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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 뒤덮인 왕릉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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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 사는 이야기 <마지막회>

2017년 한 해도 저물어간다. 12월 18일! 항상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은 한 해를 뒤돌아보게 된다. 올해는 정말 다사다나했던 한 해인 것 같다. 12월이 되면 나이든 우리 같은 사람들은 스산한 자연을 보며 외로움이 엄습하는 것은 어쩐 일인지!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둘 저세상으로 떠나고, 몸은 늙어 아픈 곳이 늘어 가는데 젊었을 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정열을 불태우고 생에 몰두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사람은 젊었을 때 풍운의 꿈을 가슴에 품고, 세상일이 다 이뤄질 줄 알고 미래를 위해 청춘을 불태운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젊음은 실패와 성공이 반복되며 다져지는 것이다. 긴 세월을 성공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고, 또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모든 일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을 때 성공과 실패는 지난 과거가 된다. 생명이란 무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는 말이 있다. 10, 20대는 청운의 꿈을 갖는다 해서 ‘청춘(靑春)’이라 말한다. 30, 40대를 ‘적하(赤夏)’라 부른다. 가슴에 품었던 꿈을 향해 야망을 불태우는 시기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50, 60대를 ‘백추(白秋)’라 한다. 모든 꿈이 크든 작든 마무리 되는 시기다. 우리는 이 시기에 성공과 실패를 저울질하게 된다. 단순히 상대적 가치에 기준해서 내가 남보다 나으면 성공이고 내가 남보다 못하면 실패라 부른다. 그러나 진실한 성공은 내 자신의 만족보다 내가 그동안 타인으로부터 얼마나 사랑과 존경받을 위치에 있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동안 이룬 성공도 내가 영원히 향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70, 80대가 되면 모든 사람이 현재의 성공한 것에서 강제로 물러나야 할 때가 온다. 마음은 있으나 몸이 그것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다. 이 이치를 깨닫는 시기가 바로 70, 80대 즉 ‘현동(玄冬)’의 시기이다. 검은 겨울! 인생의 마무리를 강요받는 시기이다. 지금까지 성공의 삶이 나의 삶에는 그렇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눈이 어두워지고, 머리털은 빠지고, 몸의 모든 기관이 하루가 멀다 하고 아프고, 질병 속에서 사는 삶이다. 하루해가 지고,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즈음 붉게 타오르는 낙조가 지극히 아름답고 한 해가 저물어 모든 것이 겨울의 추위에 덮여 사라져 갈 때도 귤꽃 향은 그 추운 바람 속에서 향기를 내뿜는다. 70, 80대의 지금이 인생을 마지막으로 아름답게 꽃피우는 시기가 아니겠는가!

지난 10월 29일 만추의 동구릉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하게 됐다. 이렇게 사적지를 방문하는 것은 역사가 인생의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9시, 한강변은 낙엽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람에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잠실철교북단에서 한강변을 달려 구리로 향했다. 구리한강공원의 코스모스 꽃은 다 져 버린 지 오래고 공원에는 찬바람만 분다. 강동대교 밑을 지나 왕숙천을 따라 왕숙천교에서 동구릉으로 향했다. 마침 이곳 건원릉(조선 태조 이성계릉)에 봉안된 이성계 부인 안변안씨 신의고황후의 제삿날이었다. 입구에 조선 태조 이성계의 시비가 있었다. 시비에는 젊은 시절 이성계의 큰 포부를 담은 싯귀가 있었다.

