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충청북도 김영환 도지사가 최근 충북의대 정원 확대는 물론, 국립의과대학 및 치과대학 신설을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국립치과대학은 충북대와 통합하는 교통대(충북 충주시 소재)에 설립하겠다는 입장으로 지역 치과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대 신설’카드, 치과계 혼란 가중
의대정원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 치대 신설론까지 가세해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치과의사공중보건의사(이하 치과공보의)를 대상으로 진행된 ‘치대 신설’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180명)의 99%가 치대 신설을 ‘반대’ 한다고 답했고, 그 이유는 ‘원내생 진료에 환자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 ‘현재도 치과의사는 과잉 공급 상황’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번 설문조사는 대한치과의료인적자원관리협회(회장 박창진)가 치과공보의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에는 총 180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는 2021년 졸업자가 35.6%로 가장 많았고, 2022년이 29.4%, 2023년 24.4% 순으로 대부분 최근 3년 이내 치과대학을 졸업해 현재의 치과대학 및 치대병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연령대로 분포됐다.
먼저 설문에서는 ‘원내생 임상실습 시 환자 수급은 원활했는가?’를 물었다. 이 질문에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167명(92.8%)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원활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13명(7.2%)에 그쳤다.
또한 ‘원내생 임상실습 시 환자 수급은 어떻게 진행했는가?’라는 질문에는 ‘학생 각자가 알아서 수급했다’는 응답자가 95.6%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병원에서 원내생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임상실습을 진행했다’는 응답자는 단 4명에 불과했다. 이 밖에 ‘학생회 차원의 검진 등 외부활동으로 수급했다(3명)’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응답자의 기타 의견을 보면, ‘부모님을 통해’ ‘개인적인 친분’ ‘진료비 대납’ ‘영업을 뛰듯 알아서’ ‘학생들이 흥신소까지 찾아가게 하는 학교도 있다’는 등 원내생들의 환자 수급이 매우 심각한 지경인 것으로 파악됐다.
치대 신설론에 젊은 치과의사들 ‘분통’
이런 상황에서 충북도의 ‘치대 신설’ 추진은 최근 치대를 졸업한 젊은 치과의사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설문에서도 충북도가 ‘충북대 국립 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안과 관련해 응답자 1명을 제외한 179명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젊은 치과의사들의 절대다수가 치과대학 신설을 반대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되는 지점이다. 설문조사에서 기타 의견으로 취합한 치대 신설과 관련한 젊은 치과의사들의 목소리도 매우 격앙돼 있다.
한 응답자는 “이미 의료인력이 포화상태인 치과계에 더 이상 치대 신설은 절대적으로 불필요하다”며 “중부권에 치대가 부족해 치과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 같은데, 이미 대전·충청 지역에는 3개의 치과대학병원을 비롯해 다수의 2차 치과병원이 존재하고 있다. 이외에도 의대병원 내에 개설된 치과(충남대병원, 을지대대전병원, 건양대병원 등)까지 고려한다면, 타지역에 비해 중부권의 상급치과 접근은 절대 어렵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기존의 치대 입학정원을 줄이지도 못하는 와중에 신설은 말도 안 된다 △현재도 많은 치과의사가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는데 더 늘리는 것은 불가하다 △지역에 하나 있어야 한다는 논리라면 광주광역시(전남), 전북 에 각각 두 개의 치과대학이 있는데 하나로 줄이는 것이 맞다 △의대정원 확대, 치대 신설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정책이다 등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또한, 한 응답자는 “충북대에 치과대학 설립이 꼭 필요하다면 전체 치과대학 정원은 유지하고 각 치대에서 입학정원을 각출해 설립해야 할 것”이라며 “치과의사 포화 상태에서 무슨 치대 신설인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매우 강경하게 대처해달라. 힘을 모아야 한다면 후원금도 내겠다”고 적극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현재 충북 충주시에 개원하고 있는 치협 이만규 감사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치대 신설 추진과 관련해 “치대병원은 의대병원과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르고,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2000년대 들어 치대병원 환자 수가 급감했고, 원내생들이 환자를 개인적으로 조달해서 졸업하는 실정”이라며 “수익성이 없는 국립치대 신설, 국립치대병원 신축은 결국 세금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정부와 충청북도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