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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치과의사학 속의 영화 ‘사도(思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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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훈 논설위원

어릴 땐 부모 말, 커서는 부인 말, 늙어선 자식 말을 따라야 행복하다고 한다. 그저 우스갯 소리로 흘려버리기엔 너무 주옥같은 명언이다. 영화 ‘사도’를 보면서 이 말의 효험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도에 대한 평은 가지각색이지만 영화의 백미는 영조, 사도세자, 세손이 내뱉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였던 것 같다. 특히 세손은 사배(四拜)한 이유를 묻는 영조의 물음에 “그날 소손은 제 아비의 마음을 보았나이다”라며 현답을 내놓았다. 치과의사학에 심취되어 기승전치(齒)의 삶을 살고 있는 필자의 눈에 비친 영화 사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4~5세가량 되어 보이는 사도 세자가 손가락을 빨면서 잠자는 모습이 영화에 잠깐 스치듯 지나간다. 아마도 추측컨대 영화 제작진은 과도한 학업으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사도세자의 마음을 손가락 빨기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왕가의 법도 때문에 친엄마(영빈 이씨)랑 하룻밤도 같이 보낼 수 없어 정신적 불안감도 겪었을 사도세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처럼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영화는 마치 과거와 현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들린다.


사도세자의 손가락 빨기 잔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연히 ‘조선의 민낯(애플북스)’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왕자는 누구의 젖을 먹고 자랐는가?’ 라는 제목은 소아치과의사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도세자에겐 3명의 엄마가 있었는데 중전마마인 정성왕후, 친엄마인 영빈이씨 그리고 젖먹이 엄마인 봉보부인(奉保夫人)이다.


봉보부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왕자를 출산한 부인은 3주까지만 자식에게 젖을 물리고, 그 후는 유모의 몫이다. 장차 왕이 될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에 엄격한 심사 기준(몸집이 있고 성품이 온화해야 함)을 통해 유모가 선발되었다. 유모에게는 종1품인 봉보부인 작호가 주어졌기에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한다. 봉보부인의 위상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왕자에게 우유병 충치로 인한 치통이 발생했다면 봉보부인은 무사했을까? 이런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는 것이 역사다.


영조의 머리카락을 부분적으로 검게 보이게 하는 모습은 나름 역사적 고증을 따른 장면이다. 이왕이면 영조의 대사에서도 아치(장수하면 다시 난다고 하는 치아), 예치(노인의 이가 다 빠지고 난 다음에 다시 돋아난 이), 낙치부생(빠진 이가 다시 난다) 중 하나가 언급되었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영조는 조선왕조 오백년의 10%에 해당되는 기간인 53년 동안 왕으로 재위하였고 83세에 승하하였으니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 47세의 두 배에 해당된다. 놀라지 마시라. 영조실록에는 73세 영조와 나이가 100세인 지사 이업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자료도 있다.


영조가 남긴 책들에서 치의학적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 있다. 먼저 ‘영조의 말’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치(兒齒)가 난 것이 민망하니, 진실로 늘그막인가 보다. 아치가 솟아올라 혀끝에 닿는데, 이런 까닭에 근래에는 너무 괴롭다.(중략) 아, 지금 내 나이 82세에 가발을 써서 아주 소란스러운데, 아치까지 생겨 혀끝이 민망하다. ‘영조 어제 해제’에서는 빠진 치아 자리에 새로 난 치아를 신하들에게 보여줬다고 하였다니 믿거나 말거나다.


역사적 진실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Getting the Truth is Like Pulling Teeth”란 말도 있다. 이 관용표현은 영화 사도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18세기 아버지와 아들사이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이 21세기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분명 있다. 영화에서 사도세자와 세손이 나눈 대화를 들으면 자녀교육, 자기반성 등 이런 단어들이 생각난다.


사도 : 너는 공부가 그렇게 좋으냐? / 세손 : 예 / 사도 : 왜 좋으냐? / 세손 : 할바마마께서 기뻐하시니까. / 사도 : 그러냐? / 세손 : 저도 그러는 제가 싫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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