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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전문가로서의 윤리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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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덕 논설위원

며칠 전, 치과 막내 직원이 “원장님 이것 좀 드세요”라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 손에 삶은 옥수수 하나를 종이컵으로 잡고 있었다. 웬 옥수수냐고 묻자 방금 다녀가신 할머님이 직접 삶은 거라며 주셨다고 했다. 건네받은 옥수수를 보고 있자니 문득 한 환자분이 생각났다.

 

몇 년 전 할머님 한 분이 삶은 옥수수를 양손 가득 들고 틀니를 하고 싶다며 내원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의 소개로 방문한 A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한 달 만에 빠져버려서 그냥 틀니로 치료받고 싶다고 하셨다. 실제로 파노라마를 확인해 보니 이미 제거된 임플란트의 그림자만 보일 뿐 임플란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환자가 원하는 부분틀니로 치료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부분틀니 시술 등록을 하기 위해 수진자 조회를 해보니 임플란트뿐만 아니라, 부분틀니도 이미 시술 등록이 되어 있었다. 임플란트 치료가 끝난 후 이를 지대치로 한 부분틀니는 가능하지만, 동일 치아에 부분틀니 등록을 먼저하고 임플란트를 동시에 치료한다는 것이 임상적으로나 급여 기준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에 환자분께 이전 치료받은 틀니는 어디 있는지 여쭤보니 틀니는 설명 들은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한번 부분틀니 등록이 되면 7년이 지나야 다시 보험 적용이 가능하니 A치과에 확인해 보라는 설명 말고는 해드릴 것이 없었다. 하지만 환자분은 이전 치과에는 전화하기 힘드니 여기서 어떻게든 해결해달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계속 부탁했다. 한참의 대화 끝에야 이전 치과에 연락하기 힘들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환자분께서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아 A치과에 뭔가 확인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미안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본인부담금을 안 냈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면제받는 조건으로 A치과에서 유인 알선한 것이었다.

 

최근 지면에서 이 할머님과 비슷하게 본인부담금 할인을 미끼로 유인 알선 후 부실치료와 허위청구로 이어진 사례가 보건소 검진을 통해 확인됐다는 기사를 봤다. 이 건은 다행히도 공단 환수 결정이 나고, 급여 부분틀니 등록은 취소 처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사를 보며 몇 년 전 옥수수를 삶아 오신 할머님은 이렇게 해결되지 못했던 것이 새삼 죄송스럽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비윤리적인 행위를 목격하고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치과의료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고도의 윤리적 직업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부 치과의사가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체 치과계와 환자들의 신뢰와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모든 치과의사와 치과의사 단체는 이러한 일부 치과의 비윤리적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방관하지 않고 윤리적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진정한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비록 현재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자율징계권은 없지만, 시범사업 단계에 있는 ‘전문가평가제’만이라도 좀 더 실효성 있게 보완하여 정착시킨다면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치과의사들이 윤리적인 면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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