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비급여 관리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개정한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45조 제2항에 따른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는 의료기관장이 환자들의 민감한 비급여 진료내역을 정부에 제출토록 할 예정으로 이의 문제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이 조항은 의료기관의 장에게 비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인 ‘진료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 세세한 의료정보 일체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환자 개인이 어떠한 진료에 얼마를 지불해 받았는가를 정부가 상세하게 알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확인할 수도 있는 사항이다.
그간 이러한 정보를 제출하지 않기 위해 급여 혹은 비급여 진료를 선택해오기도 했던 환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법이 보호해야 할 정보에 해당한다. 일례로, 최근까지 다수의 시민단체는 건강보험 데이터를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하기로 한 ‘데이터 3법’이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강력하게 반대한 바 있다.
또한, 이 조항은 의료인 입장에서 자신이 진찰하고 치료한 환자에 대한 사생활과 정신적, 신체적 비밀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은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윤리임에도,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비급여 진료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 민감한 의료정보 일체를 국가에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과태료 부과까지 예고해 의료인으로서의 내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하여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목적 외의 용도로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처리주체의 변경과 당초 수집 목적을 벗어난 개인정보의 처리를 초래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개인정보의 제공은 정보주체 스스로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결정할 권리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특히 개인의 인격 및 사생활의 핵심에 해당하는 민감 정보에 대하여는 다른 일반적인 개인정보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하였다(헌재 2018. 8. 30. 2014헌마368). 또한,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의료정보는 내밀한 사적 영역에 근접하는 민감한 개인정보로서 그러한 정보의 수집·공표가 쉽게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07. 5. 31. 2005헌마1139).
그런데 비급여 진료내역 제출은 제출 자체에 그치지 않고 수집된 민감 정보를 조사, 분석하여 일반에 공개하는 것까지 예정하고 있어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환자의 핵심 정보 일체를 보고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하도록 정함으로써 의료인의 양심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법 조항에 표기된 ‘진료내역 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의료법 어디에도 정의되어있지 않고, 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바에 따라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결정될 수 있어 법령 간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비급여 진료내역의 제출 없이도 그간 어느 정도의 공공성을 인정받아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공개해온 비급여 ‘항목, 기준 및 금액’ 현황 조사분석만으로도 환자들은 일반적인 가격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으며, 지금과 같이 정부가 민감한 비급여 진료내역을 수집하려고 추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국민 누구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의원급에 대한 비급여 진료체계는 정부 주도가 아닌 이전과 같이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3월 법령 공포 90일 이내인 헌법소원 제기기한 하루 전인 89일째에 발표하여 소송제기를 무력화하려는 의심이 제기되었던 정부의 비급여 공개에 관한 고시를 포함한 위 법령 조항에 대해 서울시치과의사회 소속 소송단은 밤을 새워가며 준비하여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의료계 전체의 관심과 조력을 요청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