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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코로나,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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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 논설위원

나이 많은 막내가 들어온 다음날 31번 확진자가 나왔다. 그것도 우리집과 멀지않은 병원에서. 퇴근하는 길이 앰뷸런스와 경찰차들 그리고 취재진으로 엉망이다.


다음날 대학병원에 있는 후배로부터 확진자가 10명 이상이고 대학병원이 폐쇄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신천지라는 낯선 단어가 모든 도시를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다. 수술이 예정된 다수의 환자로 부터 취소한다는 전화가 여러 통 있었다는 직원의 얘기를 들었고, 예정된 모든 모임이 취소됐다는 메시지도 여럿 받았다. 어쩌면 도시가 봉쇄될지도 모른다는 유언비어가 유령처럼 떠다녔다.


대구시민들은 분노하고 좌절했으며 결국엔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며칠 뒤 첫 사망자가 나오고, 두 번째 세 번째 사망자가 연이어 나왔다. 거리는 하루가 다르게 비어갔다. 도시를 들어오는 언저리에 전국에서 모인 119구급차가 즐비한 동영상을 보고 마음이 너무나 어지러워졌다.


마스크를 파는 대형마트 앞에 늘어선 사람들은 그 다음날 비가 와도 줄어들지를 않았고, 시민들은 또 한 번 좌절과 분노를 느꼈다. 휴진에 들어간 치과가 많아졌고, 내과를 하는 친구와 이비인후과를 하는 친구도 확진자가 다녀가서 자가격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건소 직원이 확진되어 전 직원은 격리되고, 보건소 또한 폐쇄됐다. 의료진이 모자란 현장에선 의료인 동참을 호소하는 절규가 아주 오랫동안 도시를 안타깝게 했다. 시민들은 흩어졌고 심지어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얼굴을 가리고 손을 가렸으며 종내 마음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확진자 900명의 토요일이 지났다.


미래는 늘 오늘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 믿어왔다. 과학은 현란한 기술을 뽐내며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고, 모든 철학과 지식은 과학이 더 휘황찬란하게 보이도록 뒤치다꺼리하기에 급급했다.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과학이 가져다 줄 산술적 행복을 신뢰했다. 그 ‘미래’엔 인간이 서로를 더욱 더 이해하게 되고 포용하며 윤택한 사랑을 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지금 발전을 거듭한 인류역사를 거스르는―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나 미미한 존재에 의해 전 인류가 동시에 공포를 느끼는―지금의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으로 인해 인간은 나누어졌고 고립을 강요받았으며 강제로 격리됐다. 문명은 허술했으며 과학은 배신자처럼 AI와 빅데이터에 따른 비대면과 비접촉이야말로 과학적인 것이라 얘기하고 있고, 의학은 간신히 현실을 버티고 있다.


필자는 지금의 문명사적 위기를 극복하는 원천은 인간 스스로에게 있고, 어느 시대보다도 더한 인류애로 우리를 무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희망이 나오고, 함께 하고 있다는 동질감에서 용기를 가질 것이며 서로에 대한 믿음이 공고할수록 극복을 위한 기회를 계속 도모하게 될 것이다. 공포와 좌절은 접어두고 지금의 이 낯선 시대에 빨리 수긍하고 적응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치과는 비대면이 힘든 직업이라고 한다. 비록 고무장갑과 플라스틱 고글을 착용하고 환자 진료에 나서지만 우리는 그들의 눈을 직접 볼 수 있고, 고무장갑 너머 희미한 그들의 체온을 느낄 수가 있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31번 이후 4개월이 지났다. 체어에 앉은 환자가 “열도 나고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갔더니 바로 코로나19 검사부터 받으래서 검사받고 음성으로 나와 잇몸치료 하러 왔다”고 얘기한다. 그 옆에 앉은 다른 환자의 통화내용을 듣는다. “코로나 걸렸다가 다 나았다고?…아이고 고생했제?…”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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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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