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전문의제는 없다. 때문에 이를 둘러싼 치과계 각 직역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의제도는 구강악안면외과와 같이 메디컬과 경쟁하는 과에 한해서는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다른 과에 대한 형평성 때문에 도입결정을 제때하지 못했다. 전문의제도는 졸업한 선배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8%의 소수정예만을 배출하겠다는 대타협을 이루면서 갈등의 대단원이 막을 내릴 것처럼 보였으나, 2008년 치러진 전문의자격시험의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당시의 약속이 얼마나 순진한 이상이었는지 모두가 알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8% 소수정예는 온 데 간 데 없고, 매년 30%에 가까운 전문의들이 배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 수련자에 대한 전문의자격시험 응시 제한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고, 보건복지부는 국내에서 수련한 기수련자, 그리고 GP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미수련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경과조치와 통합치의학과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현재의 제도를 마련했다. 어찌 보면 너도나도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의 전문의제는 치과계 각 직역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도일지도 모른다. 전속지도
어린이들을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가 동요(童謠)다. 대중매체에 24시간 노출된 오늘날과는 다르게 이전의 어린 시절에는 동요를 대중가요보다 더 많이 접했다. 특히 여러 동요들 중에 기억에 남는 노래가 비행기라는 동요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하늘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내가 만든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멀리멀리 날아라 우리 비행기’ 대략 이런 가사로 불렀던 그 시절의 동요는 비단 노래 뿐만 아니라 피리(리코더)를 배우고 연주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 곡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익숙한 동요가 우리나라 노래가 아닌 외국곡에 가사를 입혀서 만든 동요라는 사실을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비행기라는 동요를 자주 불렀고 그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 중 하나는 간결하고 따라 부르기 쉬었던 멜로디와 그 가사와 어울렸던 종이비행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종이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그 시절 딱지를 만들기 전에 배워야 했던 가장 기초적인 창작활동(?)이었던 것 같다. 평평한 종이를 접고 접다 보면 어느새 비행기 모양으로 변해버린 종이비행기,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종이비행기를 공중을 향해 가볍게 던져버리면
지난 겨울, 소위 촛불 민심으로 사회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우리 치과계는 첫 번째 직선제 선거를 무사히 치렀다. 몇 달 전만해도 3만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절반이 넘는 투표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투표권을 찾겠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빗발칠 정도로 직선제가 성공한 것은 치과계가 사회적으로도 진보한 발자국을 내딛은 의미 있는 성과라 생각한다. 그런데 선거 와중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치과의사의 개인정보’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견을 듣고 이렇게 펜을 든다. 몇 년 전부터 개원가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시행으로 환자로부터 개인정보 공유 동의를 매번 받는 등 ‘고객을 위한 개인정보 보호’가 보편화 돼있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고객카드를 작성할 때도 고객 개인정보에 대한 동의여부 및 그에 따른 문자와 이메일의 발송에 대해 수신자의 동의여부를 매번 확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 더해 온라인 쇼핑업체는 기본이고,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온라인 뉴스 매체들은 개인정보 보호법 외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신자의 수신동의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서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은 사람 및 장기간 미접속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차 상대가치 개편에 따른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의 일부를 수정하여 7월 1일부터 의료행위 상대가치점수가 개정된다고 발표했다. 2차 상대가치 개정 1차년도인 2017년 7월 1일부터 5,307개 의료행위의 상대가치점수가 개정된다. 이번 2차 상대가치 개편은 2008년 1차 상대가치 개편 이후 9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2차 상대가치 개편 내용의 도입은 4년에 걸쳐 수정·보완을 통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의료계의 경우는 외과계, 내과계, 검사 진료과 등 이해관계가 갈리는 상대가치 개편방안을 놓고 갈등과 논란이 많았다. 핵심은 수술과 처치 등 외과계 의료행위 상대가치점수를 인상하고, 검사 중심인 진단검사의학과와 병리과, 영상의학과 상대가치점수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수술이 없는 내과의원 같은 동네 개원의들의 경우에는 심한 타격을 받게 될 것 같아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병원급 이상에서는 내과와 외과 진단과 등을 고루 가지고 있어서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료행위에 대한 가치를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 의료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을 현장
