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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협회장에게 강요된 가혹한 희생, 이제는 제도로 덜어주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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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용 보전과 겸직 금지 완화를 제언하며
이재용 논설위원

최근 모 언론의 “농협 회장 선거비 1.5억 이상 못 쓴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과열 혼탁 선거를 막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선거비용 상한선을 명확히 규정했다는 내용이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모적인 분쟁을 원천 차단하려는 농협의 제도적 정비를 보며, 자연스레 우리 대한치과의사협회의 뼈아픈 선거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전국 3만여 명의 회원을 대표하는 치협 회장 자리는 막중한 책임과 헌신이 따르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러나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리고 3년의 임기를 수행하기 위해 후보자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금전적, 현실적 부담은 가혹하리만치 무겁다. 우리는 훌륭한 리더십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 이면에 수반되는 막대한 희생은 철저히 후보 개인의 몫으로만 돌려왔다.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천문학적인 선거 비용이다. 직선제 도입 이후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는 구조 속에서, 개인의 사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선거 방식은 ‘자본력’을 출마의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만들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막대한 출혈 경쟁이 선거 직후 각종 고발과 불복 소송, 선거무효소송 등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된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입은 치명적인 금전적 타격이 깨끗한 승복을 가로막고, 결국 협회의 회무 동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치과계 역사에서 반복되어 오지 않았는가.

 

이에 더해 협회장의 엄격한 겸직 금지(상근제) 조항은 또 다른 거대한 장벽이다. 회무에 전념하라는 취지는 십분 이해하나, 임기 동안 사실상 자신의 치과를 폐업 수준으로 방치해야 한다는 것은 생계 기반을 무너뜨리는 치명적 희생이다. 환자와의 신뢰가 곧 자산인 개원가에서, 임기 종료 후 예전의 병원 운영 상태로 온전히 복귀하기란 기적에 가깝다.

 

이 두 가지 구조적 모순(막대한 선거 빚과 생계 포기의 강요)은 결국 치과계 전체의 치명적인 역량 손실로 직결된다. 40~50대, 한창 병원을 키워가고 시대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할 젊고 유능한 인재들은 감히 협회장을 꿈꿀 수조차 없다. 아무리 혁신적인 비전과 열정을 품고 있더라도, 당장의 가족 생계와 병원의 존립을 담보로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십의 풀(Pool)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소수의 재력가나 은퇴를 앞둔 원로 선배들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능력’이 아닌 ‘재정적 여력’이 리더의 제1조건이 되는 시대착오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제 우리 치과계도 낡은 족쇄를 풀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농협의 사례처럼 선거비용 상한선을 엄격히 두어 무분별한 지출을 차단하고, 상한선 내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된 선거비용은 일정 득표율 이상의 후보에게 협회비로 보전해 주는 ‘선거공영제’ 성격의 제도를 속히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주 1~2회 등 제한적인 진료를 허용하여 최소한의 병원 유지를 돕거나 상근 책임부회장제 및 실무진을 강화하여 협회장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짐을 나누는 방향으로 겸직 금지 조항을 유연하게 개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회비 지출에 대한 거부감을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투명하게 관리되는 선거비용 보전과 합리적인 상근제 개선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자본력에 밀려 가려졌던 유능한 젊은 인재를 발굴하고, 선거 직후 이어지는 지루한 법적 갈등과 분열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누군가의 뼈를 깎는 일방적인 희생 위에 세워진 리더십은 결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 치과계의 더 나은 내일과 잃어버린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제는 우리가 리더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제도적으로 함께 나누어 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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