동구릉은 유럽조경 전문가들이 ‘신의 정원’이라 부른 조선왕릉 중에서 9기의 왕릉을 가진 최고의 신전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40기의 조선왕릉 중 9기가 동구릉에 있다. 1408년 태조가 잠들었고, 그러면서 왕릉이 늘어나 동오릉이 되고, 동칠릉이 되고, 드디어 오늘날 동구릉이 됐다. 그 스케일이 주는 장엄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관리소를 지나면 풀향기, 나무향기 등이 자연의 표현을 대신한다. 홍살문을 지나 만나는 수릉, 문종과 문종비의 현릉, 두 릉 사이에는 소나무가 울창해 산속 정원의 느낌이다. 선조와 그 왕후의 목릉, 선조릉은 임진왜란 직후라 초라하게 우리를 맞는다. 목릉을 지나면 태조의 릉인 건원릉에 이른다. 입구에서 가장 깊숙이 위치한 건원릉은 다른 릉과 달리 봉분이 잔디 대신 억새풀로 뒤덮여 있었다. 늘 고향을 그리워하던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흥에서 흙과 억새를 옮겨 놓았다 한다. 바람이 불 때면 억새가 하늘거리는 모습이 태조의 마음같이 가련하게 흔들리는 것 같다. 건원릉에서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릉인 휘릉을 지나면 영조의 릉인 원릉이다. 영조는 정순왕후와 쌍릉을 이루며 잠들어 있었다. 원릉 옆에는 경릉인 세 개 봉분의 현종과 효현, 효정왕후 무덤이 나란하다. 조선왕릉 가운데 유일한 3연릉이다. 가까이 있는 혜릉은 경종의 비 단의왕후의 릉이고, 세자빈으로 죽어 릉은 단촐하다. 경종은 계비 선의왕후와 함께 성북구에 있는 의릉에 묻혔다고 한다. 혜릉 너머에는 현종과 명성왕후의 숭릉이 쌍봉을 이룬다.

동구릉을 돌아 나오는 숲길에서 나는 이 무덤이 주는 교훈을 가슴에 새겼다. 인간의 삶과 죽음, 영욕과 사랑. 숲길은 적막해 왕들이 살아있는 양, 그 옛날 일들을 속삭이고 있는 것 같았다. 정문을 나오니 아까 지나쳤던 태조의 시비를 다시 읽을 수 있었다.

『 登白雲峰(등백운봉) 』
引手攀蘿上碧峰(인수반라상벽봉)
一庵高臥白雲中(일암고와백운중)
若將眼界爲吾土(약장안계위오토)
楚越江南豈不客(초월강남기불객)

『 백운봉에 올라 』
손 당겨 댕댕이 덩굴 휘어잡고 푸른 봉우리에 오르니,
한 암자가 흰 구름 속에 높이 누워있네.
만약 눈에 들어오는 세상을 내 땅으로 만든다면,
초나라 월나라 강남인들 받아들이지 않으리.


태조 이성계가 삼각산 백운봉에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의 기상과 야망을 읊는 시다. 과연 그의 포부는 세상을 삼킬 것 같은 기세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부를 다 이루고도 나이가 들어서는 그 호랑이 같던 기상도 사라지고, 늙고 병든 늙은이에 불과했을 것이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풀 뒤덮인 그의 릉을 보고 되돌아 나오면서 인생의 외로움과 쓸쓸함은 그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느꼈다. 그의 죽음에 직면해서의 꿈은 고작 함흥에 묻히는 것이었을 뿐이니 말이다. 이제 70을 넘은 나로서도 그의 일생이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의 세월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던 애완견 애니가 15세의 나이로 지난 5월 하늘나라로 갔다. 장례를 치러주고 그리움과 슬픔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인생이 외롭고 슬픈 것은 옆에 있던 벗이나, 동물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수십 년간 치료해주었던 환자들이 하나둘씩 저세상으로 가기 때문이다.

회광반조(回光返照), 촛불도 꺼질 때는 한 번 빛을 발하고, 하루도 해질녘에 한 번쯤 환해지는 법이다. 촛불처럼 한 번은 반짝해야지, 6년째 지도를 받아온 기타로 나의 재능을 기부해야겠다. 역시 인생의 꿈은 기부와 사랑인 것을…. 그리고 외로움을 스스로 이겨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동구릉에서 돌아오는 길, 나의 자전거는 묵묵히 노년의 인생을 살아갈 내 건강을 싣고 한강변을 달리고 있다. 노년의 작은 희망을 가득 담은 채….

(5년간 감사했습니다. 기회 있을 때 다시 치과계 선후배님을 뵙겠습니다.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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