%, 80-84세는 27.2%, 85세 이상에서는 33.7%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치매는 70세 이상에서 현격하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그 이후로는 위험률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치매 전 단계인
입 속 병원균이 온몸을 아프게 한다 세계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약 35억 명의 사람들이 구강질환을 치료받지 않고 방치한 채 살고 있을 정도로, 구강질환은 만연한 질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 12세 아동의 영구치 충치 경험지수(DMFT index)가 OECD 국가 중 평균 1.2개보다 높은 1.8개로 최하위권이고, 성인의 3분의 1이 잇몸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최근 10년 사이 특히 치은염, 치주염 같은 잇몸질환 비율이 급증했다. 잇몸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가 2010년 790만 명(16.2%)에서 2018년 1,560만 명(30.6%)으로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충치, 치주염, 임플란트 주위염, 구내염 같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구강질환은 모두 입 속 세균에서 비롯된다. 특히 치주염은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 조직이 파괴되는 감염성 염증 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고 세계 인구의 10%에서 많게는 절반까지를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아 표면에 자라는 세균막(biofilm)을 양치질 등으로 꾸준히 벗겨내지 못해 이것이 오래 축적되면, 이에 대한 면역성 염증 반응으로 조직 파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