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틀니’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셀프 치아장치’가 해외직구를 통하여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2004년 인도학회에 참석하였을 때, 시장 좌판에서 틀니를 파는 것을 신기하게 구경한 적이 있다. 당시 과거 1900년경 미국 길거리에서 틀니를 좌판에서 파는 사진을 생각했었다. 아마 지금도 인도 어느 시장에서는 틀니를 파는 곳이 있을 것이다. 고객들은 신발을 고르듯이 좌판 틀니를 이것저것 입에 맞춰보고 구매를 했다. 그런데 1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기성품 틀니가 등장했다. 물론 구매방식과 사용 방법은 많이 달라졌으나 전문적인 치과의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한다는 면에서는 동일하다.
그럼 왜 이런 과거로의 회귀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턴테이블로 LP판을 듣거나 진공관 전축을 사용하는 것은 아날로그가 지닌 추억과 향수 때문이다. 물론 아날로그가 지닌 독특한 음질은 선명한 디지털 음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럼 인터넷 틀니가 지닌 매력은 무엇일까.
판매 사이트에서는 “전통적인 틀니는 턱뼈 손실을 막지 못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잇몸 아래 뼈는 자극 부족으로 인해 점차 위축돼 얼굴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볼이 처지고 입술이 얇아지며 심지어 움푹 꺼지고 나이 들어 보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안면 붕괴 과정은 특히 오랫동안 틀니를 사용해 온 사람들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등 기존 틀니를 장착하면 이 같은 부작용이 있다고 과장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자가 제작 제품’은 이런 부작용이 없고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고 선전한다.
게다가 치과에서 너무 많은 공정으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한다고 선동도 한다. 그들은 일반적 부작용을 과장해 공포로 이용하고 있다. 판매 물건은 그런 부작용이 없고 가격이 싸다고 강조한다.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거짓이지만 외국 사이트다보니 구매자가 피해에 대한 법적인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그들 주장처럼 매우 싸다는 점이다. 구매자도 치과에서 치료받는 것이 옳은 것을 알고 있으나 결국 가격 때문에 속는 셈치고 인터넷 구매를 시도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결국 실물 경기가 나빠진 탓으로 귀결된다.
예전부터 환자들은 경기가 나쁘면 치과 문턱이 높다고 인식했다. 이 현상은 LP판과 같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오로지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탓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치과를 찾을 것이지만 그동안 인터넷 구매로 인한 피해자가 늘어날 것은 걱정이다. 진공관 전축은 멋과 감성이 있지만 치과의사 입장에서 인터넷 구매 틀니는 듣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환자 입장에서 씹을 수가 없으니 오로지 결혼식 참석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면 성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턱관절질환 같은 다른 문제가 유발되면 결국 치과에서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구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치협이 나서야 한다. 사기성 불법 틀니 구매를 철저하게 차단하려 노력을 해야 한다. 더불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와 계몽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인터넷 구매 틀니에는 어떤 아날로그적 멋도 감성도 추억도 없다. 잘못된 선택으로 사용을 못하는 피해를 보거나 부작용을 당하고도 하소연을 할 곳이 없는 것은 억울함만 남는다. 한국 구매자는 틀니 인터넷 구매가 인도 어느 시장 좌판에서 파는 틀니를 구매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모를 뿐이다. 어느 면에서는 차라리 인도 시장 물건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잘 안 맞으니 사용 포기를 빨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넷 구매 물품이 모델링 컴파운드처럼 온도에 따라 구강 내에서 모델링 한다면 사용 포기가 늦어져 후유증과 부작용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틀니를 인터넷으로 주문한다는 현실이 한편으로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다. 경제난에 의한 과거로의 회귀는 결코 즐겁거나 기쁜 일이 아니다. 환율이 1,460원을 넘나들고 있다. 이 또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과거에 대한 회상이 현실이 아닌 그저 추억으로만 남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