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치과의사회와 오스템임플란트가 올해의 치과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이형란 원장(연세란치과)을 선정했다. 치과의료봉사상은 인술을 베풀며 사회 저변에 봉사하는 치과의사를 선정해 주어지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인 이형란 원장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베들레헴 어린이집, 마가렛 공부방, 성가병원, 성동구 외국인근로자센터 등에서 꾸준히 진료봉사를 해오며 인술과 사랑을 베풀고 있다.
이형란 원장은 치과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쁨보다는 무거운 마음이 더 컸다고 한다. 가톨릭치과의사회 회원으로,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봉사활동이었기에 이 원장에게 봉사는 특별한 일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이 원장은 “누군가는 봉사활동으로 머리를 깎아주기도, 몸을 씻겨주기도, 배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과 진료는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 일을 조금 더 하고 있을 뿐, 평소에 의미를 두고 하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이 날에도 이형란 원장의 치과에는 겉모습이 조금은 다른 아이가 찾아왔다. 이 원장이 봉사 진료를 실시하는 베들레헴 어린이집에서 온 아이였다. 베들레헴 어린이집은 살레시오수녀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대다수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다. 어느덧 햇수로 9년차, 매년 3 6 9 12월이면 아이들이 이형란 원장의 치과를 찾아 정기 검진과 치료를 받는다.
이 원장은 “베들레헴 어린이집 아이들의 대부분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고 부모의 손길을 거치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 이 아이들을 보니 단순 검진만 해서는 안되겠더라. 그래서 1년에 4번 아이들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치료할 게 많았지만 예방치료를 하다보니 관리가 돼 이제는 정기 검진으로 끝나는 아이들도 많다”며 뿌듯해 했다.
이 원장은 베들레헴 어린이집 외에도 마가렛 공부방, 성가병원, 성동구 외국인근로자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진료봉사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베들레헴 어린이집이나 마가렛 공부방 아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도 보는데 그 아이들이라고 못 보겠나.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고 있고, 하나씩 하다 보니 봉사도 이렇게 연결이 되더라”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 정기 검진은 내 치과에서, 성가병원은 매주 화요일, 성동구 외국인근로자센터는 격주 일요일만 의료봉사를 한다. 서로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신자로, 신앙 안에서 본인이 주어진 능력 안에서 삶의 일부로 봉사를 해왔다는 이형란 원장. 살아오면서 받은 도움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된다는 생각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형란 원장은 “방식과 형태가 다를 뿐이지 나름의 방식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이런 봉사활동만이 괜찮은 삶인 것처럼 보이는 건 안타깝다. 봉사하는 게 칭찬 받을만한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봉사 아닐까. 나는 여전히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며 웃음을 띠었다.
한지호 기자 jhhan@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