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 간 개업의로써 매일매일 바쁘게 진료하며 토요일 진료와 주 2회 야간 진료까지 하다보면 주중 하루 휴일이 생겼을 때 단순히 집에서 쉬는 것보다도 일상을 벗어나 그 휴일을 최대한 활용하여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즐거운 치과 생활 편집 위원들 (본인도 편집 위원으로 소속되어 활동 중, 이하 즐치 편집 위원들)이 정기 편집 회의에 모여 당일 탐방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편집 위원들 중 한명이 마침 당일 해외여행의 경험을 소개해 주시며 최적의 후보지로 일본 후쿠오카를 적극 추천해 주셨다. 이를 계기로 즐치 편집 위원들이 당일 하루 후쿠오카로 다녀오는 일정을 가지게 되었다.
후쿠오카는 시내에서 공항이 가장 가까운 규슈의 대표적 관광 도시고 규슈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시(市)다. 후쿠오카시가 속한 후쿠오카현은 일본 규슈 북부에 위치하며 규슈 최대 현이자 중심지다. 교통의 중심이기도 해서 명실상부한 규슈의 수도와 같은 지역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오사카, 도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찾는 일본 유수의 관광지이기도 하다.
인천~후쿠오카 비행 시간이 김포 ~ 제주도 구간과 매우 유사한 약 80 분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자연스레 제주도 당일치기 같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하루 일정을 많이 경험하면서도 다음 날 진료 및 다른 일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야 되므로 체력적으로 무리한 새벽 출발과 심야 도착을 하지 않는 일정으로 결정했다. 인천에서 오전 8 ~ 9시 정도에 출발하고 저녁 8 ~ 9시 정도에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계획으로 비행기를 알아보고 현지 탐방 일정을 짜게 되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공항 버스를 타고 인천 국제 공항에 오전 6시에 도착할 때만 하더라도 아침 일찍이라 출국 수속에 매우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실상은 완전 반대라 적잖이 당황했다. 공항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이른 아침부터 출국 수속을 하느라 수속 줄도 매우 길게 늘어져 있었다. 사전에 신청해서 만든 인천공항 스마트패스로 그나마 출국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국제선은 이른 아침에도 매우 붐비기 때문에 많은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지인의 경험담을 확연히 느끼면서 인천 공항의 하루 시작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속으로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탑승 후 동행한 위원들과 얘기를 나누며 일정을 정리하다 보니 금방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9시 대에 다른 비행기가 없었는지 나가자마자 기다림 없이 입국 수속이 신속하게 이루어져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마침 현지 날씨가 매우 화창하고 햇빛도 따사로울 정도로 좋아서 모든 편집 위원들이 기분 좋게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모두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느라 약간 출출한 상태라 이른 점심을 먹는 것으로 첫 일정을 가지게 되었다. 공항에서 식당으로 이동할 때 우버로 호출한 일본 택시 2대로 나눠서 이동했는데 공항 밖 바로 근처에 있는 우버 택시 탑승장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이용하기 편리했다. 요즘 일본 우버에서 사용자 활성화를 높이기 위해 할인 쿠폰을 쉽게 얻을 수 있게 해놓아서 상대적으로 할인된 저렴한 금액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이동할 때 알게 된 놀라운 점은 공항에서 시내 접근성이다. 그 거리가 약 3.5 km 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라 대중 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이동 시간이 약 15분 정도로 여타 다른 공항과 시내 사이의 이동 시간이 보통 1 시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면 시간 활용성에서도 당일 여행의 큰 장점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즐치 편집위원들과 후쿠오카의 유명 음식 중 장어 덮밥(우나기야)을 맛보기로 하고 처음 결정한 식당이 요시즈카 우나기야라는 식당이었으나 마침 휴무일이라 이 식당과 가까우면서도 나카 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우나기노 에이토를 이용하게 되었다. 현지 유명 식당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데 비해 좌석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필수이겠지만 우리 일행은 공항에서 나오는 시간을 알 수 없어서 예약 없이 식당으로 갔다.
다행히 개점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영업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 모두 넉넉히 앉을 수 있는 개별 룸으로 응대를 받을 수 있었다. 크게 2가지 방식의 장어 덮밥이 있는데 히츠마부시는 구운 장어를 잘게 썰어 밥 위에 얹고, 고명과 함께 먹는 방식이다. 보통 3단계로 나누어 먹으며 처음에는 그냥, 두 번째는 다양한 고명을 얹어, 세 번째는 오자츠케(차나 육수)를 부어 먹는 음식이다. 세이로부시는 장어를 찌는 방식으로 만든 요리이며 장어를 나무 찜기(세이로)에 넣어 쪄서 만들었기 때문에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일행 모두 한국에서 익숙하게 맛본 장어덮밥의 맛과 비교해 보기 위해 히츠마부시를 선택해서 식사를 하였다. 장어의 익힘과 양념이 익숙한 맛이라 친숙하게 다가왔고 계란말이는 매우 부드러워서 입에 넣으면 금방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밥이 인상적이었는데 양념이 된 쌀밥이 장어의 맛을 가리지 않으면서 잘 돋구어주는 조화가 뛰어나서 입 안에서 섞이는 즐거움이 뛰어났다. 후식으로 일본 떡을 이용한 푸딩이 나왔는데 정갈한 디저트로 마무리가 좋았다.
