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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어떤 모순(矛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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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37)

‘모순(矛盾)’이란 이치에 맞지 않는 논리가 서로 충돌할 때 사용하는 중국고사에서 나온 단어다. 무엇이든 뚫어내는 창과 어떤 것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가 만났을 때가 모순이다.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목도했다. 종합병원에는 대부분 종교시설을 운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도 지하 4층에 종교시설들이 모여 있다. 근무가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가끔 명상을 하기 위해 이용하곤 한다. 지난주 일이다. 4평 남짓한 법당 한 모퉁이에 벽을 보고 앉아 명상 중인데 갑자기 문이 우당탕 열렸다. 일반적으로 법당문은 조용히 여는 것에 반하는 행동과 소란함에 신경이 조금 쓰였다. 그 후 3분도 안 되어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한다. 20대 여성 목소리였다. 10분 정도를 통화하고 끊고는 다시 또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는 또다시 10분 남짓 통화를 했다.

 

조용해지는 것을 더이상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뒤돌아보니 20대 중반 정도 여성이었다. 마침 전화를 끊은 그녀는 그제서야 3배를 했다. 법당에는 들어오자마자 부처님께 3배를 하는 것이 기본예절이건만 자신의 통화를 멋지게(?) 끝내고 3배를 하는 모습이 조금은 생소했다. 화엄성중 탱화에 절을 하고 있었다. 순간 필자에게 모순이란 생각이 스치며 그녀는 누구에게 왜 절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불교의 창시자는 석가모니 부처로 되어있지만, 석가모니가 종교를 만든 적이 없다. 그는 늘 자신은 모르는 길을 가르쳐주는 안내자일 뿐 스스로 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수행을 통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스승일 뿐이라 말했다. 마지막 열반에 드실 때도 유언이 “끊임없이 정진하라”였다. 그 후 제자들에 의해서 종교적인 교리가 만들어지고 종교가 되었다.

 

통상 법당 우측에는 불법을 수호하고 수행자를 보호하는 호법신장인 화엄성중이 탱화에 모셔져 있다. 그런데 필자의 명상을 방해한 그녀가 화엄성중에게 절을 하니 모순인 게다. 종교적으로 수행을 방해하는 것을 막는 선봉장이 화엄성중이다. 그녀의 행동을 막지 못한 화엄성중은 직무유기를 한 것인데 거기에 절을 하는 것이 조금 웃긴 일이다. 마치 범죄자가 경찰 앞에서 죄를 짓고 숨겨줄 것을 요청하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종교적인 내용을 모르다 보니 행한 행동이라 생각되지만, 종교를 떠나서도 누군가와 좁은 공간에 같이 있어야 한다면 최소한 방해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고 보편적 예의다.

 

법당 문을 나오는데 뭔가 씁쓸했다. 시간대와 나이상으로 보아서 아마도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 간호사로 유추되기도 하는데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행여 그런 성향이라면 간호사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간호사란 환자의 아픔과 불편을 예지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과연 그녀는 무엇을 위하여 누구에게 절을 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행여 그녀가 화엄성중과 산신령을 구분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산신령은 불교가 전래되기 전부터 존재해온 한국 토속신앙에서 최고의 신이다. 산의 주인은 산신이다. 전 국토에 산이 많다보니 인간의 길흉화복도 산신이 도와주는 것이 토속신앙의 중심이 산신 사상이다. 불교가 전래되면서 산신 사상 속으로 들어갔다. 절 속에 산신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산신각 밑에 절이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이 불교와 산신사상을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신령은 노하고 벌도 줄 수 있지만 부처는 깨달은 분이기에 분노하지 않는다. 즉 “부처가 노했다”라는 명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불교와 토속신앙인 산신령을 구분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된다. 구복신앙은 토속신앙인 산신령에게 해야 한다. 부처는 “얼마든지 기도를 하여 나를 한 발자국 옆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면 기도를 추천하리라. 기도하는 것보다 내가 한 걸음 걷는 것이 확실하다”고 실천을 강조했다.

 

그녀는 석가모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알고 절을 하는 것일까. 그녀의 예의 없는 행동이 마음이 걸리는 것이 필자가 꼰대라서 일까. 수행이 부족한 탓일까. 그녀는 많은 화두를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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