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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갈아엎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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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논설위원

오랜 노력이 허사가 됐을 때나 커다란 상실감을 느낄 때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표현을 쓰곤 한다. 이는 불가(佛家)에서 우주가 벌이는 끝없는 변화의 현상을 설명하는 ‘일체제행무상(一切諸行無常)’이라는 글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가 만든 세상도 우주의 일부이니,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래야겠지만, 작금의 무한질주본능이 생명력의 합목적적(合目的的) 발현인지 염려스럽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속도가 과도해 항상 제자리에서 그 모습을 지키는 것들이 이따금 귀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모방은 창조’라는 고색창연한 말과 함께 교육받으며 성장한 7080 세대에겐 현시대의 변화 속도는 다소 벅찬 수준이지만, 앞서 2~30년 한 세대를 넘어오며 형성된 X세대와 밀레니엄 세대들에겐 ‘유(有)에서 유(有)를 만드는 제2의 창작’으로 정의(‘편집의 힘’ 김용길著)되는 ‘편집’이 적정한 수준의 변화의 핵심으로 제시됐다.

 

이어 등장한 Z세대에서 ‘변화’는 과거 세대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색깔은 과감히 지워내고 나만의 색을 덧입히는 리메이크, 리모델링, 리마스터링 형태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들에겐 이전의 것에 무엇을 좀 더 얹어놓는 수준의 모방과 편집은 더 이상 감각과 인지반응 역치에 미치지 못하는 변화인 것이 확실하다. 보다 다양하고 강력한 새로움을 요구하는 새 세대의 변화에 대한 욕구는 사회와 문화, 나아가 정치와 행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새 시대와 새 세대의 욕구 수요를 재빠르게 간파한 IT업계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상, 이른바 메타버스를 만들어내고 점점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수도권의 무계획적 팽창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일산과 분당 등에 신도시를 만들어 낸 것은 해외 사례와 기존 도시들과의 사회적·공간적 관계 등 제반 관련 조건들에 대해 상당한 고민과 배려가 담긴 ‘모방과 편집’ 범주에 들어간 보편적 수준의 변화였다. 대화와 타협 같은 번거롭고 수고로운 과정에서 수정 방안을 논의하고 적절한 보상도 이뤄졌기 때문에 무리한 과정도, 의외의 결과도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신도시 개발사업은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화와 타협, 보상이나 수정이 필요치 않은 외진 곳에서 개발 타당성에 대한 전문적 평가나 여론의 수렴도 없이 대규모의 사업을 순식간에 끝내버리곤 한다. 개발사업이 끝난 현재 학교나 병원시설은 물론 치안도 부실한 그저 겉만 예쁜 과일과 같은 도시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올해 여름 태풍의 영향으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후, 현장을 방문한 한 정부 관계자가 ‘반지하 거주지를 모두 주거지로 불허해 다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책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실은 땅이 좁으니 메타버스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 잘 살아 보자는 수준의 단세포적 문제 해결 방식이 여실히 드러난 해프닝이었다. 이 황당한 발언에 선량한 이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으나, 나중엔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변화무쌍한 우주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들을 맞이하게 된다. 경험과 지혜가 갖춰졌다면 효과적인 방법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저 닥치는 대로 갈아 엎는 식의 메타버스的 제안이나 반지하 대책과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고 이는 결국 문제의 본질을 흐려 공동체의 역량과 시간을 허비하게 한다.

 

연어는 산란 과정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오르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러한 현장이 진정 자연스러운 변화와 지속의 전형이다. 우리는 우리 기준으로 편안한 느낌을 일컬어 ‘자연스럽다’고 하지만, 자연스러움과 생명력의 근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실함과 노력, 처절한 희생 속에 이어져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치과계 또한 다가오는 여러 변화와 도전들을 보이는 대로 갈아엎거나, 포기하고 다른 세상으로 도망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궁색하고 지루해 보여도 끝까지 우리의 뿌리가 박힌 땅을 달래고 다듬어가는 자세야말로 진정 ‘자연스러운’ 적응과 성공적 진화의 과정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굳은 믿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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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개념은 종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인도 힌두교는 이원론적인 악으로 선의 신과 대등하게 전쟁을 하는 존재다. 반면 기독교는 하느님의 최고 천사가 반역하며 타락하여 사탄이 되었다. 불교는 신도 악마도 모두 중생으로 연기법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도교는 신도 관료체계가 있어서 가장 높은 옥황상제 밑에 신하 신들이 있고 최하위에 인간 범죄자 같은 하급 저질 영혼인 귀(鬼)와 마(魔)가 있다. 유교는 철저하게 인간 중심개념으로 절대 신도 악마도 없다. 인의예지 안에 있으면 선이고, 벗어나면 악이라기보다는 불선의 개념이다. 악마의 등장은 사후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권선징악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악당이 더 잘사는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사후세계에서 확실하게 징벌하는 개념을 종교가 도입하였다. 우리 전통사상에는 절대 악마가 없었다. 일본 요괴와 서양 드래곤은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악의 존재다. 우리 전통사상의 도깨비는 장난기는 있으나 권선징악의 존재다. 원래 우리 전통사상에는 선악 개념이 없었다. 인간은 선량하고 행복한 저승 사람이 이승으로 놀러 왔기 때문에 원래 선한 것이다. 원한이 있으면 푸는 것이고, 악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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