점심 마무리로 먹은 푸딩의 단맛이 입안에서 계속 맴돌아서 그랬을까? 하카타역으로 걸어가는 도중 더욱 달달함이 당겼는지 수플레 팬케이크 전문점에 걸린 메뉴 사진을 보고 일행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홀린 듯이 들어가게 되었다. 마침 우리가 들린 곳이 츠바키사롱(하카타점)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팬케이크가 유행하는 디저트인데 츠바키사롱은 수플레 팬케이크으로 특별히 유명하다. 부드럽고 푹신한 질감을 가지는 팬케이크 위에 여러 종류의 토핑이 올라가 다양한 맛을 녹여내고 있었는데 촉촉함, 달달함과 계란의 부드러움까지 느끼게 만들어 먹자마자 정말 순식간에 접시를 비우게 만들었다. 현재 일본에서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은 서부 일본에서 가장 큰 철도역 중 하나로 후쿠오카 시의 중심부에 위치에 있고 시내 여기저기를 다니기에 아주 편리한 위치에 있다. 주변에 다양한 호텔, 식당, 상점 등이 밀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역 자체가 매우 규모가 큰 복합몰이다. 우리 일행은 하카타 역에 있는 한큐백화점 지하에서 일본 여행 기념으로 구매하게 된다는 갸또러스크를 비롯하여 여러 선물용 과자를 구매하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텐진으로 이동했다.
일본 문화에서 절대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은 가히 애니메이션의 천국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제작, 유통, 방영되고 이와 관련된 산업이 매우 크게 발전되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일본 전통과 현대 문화를 반영하고 사회, 정치적 문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전세계 영화를 비롯한 여러 문화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피규어, 캐릭터 소품, 만화책, 뱃지 등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구경하며 쇼핑할 수 있는 굿즈샵으로 유명한 곳이 애니메이트이다. 후쿠오카 애니메이트를 둘러보기 위해 텐진역 인근 최대 쇼핑몰인 파르코 백화점에 들렸다. 백화점 내 애니메이트를 둘러보고 나니 위, 아래 층으로 짱구 매장과 일본 캐릭터 전문 파크인 키디랜드도 있어서 얻어걸린 기분으로 즐겁게 다양한 캐릭터 및 소품 구경과 선물 구매를 할 수 있었다.

텐진역 앞 케고공원을 지나서 일본내 대형 할인 센터로 유명한 돈키호테 텐진점에 들렸다. 유사한 할인 체인점으로는 100엔 전문점, 다이소가 유명하다. 다이소는 현재 한국에도 들어와 엄청난 가성비로 유명세를 얻고 순식간에 전국 여러 지점이 생겨 있는 상태이다. 주로 생활용품과 가정용품에 집중하는 다이소와는 달리 돈키호테는 더 넓은 범위로 패션, 가구, 가전제품까지 포함해서 할인 판매한다. 제품 범위가 넓다 보니 다이소 보다는 판매 가격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일행이 각자 흩어져 쇼핑 삼매경에 빠져 있었는데 주로 먹거리, 간식 위주로 구매를 하게 되었다.
수 시간 동안 계속 걸으며 관광과 쇼핑을 하다 보니 이른 점심과 디저트의 에너지가 빠르게 고갈되며 다리가 슬슬 피곤해지고 배가 고파지기에 일행 모두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사실 공항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 때쯤 식사를 하기로 미리 계획을 정해 놓았었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내 몸이 식사와 휴식을 원하게 되다보니 가볍고 빠른 발걸음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하루 피로를 풀며 따뜻한 음식을 먹기로 계획하고 선택한 음식이 일본의 전통적인 전골 요리 스키야키였다. 이 음식은 간장을 기반으로 한 달콤하고 짭짤한 소스가 담긴 냄비에 소고기, 양파, 버섯, 두부, 당면, 배추, 파, 시금치 등의 재료를 넣고 끓이고 난 후 각자 먹을 양을 직접 덜어서 날달걀에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침 돈키호테 텐진점에서 도보로 3~4 분 정도 거리에 있어 쇼핑하고 가기에 좋은 식당으로 하카타엔 스키야키를 예약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이 식당은 흑모화우(黑毛和牛)라는 현재 일본내 와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품종의 소고기를 사용한다. 이 품종이 일본에서 매우 고급스러운 소고기이고 풍부한 마블링과 부드러운 육질로 맛이 뛰어나다고 해서 일행 모두 한국에서 먹어봤던 한우 스키야키에 비해 더 맛있지 않을까하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주문 과정에서 우리는 한글로 자세히 설명된 메뉴를 이용할 수 있었고 QR을 이용한 주문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그릇에 덜어 먹으며 고기의 맛을 느껴보니 흑모화우가 상대적으로 지방 함량이 많아서 그런지 확실히 부드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특별히 한우에 비해 우수한 풍미를 가진다고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한국식 스키야키와 전체적인 유사함이 더 많이 느껴져 매우 친숙한 맛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수제 파전과 명란젓 튀김을 반찬으로 곁들이고 사누키 우동 사리까지 냄비에 넣어 먹으니 정말 다들 배부르게 먹고 기운을 차릴 수 있었던 건 덤이었다.
일행 모두 저녁 8시 출발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우버 택시를 이용해서 서둘러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고 신속한 출국 수속을 통해 무사히 인천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하루를 돌아보면 순수하게 후쿠오카에서 체류한 시간이 9시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주로 텐진 지구 중심으로만 선택해서 당일치기를 다녀온 셈이었다. 짧은 시간과 제한된 장소이었지만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다양한 상점과 백화점으로 색다른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를 완전히 바꾸기에 충분했고 내 스스로 하루를 멋지고 특별하게 보냈다는 생각도 들었다.

후쿠오카는 당일치기 여행지로 꼭 경험해볼 만한 멋지고 기분 좋은 장소이다. 다음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익숙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 시간도 좀 더 할애해 후쿠오카의 다른 매력적인 지역들도 탐방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일정을 같이 계획하고 동행하며 좋은 시간을 만들어준 모든 즐치 편집 위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