어제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단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은 소강상태이지만 내일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한다는 소식이 반갑다.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과거 농업시대라면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정도의 가뭄이다. 그나마 지금 우리나라가 농업의존도가 적은 산업 국가이고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 대부분이 수입물이거나 대체 가능해 심각한 기근을 맞이하지 않는 것이다. 옛날이었다면 대기근으로 민란이 발생할 정도인 상황이다. 과거 기록을 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2,000년 동안 304회의 가뭄 피해가 있었다. 그중에 서로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의 극심한 경우가 23회, 대기근이 82회였다. 이 정도면 대기근 이상이 100회 이상이었고 20년에 한번은 심각한 대기근이 발생한 것이다. 가뭄은 대략 6년에 한번 발생하는 편이다. 조선시대에는 강수량측경기의 측우기와 하천의 수량을 측정하는 수표가 발명되고 소류지, 보, 제언 등의 수리시설이 발달되었다. 이렇듯 가뭄은 한반도에 항상 같이하는 단어였다. 가뭄에 대해 조사를 해보면 슬픈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우기인 7월에 강우가 없어 풀과 나무는 말라죽었다. 백성들은 기근에 시달려 서로 잡
요즘 참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하였다. 양산 외벽 밧줄 절단 추락사건과 충주 인터넷기사 살인사건이다. 양산 밧줄사건은 한 아파트 외벽 작업을 하던 인부가 밧줄이 끊겨 추락하여 숨진 사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군가 고의로 밧줄을 끊은 것이다. 범인은 41세 남자로 잠자는데 밧줄기사의 스마트폰 소리가 잠을 방해해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였지만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소리가 나서 홧김에 밧줄을 끊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인터넷을 수리하러 온 기사를 살인한 사건이다. 범인은 55세 남자로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자주 끊기는 것이 인터넷회사가 고의로 자신의 컴퓨터를 느리게 한다는 이유로 AS기사를 살해했다. 심리학적으로 양산 외줄 절단사건은 범인이 분노조절장애에 의한 행동이었고, 충주 인터넷 AS기사 사건은 범인이 피해망상으로 저지른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범인이 중년이 넘은 남자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어이없는 두 사건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3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형태의 사건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30년간 가장 많이 변한 것이 무엇인가. 그동안 가장 큰 변화는 수명 연장이었다. 수명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사회는 경험해보지
숙소인 더스토리 게스트하우스는 동화에 나오는 집 같았다. 현관문 옆 자그마한 빨간 우체통, 현관문에 달린 작은 꽃 장식, 그리고 집주인의 조신한 목소리 등 들어서는 순간부터 인상이 좋았다. 온돌방에 침대 두 개, 그리고 계단이 반짝거리는 목재로 되어있었다. 우리는 피곤한 몸을 누이며 다음날 거제도 라이딩을 꿈꾸어본다. 얼마나 잤을까. 온몸이 오그라드는 한기를 느끼고 잠에서 깼다. 아무리 5월초라지만 밤공기는 차갑기가 그지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인이 자는 부엌방을 두드렸다. 깜짝 놀라 주인아주머니가 나왔다. 방바닥이 차가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하자, “아차!” 하는 것이었다. 보일러가 고장이나 난방전기매트 주는 것을 깜빡 잊었다고 한다. 매트 두개를 가지고 올라와 전기를 꽂았다. 금세 온기가 몸에 퍼지고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아침 5시 여느 때와 같이 숙소를 나와 산책을 하였다. 조용한 동네에는 사람들이 없고 공기가 맑다. 잠시 후 6시쯤 들어오니, 아침식사가 놓여 있었다. 토스트, 계란 후라이, 커피, 치즈, 햄 등이었다. 맛있어서 토스트 두 개를 먹었다. 7시 우리는 숙소를 나와 밴을 타고 거제로 달린다. 오늘은 경치가 비경인 거제섬 해안을 돈 후
항상 궁금했었다. 내 주변엔 똑똑하고 성실하고 재능 넘치는 여성들이 많은데, 여성위인은 찾아보기 힘들고 리더들은 죄다 왜 남성들인지. 그 해답이 ‘아내 가뭄’이란 책에 있었다. ‘아내’란 전통적으로 집안 여기저기 쌓여가는 무급노동을 더 많이 하기 위해 유급노동을 그만둔 사람이다. 이 무급노동은 요리, 세탁, 청소, 장보기 등 종류가 많을 뿐 아니라, 매일 무한 반복된다. 여기에 그 가정에 아이가 생기면 양육이라는 어마어마한 노동폭탄이 떨어진다. 옛날에는 아내들이 대개 여자였다. 지금도 대부분은 여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사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다섯 살 미만의 자녀를 둔 두 부모 가족 중 아버지가 직장에 다니고 어머니가 시간제 근무를 하거나 전업주부인 경우가 60%였다.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고 아버지가 전업주부 남편이거나 시간제 근무를 하는 경우 3%로, 아내가 있는 남성이 아내가 있는 여성보다 20배이다. 우리나라는 남성 전업주부 비율이 2.7%에 불과하다. 여성들이 처음부터 불안정한 직종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은 여성이 시간제 근무로 전환하거나 퇴직을 하고 육아를 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승진이나 능력개
