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며 ‘문재인케어’에 직격타를 날렸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석 달 만인 지난 2017년 8월 9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30여조원을 들여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보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하여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며 “이렇게 절감한 재원으로 의료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민의 은퇴 후를 대비할 국민연금 체계를 강화해야 할 상황이다. 다수의 국민에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적어도 낸 만큼 돌려받는 국민연금을 선택한다. 국민연금보다 도입 시점이 빨랐던 건강보험은 소득상한선이 없고, 징수제한 연령 또한 없다. 도입 시에 비해 소득 수준이 오른 탓에 대다수 직장가입자는 1년에 수백만원이 넘는 건강보험료를 내기 일쑤다.
인구 고령화가 심해지고, 부동산 가격 등이 오른 최근 수년 사이에는 피부양자 요건을 강화한 탓에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또한 2배 이상 오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은퇴 후 피부양자에서 제외된 지역가입자들 중 많은 수가 건강보험료를 내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집 한 채 가지고 있다고 한 달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건강보험료를 내는 상황인데 이 금액을 1년 합산하면 수백만원이고, 10년이면 수천만원에 달한다.
의료인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면 건강한 일반 국민은 성실한 직장생활로 집 한 채 마련하면 은퇴 후에도 지역가입자가 돼 직장생활과 지역가입자 기간을 포함하면 수천만원 이상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하지만 사망 전까지 납부한 만큼의 건강보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이유에서 건강보험의 보편적 보장성은 낮춰 간단하고 위중하지 않은 감기와 같은 질환 등은 비급여로 전환하고, 선천성 희귀질환 등에 대한 사회적 보장성 강화 중심으로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거기서 더 나아가 과거와 달리 국민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건강보험료를 낮출 필요가 있다. 이렇게 낮춘 보험료는 개개인이 국민연금으로 전환하여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또한 일부 외국인들의 과다한 건강보험 이용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엄격한 자격제외 또한 필요하다.
거의 모든 정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주요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5년 사이 30조원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한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며, 진료비는 안올리고 검사비만 관행 수가의 60%는 우습게 수가를 정한 탓에 검사를 과다하게 해야 살아남도록 의료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실손보험이 보장하던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되면서 수익구조가 개선된 실손보험사들은 여전히 적자를 호소하며 정부에 ‘비급여 관리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정부는 시장경제 구조를 무시한 채 정부 주도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비급여 진료내역 보고’ 등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우리 치과계 역시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되돌아보고 재정비해야 할 시간이다. 앞으로는 구강악안면기형 증후군 등과 같은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나 저소득층 대상의 치과의료정책 마련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존 급여 항목의 비급여 전환에 대한 연구나 비급여 항목들이 적절한 수익구조를 가질 수 있는 경제학적 연구들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의료서비스업의 중요성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요 청년 고용창출 직군이자, 환자들에게 세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소규모 의료기관들이 많을 수밖에 없음을 정부에 어필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도 정부의 치과의료정책을 그리며 맞춰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