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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아들 집 이사와 감사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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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개업의로서 유일한 호사가 좀 늦게 시작하는 대신 점심시간을 90분간 갖는다는 점이다. 사실 호사라기보단 나의 준 올빼미형 체질 탓이다. 점심을 같이 한 후배들이 서둘러 치과로 향할 때 난 이따금 산책하러 비장의 장소로 향한다. 개업 초창기에 전세로 살던 자그마한 아파트다. 지금은 슬럼화되어 퇴색한 칠이며 녹슨 베란다 틀이 눈에 거슬리지만 화단의 목련을 대하면 그렇게 마음이 아늑해질 수가 없다. 아들을 자전거 태워 돌던 것이 엊그제인데… 개업 초기, 필자의 본가는 수유동에 있었다. 7시에 진료를 마치고 서울 서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귀가해서 허기를 채우면 9시뉴스 시간이 넘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니 도무지 여유시간이 없어 burn out 신드롬에 시달렸다. 무슨 꽃이 언제 피고 지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주말에 좀 일찍 끝내고 평창동 러시아워에 신호대기 중 우연히 목련동산에 눈이 멈추면 잠깐 멍하게 넋을 잃었다. 없는 돈 끌어 모아 장만한 그 아파트에서 기력을 되찾았다.

 

지난 주말, 근처에 이사 온 아들 내외가 점심을 집에서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다. 속성 집들이이리라. 손녀와 힘들텐데 뭘~ 하면서도 기특한 생각에 반가운 마음으로 갔더니 벌써 아들이 유모차 끌고 마트에 다녀와서는 횟감이며 맥주와 만두를 사왔다고, 어이구 힘들다고 벌러덩 눕는다. 힘들어하는 아비내력도 돌고 도는지, 초창기 개원 시절 환자 많이 보고 드러눕던 자화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점심을 잘 먹고 평소에는 집안에서 별로 말이 없는 나도 이럴 때는 한마디 덕담이랍시고 하는 버릇이 생겼다. “너희, 새집에 왔으니 부자 되는 법 가르쳐 줄게. 첫째로 절대 남의 빚 보증서지 마라. 둘째, 주식하지 마라. 셋째, 직(職)테크가 제일 중요한 첩경이다.” 감사성 발언을 하였더니 집사람은 짧게 하라고 눈짓을 한다. 며느리는 경청하지만 경영학 전공한 아들은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이다. 사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서치신협 이사, 서울지부 감사를 하면서 평생 체득한 것인데 말이다.

 

사실 서치신협 이사 감투 썼을 때 별일을 다 겪었다. 작고하신 조웅 이사장님 모시고 총무이사 할 때는 IMF 전후라 금리가 매우 불안정했다. 이사들도 두 파로 갈려 화합이 안 되었다. 이사회 때마다 고성이 오갔다. 외부에 투자한 여유자금이 몇억원에서 십억원 이상 거의 매주 만기가 돌아오는데 투자처가 신협중앙회와 저축은행으로 한정되어 막막했다. 예대마진도 빡빡하고 시기가 시기인지라 대출실적도 미미했다. 저축은행도 옥석을 가리는 게 중차대해서 겉으로 드러난 재무제표만으로는 신뢰할 수가 없었다. 한국은행이나 경제계에 있는 고교 동창을 통해 정보도 취합했지만 이때 깨달은 한가지는 결국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등기이사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이었다. 이때 하도 큰 숫자와 금리 노름에 진이 빠지고 쓸데없이 통이 커져서 막상 조그만 나의 은행적금이 만기되어 돌아오면 집사람보고 알아서 적당히 안전한데 두라고 하였다. 그래도 그 힘든 시기에도 치과의사들의 꼼꼼함이 금융업에도 주효했는지, ‘푸른’저축은행 한건을 제외하고는 부실 건이 없었고 매년 흑자경영을 이루었다.