6월 21일부터 수술 등 의료인의 설명을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전격 시행됐다. 의사와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로부터 받은 동의서에는 해당 환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있어야 한다게 주요 골자다. 설명서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는 내용은 △환자의 증상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과 방법, 내용 △설명의사 이름 및 수술참여 의사 △발생예상 후유증과 부작용 △환자 준수사항 등이다. 이를 위반한 경우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의서도 2년간 보존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의료계는 현실성 없는 과도한 규제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설명하고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야 하는 시간과 노력들이 인력난과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원가를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게 첫 번째 이유고, 수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많은 대형병원만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두 번째 이유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항의와는 무관하게 치과계는 유난히 조용하다. 어떤 수술까지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지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이겠지만, 가만히 두고만 볼 사안이 아니다. 우선은 치과계의 현실인 인력난과 경영난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명의무
계절의 여왕인 5월을 보냈다. 산과 들에 꽃들이 만개하고 청록의 아름다움이 절정인 이 시기를 계절의 여왕이라고 칭하는 것이 아깝지 않다. 특히 골프장의 조경은 어느 계절보다도 아름답고 싱그럽다. 이번 5월은 연휴가 길었던 탓도 있지만 다른 달에 비하여 유독 지인들과의 라운딩이 잦았었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함께 해온 사람에서부터 오랜만에 운동을 핑계로 만남의 자리를 함께 한 사람까지 나름 즐거웠고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골프라는 운동을 참 좋아한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골프에 거의 빠져있었다. 시청하는 TV프로그램은 골프채널밖에 없었고 온통 머리 속에는 골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였다. 아파트 주변의 잔디나 대학캠퍼스의 잔디를 보면 당장이라도 어프로치 연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다른 사람의 지도를 받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골프에 관한 정보들을 골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들과 그리고 선수들의 실전을 유심히 시청하는 것에 의존하였다(그래서 세미프로도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던 중 골프서적들을 구입하여 탐독하면서 골프를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배우게 되었다. 특이한 점은 어느 골프서적에서
작년 봄 즈음에 40대 재미교포 치과의사가 부산서 생모를 만난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는 어려서 이혼한 아버지와 미국에 이민을 갔고 미국서 치과의사를 할 정도의 성공한 삶이었다고 한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최근 미국에서 치과의사 면허를 정지당하고 힘들어 했으며 마지막으로 생모를 만나려고 한국에 간 모양이라고 유족이 전했다고 했다. 1990년대에 미국에서 조사된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13개 직업에서 치과의사가 1위를 하였다. 평균에 비해 1)치과의사는 5.4배 2)음악가 3.6배 3)예술가 2.8배 4)무용수 2.7배 5)작가 2.6배 6)사진작가 2.5배 7)예술가 2.1배 8)목수 2배 9)의사 2배 10)코미디언 1.9배였다. 그것이 2011년 조사에서는 1)비숙련가 2)내과의사 3)치과의사 4)수의사 5)금융종사자 6)안마사 7)중노동자 8)도시 기획자 9)가내수공업자 10)부동산중개사 11)변호사 순이었다. 2014년 조사에서는 1)의사 2)치과의사 3)금융종사자 4)변호사 5)경찰 6)부동산중개사 7)전기기술자 8)농부 9)약사 10)과학자였다. 반면 2017년 영국에서 조사된 것을 보면 1)건설노동자, 2)초등학교 교장과 서비스종사자 3)
올해는 치과계에 여러 가지 큰 일이 있었다. 제일 큰 변화는 직선제를 통한 치과계 수장의 선출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SIDEX’가 있었다. 직선제는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듯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생각된다. 여러 가지로 성숙된 치과계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종국적으로는 치과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이라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약간의 입장 차이만 있었다. 하지만 지난 선거 당시 협회장 후보들의 공약은 현재 우리 치과계가 가지고 있는 동네 치과의 운영에 대한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쩌면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큰 문제일 수도 있으나 우리는 전문가 집단이지 않은가. 매번 화려하게 치러지는 SIDEX 또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외형도 커지고 참여 인원 또한 늘어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학술대회이자 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학술대회를 마치고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은 왜 일까? 우리 치과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20세기 후반에 들면서 의학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Archie Cochrane과 David Sackett이라는 두 내과의사는 실제 행해지고 있는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