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8 (토)

  • 흐림동두천 11.5℃
  • 흐림강릉 11.4℃
  • 흐림서울 14.3℃
  • 대전 14.0℃
  • 대구 13.2℃
  • 울산 12.8℃
  • 광주 13.2℃
  • 부산 13.9℃
  • 흐림고창 13.4℃
  • 제주 17.6℃
  • 흐림강화 11.4℃
  • 흐림보은 11.7℃
  • 흐림금산 12.9℃
  • 흐림강진군 13.6℃
  • 흐림경주시 12.8℃
  • 흐림거제 13.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코로나, 그 이후

URL복사

박세호 논설위원

나이 많은 막내가 들어온 다음날 31번 확진자가 나왔다. 그것도 우리집과 멀지않은 병원에서. 퇴근하는 길이 앰뷸런스와 경찰차들 그리고 취재진으로 엉망이다.


다음날 대학병원에 있는 후배로부터 확진자가 10명 이상이고 대학병원이 폐쇄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신천지라는 낯선 단어가 모든 도시를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다. 수술이 예정된 다수의 환자로 부터 취소한다는 전화가 여러 통 있었다는 직원의 얘기를 들었고, 예정된 모든 모임이 취소됐다는 메시지도 여럿 받았다. 어쩌면 도시가 봉쇄될지도 모른다는 유언비어가 유령처럼 떠다녔다.


대구시민들은 분노하고 좌절했으며 결국엔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며칠 뒤 첫 사망자가 나오고, 두 번째 세 번째 사망자가 연이어 나왔다. 거리는 하루가 다르게 비어갔다. 도시를 들어오는 언저리에 전국에서 모인 119구급차가 즐비한 동영상을 보고 마음이 너무나 어지러워졌다.


마스크를 파는 대형마트 앞에 늘어선 사람들은 그 다음날 비가 와도 줄어들지를 않았고, 시민들은 또 한 번 좌절과 분노를 느꼈다. 휴진에 들어간 치과가 많아졌고, 내과를 하는 친구와 이비인후과를 하는 친구도 확진자가 다녀가서 자가격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건소 직원이 확진되어 전 직원은 격리되고, 보건소 또한 폐쇄됐다. 의료진이 모자란 현장에선 의료인 동참을 호소하는 절규가 아주 오랫동안 도시를 안타깝게 했다. 시민들은 흩어졌고 심지어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얼굴을 가리고 손을 가렸으며 종내 마음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확진자 900명의 토요일이 지났다.


미래는 늘 오늘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 믿어왔다. 과학은 현란한 기술을 뽐내며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고, 모든 철학과 지식은 과학이 더 휘황찬란하게 보이도록 뒤치다꺼리하기에 급급했다.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과학이 가져다 줄 산술적 행복을 신뢰했다. 그 ‘미래’엔 인간이 서로를 더욱 더 이해하게 되고 포용하며 윤택한 사랑을 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지금 발전을 거듭한 인류역사를 거스르는―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나 미미한 존재에 의해 전 인류가 동시에 공포를 느끼는―지금의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으로 인해 인간은 나누어졌고 고립을 강요받았으며 강제로 격리됐다. 문명은 허술했으며 과학은 배신자처럼 AI와 빅데이터에 따른 비대면과 비접촉이야말로 과학적인 것이라 얘기하고 있고, 의학은 간신히 현실을 버티고 있다.


필자는 지금의 문명사적 위기를 극복하는 원천은 인간 스스로에게 있고, 어느 시대보다도 더한 인류애로 우리를 무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희망이 나오고, 함께 하고 있다는 동질감에서 용기를 가질 것이며 서로에 대한 믿음이 공고할수록 극복을 위한 기회를 계속 도모하게 될 것이다. 공포와 좌절은 접어두고 지금의 이 낯선 시대에 빨리 수긍하고 적응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치과는 비대면이 힘든 직업이라고 한다. 비록 고무장갑과 플라스틱 고글을 착용하고 환자 진료에 나서지만 우리는 그들의 눈을 직접 볼 수 있고, 고무장갑 너머 희미한 그들의 체온을 느낄 수가 있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31번 이후 4개월이 지났다. 체어에 앉은 환자가 “열도 나고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갔더니 바로 코로나19 검사부터 받으래서 검사받고 음성으로 나와 잇몸치료 하러 왔다”고 얘기한다. 그 옆에 앉은 다른 환자의 통화내용을 듣는다. “코로나 걸렸다가 다 나았다고?…아이고 고생했제?…”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밸류에이션 지표로 본 S&P500, 역사적 고평가 구간에 들어서다

최근 미국 증시는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 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이 주요 지수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으며, 각종 지표들이 과거 어느 시기보다 과열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고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 국면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러한 고평가 국면이 지속된다면 자산배분 투자자의 리밸런싱 전략 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S&P500의 밸류에이션을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네 가지 주요 지표는 PSR(주가매출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수익비율), 그리고 연간 배당수익률이다. 각 지표는 시장의 기대 수준, 기업의 실적, 그리고 주식의 내재가치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보여준다. 이 네 가지 지표를 종합해보면, 현재 미국 증시는 2000년 IT 버블이나 2021년 팬데믹 당시의 고점보다도 더 과열된 상태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PS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이 실제 매출 규모에 비해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PSR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IT 버블 당시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