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장기요양기관 평가지표(이하 평가지표)에 ‘구강관리’ 항목 독립신설을 위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공식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원장으로는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임지준 회장과 서울치대 조현재 교수가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원장 이원필)에서 열린 첫 회의에는 추진위 위원들이 모여 구강관리 항목 신설을 위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기요양기관 평가제도는 국민건강보험 주관으로 전국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되는 제도다. 현재 구강관리의 경우 세면, 목욕 등 ‘청결도움’의 하위개념으로 포함돼 있어 환자 구강관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고, 평가지표 자체가 없기 때문에 피드백조차 얻을 수 없다.
구강관리는 청결뿐 아니라 섭식, 연하, 영양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청결하지 못한 구강은 ‘흡인성 폐렴’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유발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고, 흡인성 폐렴으로 인한 급성 호흡곤란증의 치사율은 75%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구강건강이 곧 전신건강으로 직결되는 만큼, 건강 취약계층인 노인들을 위한 지속적인 구강서비스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요양기관에는 기본적인 환경조차 조성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추진위가 일부 요양원 입소자를 대상으로 △틀니관리 상태 △구강위생 관리 상태 등을 파악한 결과 틀니를 수개월 간 빼지 않고 사용해 곰팡이가 생기거나, 구강점막 감염 및 종창 등 응급진료가 필요한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구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요양기관 어르신들이 최소한의 구강관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지표에 구강관리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 추진위의 설명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현재 교수(서울치대예방치학교실)의 ‘2023년 요양원 구강검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비교 및 문제점 분석’ △임희숙 교수(경희대동서의학대학원노인학과)의 ‘노인 영양의 중요성 및 저작 능력에 따른 맞춤형 음식 제공의 필요성’ △김현경 팀장(서울요양원 재가복지센터)의 ‘실제 현장에서 접하는 어르신 구강 관리의 어려움 및 지원 방안’ △장효숙 겸임교수(한양여대치위생과)의 ‘장기요양기관 종사자의 구강 관리 인식도 및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방안’ 등 노인영양, 간호, 복지, 구강관리 교육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 위원들의 발표도 진행됐다.
각 위원들은 고령인구의 균형있는 영양섭취, 나아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구강건강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요양기관 입소자의 경우 자립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치과 전문가 및 간호·돌봄인력의 전문적인 구강케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어르신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과 함께 종사자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해 공감을 얻었다.
추진위 임지준 공동위원장은 “구강관리 부실은 자칫 생명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이런 것들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대로 방치된다면 추후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오늘 회의를 발판삼아 치과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바꿔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함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심사실 서정아 요양평가부장은 “구강관리가 흡인성폐렴으로 이어진다거나, 어르신 구강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다”면서 “사안에 대한 중요도를 알릴 수 있도록 꾸준히 당위성을 제기해주길 바라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안건으로 논의하는 방안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