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해가 갈수록 한 해에 대한 느낌과 속도가 남다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뜻 깊은 한 해를 보내리라 다짐했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음 해로 넘어가고 있다. 마치 찰나의 한 순간처럼 한 해가 지나는듯하고, 곧 있을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무덤덤하게 지내는 것 같다. 해가 바뀐다고 마음이 설레어본 적도 아주 오래전 일 같이 느껴진다. 하루는 정말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데, 한 해는 정말 빨리도 지나간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밖이 캄캄할 정도로 비가 오고 있었다. 오후 들어 눈으로 바뀔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들으며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출근하는 내내 저녁에 있을 모임이 걱정되었다. 진료를 일찍 마치고 치과를 나서 꽤나 먼 거리를 가야하는데 비가 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눈이라도 내리면 귀가길이 힘들어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뭐가 되었던 결론을 내려야 했고, 마음속은 이미 비가 오면 가고, 눈이 오면 가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나는 참 이기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를 위해 며칠씩 준비한 사람들의 성의도 있고 다들 날씨에 상관없이 참석할 텐데, 나 하나 몸이 편하자고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더 놀란 건, 하루 종일 내가 생각하고 내리는 결정의 대부분이 나의 욕구와 더불어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철학자 토마스 홉스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한다. 자신의 이익만이 유일한 동기가 되어 행동하는 것이다. 타인을 돕는 일도 욕구에 행해진 선이라고 하니 이기적인 동기는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에서의 충돌은 그러한 이기적인 자아가 서로 부딪쳐 발생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얻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추구한다고 하였다. 국가는 사회생활의 영역이 확대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이기적인 조직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치과계에는 이기주의를 넘어 자기애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어떻게 되든 나만 잘살고 보자는 마음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많은 환자를 보아야만 돈을 더 많이 벌고, 많은 치료를 해야만 수입이 늘어나는, 의료행위 위주고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의료인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초 저수가 이다보니, 자기 몸 망가지는 줄 모르고 무리한다. 일부 비급여 항목은 바닥 밑으로 내려가 ‘지하실 수가’이다. 지금은 좋을지도 모르겠으나, 나중에 자신이 판 구덩이에 스스로를 묻어야할 때가 도래하게 되면 후회해도 이미 늦을 것이다.
또 하나는 치과의사전문의제도와 관련된 공방이다. 사건도 많았고 일도 많았던 올해의 치과계에 전문의제도와 관련하여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나오는 것이 현재의 사분오열된 우리의 상황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마지막 종지부를 찍는 것 같아 세밑을 보내는 심정이 복잡하다. 하나같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어제 친구였고 동료였던 이들을 적으로 돌리고 소송을 하며 폄하와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직역에 따른 이기주의보다 조금이라도 정말 손톱만큼이라도 남이 아닌 우리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기를 바란다. 전문의 이전에 당신들은 모두 같은 치과의사다.
각종 모임에서 송년회를 하지만, 예전보다 분위기도 좋지 않고, 걱정스런 말은 넘쳐난다. 벌써 몇 년 전부터 그래왔다. 그래도 내년은 나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는 전망과 소원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인간은 스스로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 행동하지만 사회에서 배척당하려고 행동하지도 않는다. 자기애에 가까운 이기주의 내년에는 보고 싶지 않다. 내려두고 놓아두는 것이 꼭 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