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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사기(詐欺)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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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혁 논설위원

눈 뜨는 아침에 만나는 지면의 스토리는 대부분 극악한 사건으로 시작하는데 그나마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게 사기(詐欺)사건 정도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나쁜 놈” 하고 내뱉지만 묘한 자괴감 뒤에 다가오는 현실은 정말 대단한 사기꾼을 본다는 감탄을 넘어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었는지 어설픈 경이감마저 든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의 시작을 사기로 출발하고 작은 사기행각들을 받아들이며 보낸다. 속고 속이는 무던한 눈속임부터 변명으로 마무리될 수 없는 다양한 다툼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에게는 인생의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셈이다.

 

요즘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중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이 있다. 돈 밖에 모르고 밝힘증에 익숙한 동이부화(同而不和)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헤쳐 놓은 글이라 통쾌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자기 것으로 내놓을 것조차 생경한 이들의 처지라면 막상 불안증을 느낄 법도 하다. 내가 좋아하고 내세울 것마저도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는 오늘날 이 집단주의 폭탄주 문화는 좋아하는 술마저 잊고 두 술의 황금비율과 잔 놀림의 재주에 기나긴 밤을 묻도록 만든다. 그나마 소중한 나의 물건이 먼지 속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영어에서도 ‘den’이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는 동물의 굴(窟)이라는 의미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작업실이나 서재의 의미로도 쓰인다. 중요한 것은 사물이건 공간이건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그 존재가 대부분 우리들에게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사기(詐欺)는 사기꾼의 엄청난 재주다. 실제로 며칠간의 밤샘 잠복 끝에 붙잡은 사기꾼을 이송하던 형사는 사기꾼의 말에 속아 단 30분 만에 풀어줄 뻔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대동강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의 해학도 그 바탕에는 배금주의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비수의 칼끝이 숨어있다. 다시 말해 사기의 성립에는 한탕주의가 도화선이 되는 단순한 인과 관계가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사회는 출세와 성공을 권해왔고 멋진 자동차와 모델 같은 연인의 무의식을 이미 사람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각인시켰다. 그래서 사람들을 동화시킬 여력도 없이 종교마저도 이 거창한 사기극에 놀아나 기독교는 개독교로 비아냥 받고 석가탄신일을 바로 앞둔 승려들마저 도박판에 걸려들고 말았다. 정치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지만 이제 대다수 사람들의 심중에는 적어도 걸리지 않는다면 아예 사기를 쳐도 되는 세상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전개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묘한 사기의 덫과 그물에 걸린 세상에서 힘겨운 씨름을 하고 때로는 그 사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기도 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처럼 혼신을 다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것, 소위 취미벽(癖)에서도 그렇다. 이 사회에는 소박한 취미마저 악용해 사기를 쳐대는 인간들로 득실거린다. 그래서 그 잘난 물건이라도 제대로 즐기려면 전심을 다해 미친 듯이 파고들지 않으면 한참을 돌아야 한다. 순수와 동정의 사기는 그래서 매일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언제든 밀고 들어와 정복의 깃대를 꽂을 태세다. 사기의 미학이 오늘날처럼 정치와 경영의 손자병법으로 우뚝 선 때가 있었는지 한편 한류의 위세가 멋진 문화의 마침표를 찍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싶다.

 

요즘은 우리 치과의사들마저 사기의 행렬에 끼여 휘둘리기도 하고 아예 그 반열에 오른 이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하긴 배울 것도 없고 버릇없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거나 좀 나아보이기 위해서 스스로 선택한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사기에 익숙해진 이 세상은 끝없는 진보를 계속하는 탓에 반드시 꼬리가 긴 하수들을 걸러내고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환자, 심지어는 같은 동료들에게도 뻗어대는 마수의 손길을 이 촘촘한 세상은 언제까지 미꾸라지 노릇을 하도록 마냥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아가 성실과 정직의 블루오션에서는 결국 그들 또한 먹잇감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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