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5 (토)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URL복사

기태석 논설위원

지리산자락 구례에 가 보면 구름과 새가 머물다 간다는 운조루(雲鳥樓)라는 고택이 있다. 그곳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뒤주가 있는데 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나무 독에 쌀을 채워 놓고 마을 사람들이 끼니를 이을 수 없을 때 타인능해라고 쓰여진 마개를 돌려 쌀을 빼내 밥을 지어먹을 수 있게 99칸 부자 주인이 잘 보이지 않는 장소에 이 뒤주를 놓았다.

 

현대사에 각종 민란과 동학, 여순사건, 6.25 전쟁 등 힘든 역사를 지내오면서 운조루가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인능해 정신 때문이었다고 한다. 계급투쟁 와중에 머슴이나 동네 소작인들이 빨치산이 되어 주인집을 노릴 만도 했을텐데 온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정신이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집안 곳곳에서 발견 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1m 남짓한 굴뚝이다.

 

밥 짓는 연기가 굶는 집에서 보이지 않도록 담장 위를 넘지 않거나 아예 집의 기단 밑으로 구멍을 내 바닥으로 연기가 빠져나가게 설계하였다.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였다. 1776년에 세워진 집이니까, 200년 이상 베푼 조상의 음덕이 쌓여 혜택받은 사람들이 나서서 파괴를 막아 준 것이다.

 

이러한 예는 빨치산 활동이 많았던 지리산 기슭이나 좌우익이 심하게 대립하였던 여수 등에서도 볼 수 있다. 구례 쌍산재(雙山齋)에는 붙박이 뒤주가 있어 20가마니를 저장해 놓고 보릿고개가 되면 빌리고 추수 때 갚았는데 이자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하인들의 임금을 양곡으로 주었는데 퍼가는 됫박을 하인에게 주고 더 가져 갈 수 있는 여지를 줌으로써 집안을 난리에서 구할 수 있었다.

 

여수 봉소당(鳳巢堂) 주인의 피화담은 더 드라마틱하다. 여순반란 사건 때 잡혀간 집주인은 좌익 대장이 주특기를 살려 경제적 독립을 시켜 주었던 소작농의 아들이었기에 도망칠 기회를 잡아 목숨과 집을 보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남에는 윤선도를 배출한 녹우당(綠雨堂)이라는 윤씨 고택이 있다. 이 집안은 ‘삼개옥문 적선지가’라는 별호가 붙어 있는데 그 뜻은 가난으로 세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갇힌 백성의 세금을 대신 내줘 세 번이나 감옥 문을 열었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또한 흉년이 들면 일거리 제공을 위해 350여년 전부터 간척사업을 해온 덕에 하루가 지나면 좌우익이 바뀌는 전란에도 살아남아 문화유산으로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사회지도층이나 가진 자들이 숨어서 도와주던 훌륭한 구휼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 치과계에는 어르신을 위한 구도자를 자처하며 일간지 광고에 임플란트 가격까지 공개하면서 동료를 공격하고 자신들만이 도덕군자인 것처럼 시민을 호도하고 있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나 같은 길을 가는 동료까지 속일 수 없다. 진정성 없이 남을 밟고 올라간 곳은 낭떠러지일 수밖에 없고 덕을 쌓지 못하면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을 만들지 못해  매일 광고 한들 고독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짧은 생을 살아가는 우리 삶을 한발 뒤로 물러서서 보면 물질에 집착한다는 것이 얼마나 덧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련만 안타깝다.

 

법적으론 잘못이 없지만 재벌가 자녀들의 제과업계 진출이 여론의 뭇매를 받은 것을 보면서 술에 취하면 자신이 취한 줄 모르듯, 돈에 취해도 본인이 그것에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을 모르는 그들에게 최근 조계종 종정 추대법회에서  진제 스님이 하신 말씀을 들려주고 싶다.

 

“쟁즉부족(爭卽不足)이나, 양즉유여(讓卽有餘)로다.” 즉, “만 냥의 황금도 다투면 부족하지만 서 푼이라도 사양하면 남는 법입니다.” 욕심을 버리면 오히려 넉넉해진다는 뜻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나는 반딧불’의 위로가 지닌 의미
얼마 전 진료실 라디오에서 잔잔한 노래 하나가 들렸다. 얼핏 처음 가사가 들렸을 때 스스로 빛나는 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반딧불이라고 들렸다. 그래서 슬프다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 다음 가사가 알고 보니 자신은 개똥벌레였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빛나는 별이 아닌 줄 알았고 반딧불인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그것도 아닌 개똥벌레였다면 엽기적이고 가학적이고 심한 우울한 가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많은 대중들이 위로를 받는다고 하여 노래를 찾아보았다. 가사는 살다가 어느 날인가 스스로 하늘에 빛나는 별이 아닌 땅에 기어 다니는 개똥벌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개똥벌레도 스스로 조그만 가치의 빛을 낸다면 누군가에겐 비록 작더라도 소중한 빛을 내는 반딧불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내용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해 말부터 우울했던 대중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잔잔한 음률에 남성 가수의 담담하고 고즈넉한 목소리 톤으로 부른 ‘나는 반딧불’이다. 잔잔한 음률에 젖어서 찬찬히 가사 내용을 음미해보면 2·30대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하늘에서

재테크

더보기

2025년 7월 미국 증시 S&P500 자산배분 투자 전략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이후 미국 증시는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하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추가적인 금리 인하 기대감 덕분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시는 단기적으로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투자 심리 또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시장의 조정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전략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시장의 변동성에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과 주요 시장 지표 분석을 바탕으로 2025년 7월 미국 증시를 전망하고,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연준의 기준금리 사이클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 전략이다. 이 전략은 금리 사이클(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활용해 시장 국면을 분석하고, 각 국면에서 유리한 자산은 매수하고 불리한 자산은 매도함으로써 저가 매수와 고가 매도를 반복한다. 현재 금리 사이클은 2023년 8월 금리고점(A)을 기록한 후, 2024년 9월부터 첫 금리인하(B)가 시작되면서 자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공급 효과는 지속될 수 없으며, 실물 경제의 침체가 자산시장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