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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이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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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윤 논설위원

국선 변호사의 활약상을 그린 어느 드라마에 나온 얘기다. 무가지 수십장을 훔친,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상습절도 혐의로 잡혀왔다. 아침마다 공짜로 나눠주는 무가지의 인기가 한창일 때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는 이들이 열심히 신문을 구독하였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 폰을 소지하고 있는 지금은 모두 자신의 휴대전화만 보고 있지, 신문을 읽지 않는다. 지하철 객차를 돌며 폐지를 수거하는 일조차도 쉽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이름도 생소한 인터넷 보도매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인터넷으로 접근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100만 클릭 이상 기사가 읽히면 친절하게도 다음과 네이버 같은 포털의 메인에 기사제목을 올려준다. 가문의 영광이다. 그러려면 독자들의 궁금증과 열독률을 올려야 하는데 선정적이고 낚시성이 강한 제목일수록 인기다. 제목과 내용이 따로 놀기 시작한다. 낯 뜨거운 제목은 이제 흔해 빠졌다. 갈수록 가관인 제목을 생산해 낸다. 이젠 기사를 가공해 내기까지 한다. 모든 인터넷 매체가 그렇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소수의 일부가 그렇다는 것이다.

 

아주 옛날 언론통폐합시대 얘기다. ‘사이비 기자’라는 말이 있었다. ‘PRESS’라는 완장을 차고 월급도 받지 않으며 기업과 관공서를 드나들며 광고를 수주하고 뒷돈을 받아 챙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언론통폐합이 실제로 언론탄압이었고 재갈을 물렸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필자의 아버지가 다니던 신문사도 이때 폐간되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사이비 기자들을 정리한 공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기자들도 광고수주 전쟁인 것 같다. 광고수주가 월등한 기자들은 승진에 탄력을 받고 있고, 기업의 전략상품은 은근슬쩍 기사를 타고 광고하고 있다. 치과도 마찬가지다. 동료 사이에서는 기업형 치과나 저가형 네트워크 치과의 원장이 ‘전문의’타이틀을 달고 버젓이 말도 안되는 얘기를 인터뷰라고 하고 있다. 공중파에도 그런 모습이 종종 보이니, 종편이나 케이블은 오죽할까?

 

잇단 원전 가동중단과 기준미달 부품에 따르는 원전비리에 언론은 ‘원전마피아’라며 정부와 업체와 학계의 결탁을 지적하며, 한수원 사장을 구속하는 등 검찰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ZDF의 심층취재로는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습기제거제의 방향이 거꾸로 설치되어있고, 원자로 벽에 균열이 있어도 보고서는 이상 없음으로 쓰라고 강요했다. 안전보다는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어 건설하였다. 지진해일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 수상조차도 도쿄전력으로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해 TV를 보고 원자로가 녹아 폭발하는 것을 보았다고 했으며, 헬기를 타고 직접 눈으로 원전의 상태를 보고 상황판단을 해야 할 정도라고 인터뷰했다. 그의 석연치 않은 사퇴에는 일본 원전마피아가 있었다고 한다.

 

공정위의 과징금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두고 치협이 사면초가 상태다. 철저한 법리적 검토가 아쉽고, 결정적 증거의 부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억울한 점이 없지 않지만, 공정위가 법원에서 거의 무패의 성적을 거뒀다는 것은 항상 정부는 옳은 일만 한다는 법원의 편견일까? 절친한 선후배 이름도 가끔 깜빡깜빡하는 필자가 이름 석자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기자가 몇 명 있다. 어떤 이는 중앙 일간지요, 또 어떤 이는 이름도 생소한 인터넷 매체다. 그들의 특징은 정말 한결같은 꾸준함에 있다. 철저히 저가형 네트워크 치과편이다. 전문가가 아니면 전혀 알 수 없는 속내를 파헤쳐 생채기를 내며, 전문가 단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토막 내는 것도 모자라 잘근잘근 씹어 버린다. 의사출신 기자인 어떤 이는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어려운 국민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가격을 싸게 해주는 것이 좋은 게 아니냐고? 필자가 반문했다. 병원이 환자를 생산해 내면 그게 병원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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