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소위 ‘개인정보법’, ‘응당법’, ‘액자법’, ‘도가니법’이라 불리는 법안에 대해서 치과의사들은 씁쓸한 기억을 가졌다. 법으로 강제를 하면 환자의 정보가 보호되고, 권리가 강화되고, 응급실에서는 수준(?)높은 진료를 받고, 성추행 등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법안이 직접적으로 의료계에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치과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치과의사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으므로 환자도 자기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개인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방치된다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곳은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응급실에서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뉴스를 보면서 그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성범죄자에게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주장에 일리있다 생각하고 그런 소식에 국민들과 함께 분노했다.
그런데 이런 이슈의 대책이나 관련 법안의 제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실효성 떨어지는 방식의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의료기관의 경우 이미 의료법에서 환자의 비밀누설 금지에 의해서 환자정보를 보호하고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 환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제한다. 더구나 시행초기에는 어떤 부분을 동의 받아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도 없었다. 해당부서의 담당공무원이 진료하는데 주민등록번호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가졌다는 후문처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이라도 좀더 세밀하게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해 주지 못해 혼란을 가져왔다.
환자의 권리 액자를 만들어서 병원에 게시하고 불이행시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환자의 권리가 환자가 몰라서 침해되는 것인지도 생각해야 할 문제이고, 환자의 권리를 잘 알려주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홍보를 해야 되는 것이다. 이게 액자를 붙여서 환자의 권리가 신장되는 일인지는 말 할 필요가 없다.
응당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필요한 예산이나 지원도 없고, 필요한 인력에 대한 고려도 없이 시행돼 현재 행정처분을 유예하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도가니법은 면허에 대한 문제로 면허상 문제가 있으면 그 면허를 제한해야 하지, 면허는 유효한데 취업을 제한시킨다는 발상이 문제고 이 법을 악용해 환자중 일부가 의사를 협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기다 의료인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어서 취업을 하려면 신원조회를 받아야 한다.
백번양보해서 취지는 좋아서 동감한다고 쳐도,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탁상행정으로 법규를 만들어 시행하면 과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특히 제도적 뒷받침 없이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의료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관련당국이 하는 업무인지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 이제 처방전도 2장 발부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한다. 치과의사는 잠재적인 범죄자이므로 무조건 처벌하면 올바른 제도가 된다는 처벌만능주의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지 되묻고 싶다.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신년을 맞이하여 희망찬 이야기가 오가야 하나, 또 올해에는 어떤 문제로 의료계를 황당하게 만들까하는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연초의 생각은 우울하기까지 하다. 제발 올바른 방향의 정책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