 

서울지부 감사를 3년간 했더니 알게 모르게 감사 기질이 배었나 보다. 집안 대소사를 의논하다가도 몇 마디 하면 집사람이 응대하다가 집안에서도 감사하느냐고 핀잔한다. 그러면 “색시~좋을대로 하시오” 후퇴한다. 모친의 요양병원 입원문제로 누님과 형제간에 온 집안이 시끄러웠을 때도 감사기질을 발휘하여 징박는 소리로 잠잠하게 만들었더니, 집안에 당신 같은 사람도 한사람은 있어야 한다며 두둔한다. 대학동기들 카톡에 글이 올라왔는데, 심리학자에 따르면 사람에게 6개의 감옥이 있다는데, 자기도취, 비판, 절망, 과거지향, 선망, 질투의 감옥이란다. 글을 보고 찔끔해서 아무래도 내가 비판의 감옥에 갇힌듯하여 “이글도 그만 써야지?” 내비쳤더니 응답이 없다. 이제 감사 연임선거에 떨어졌으니 홀가분하고 남에 대한 판단도 함부로 하지 말고 감사기질도 내려놓고 발언도 자제하여야 하겠다. 

 

한창 치협 협회장 선거철이라 초대장이 와서 얼굴을 비쳤다. 모 후보 출정식에 갔더니 즉석무대에서 후보와 젊은 치과의사와의 대담을 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극적효과를 노렸는지 아들또래의 출연자는 파격적인 체육복 차림새다. 아들 같으면 대중 앞에서 의관이 그게 뭐냐고 한마디 하겠건만 나설 자리도 아니고 나이 들수록 7-up이 중요하다던데 그야말로 입 다물게(shut up)된다. 하기야 나도 그 시절에는 파카 차림새로 출근도 했고 운동복 바람으로 차 몰고 친구 집에도 갔었다. 끝나고 돌아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일면식도 없는 대여섯 젊은 치과의사들이 “치과신문에 시원하게 쓰시는 박용호 선생님 아님니꺼?” 특유의 억양으로 자기들은 부산치대에서 단체로 올라왔다고 소개한다. 무엇이 그리 시원했는지, 하여튼 내 글 잘 읽어주어 고맙다고 일일이 악수하고 헤어졌다.

 

어제, 토요일 일 끝내고 직원들과 점심식사 후 기분이 업 되고 지나가는 봄날이 좋아 일부러 9호선을 타고 신목동역에서 내려 안양천을 따라 흩날리는 벚꽃을 음미하며 한 시간을 걸었다. 목동교에선 때마침 우연히 강화에서 올라온 팔뚝만한 놀라운 숭어 떼들의 원형 군무를 보며 템즈강, 세느강 강변산책 못지않은 한가로움을 만끽했다. 틀니 할머니 환자가 가져왔다고 직원이 단팥빵을 챙겨주었는데 강변 벤치에서 즐기니 황제가 안 부럽다. 인생이 별거인가, 봄날 꽃구경하며 맛있는 것 먹다 가는 것이지. 나의 18번이 ‘봄날은 간다’인데 이 봄날 다 가기 전에 치과의사님 된다는 나의 왕팬 외손자를 데리고 콘도에 꽃놀이나 다녀와야겠다.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원들이 작시를 하고 작곡가, 성악가들과 의기투합하여 CD가곡집을 발간하였는데, 나의 노래 제목은 ‘인생이 별거인가요’이다. 외손자가 집에 오면 3번씩 틀어대며 제법 고음으로 흉내 내며 웃긴다. 전문을 소개해드린다.

 

“서른 살이 내일 모렌데 앞날이 막막하기만 해. 여친은 떠나가고 주머닌 언제나 멘붕이야. 하지만 꿈꾸고 즐기면 모든 걸 할 수 있어요. 인생 한방, 세상 공짜, 역주행 없어요. 인생은 사다리처럼 하나하나 올라가요./ 마흔 살이 내일 모렌데 불혹은 커녕 유혹만 많아. 예쁜 여자 눈길가고 이제는 다른 일 벌려나 볼까. 얼굴 주름, 나온 뱃살 운동으로 신경꺼요. 욱~할일 참아내고 싸울 일 조심해요. 3분 참고 3일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 쉰살이 낼 모렌데 아직도 인생을 몰라. 일에 치고 사람에 치고 돈 땜에 멍이 들어도, 사교육비 벅차고 부모공양 끝이 없어도 슬퍼 말아요.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요. 써야지 내 돈이지~흠~인생이 별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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