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은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보고 싶은 얼굴들을 만나는 것,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것, 여럿이 모여 좋아하는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는 것 등등. 끝없이 셀 수 있을 것 같은 많은 아쉬운 것 중에서도 가장 간절한 것은 아마도 여행일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낯선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 그들의 음식과 문화예술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신선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또 이런 생생한 경험은 우리가 그 순간 살아있음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새 이런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 1위가 ‘여행’로 꼽혔다. 많은 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여행을 그리워하며 사진첩을 펼쳐보다가 문득 그 순간 그 장소에서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머리카락을 스치는 미풍과 따사로운 햇살, 광장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노천카페에서 풍기는 달콤한 커피 향과 음악 소리… 이런 기억들을 캔버스에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봄과 여름에 다녀왔던 2차례의 유럽여행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음식과 술이 존재한다. 모든 문명이 시작하면서 그들의 경험과 지식의 축적은 고스란히 그들의 식음료 문화로 자리잡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때 가장 우선시 하는 게 바로 음식과 술이다. 이는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했기 때문에 여행지마다 대표적인 음식과 술을 즐기다 보면 지역 특성을 쉽고 즐겁게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지역 특성에 지대하게 영향을 받아 다채로운 맛을 지니고 있으며 인생에서 이것이 빠지면 즐거움이 반으로 줄어들지도 모르는 필자가 모시는 주酒님 중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세상에는 크게 두종류의 술이 존재한다. 발효주와 증류주이다. 일반적으로 보리를 발효해 맥주를 만들고, 포도를 발효해 와인을 만든다. 발효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과일이나 곡식을 발효해서 만든 술의 한계는 높은 알코올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증류’라고 하는 또 하나의 신비스런 방법을 노력을 통해 배웠다. 모든 액체는 각각의 비등점을 가지고있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렇다면 알코올은 몇 도에서 끓을까? 인간들이 고
‘플렌테리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재택근무도 많아진 요즈음, 집안을 편안하고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멋지게 고치고, 유행에 따라 공기정화 겸 식물을 키우는 집들이 많아지며, 식물로 인테리어를 하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플랜테리어'란 단어는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이지만, 예전 드라마나 몇십 년 전의 영화를 보더라도, 집에서 난의 잎이나 작은 화초의 잎을 닦아주며 대화를 하는 장면들도 많은 것을 보면,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그리 최근의 일도 아닌 듯하다. 필자만 해도 그렇다. 어릴 적, 집에 온갖 화초를 키우고 마당에도 수시로 연못을 팠다 메웠다 하시며 가드닝에 조예가 있으셨던 아버지께서 멀리 출장이라도 가시면, 저녁마다 전화로 난에 물은 줬는지를 체크하셨다. 집 밖 마당에는 그 시절 시골집들이 그렇듯, 보라색 화사한 등나무가 마당 가득 그늘을 만들어, 봄이면 등나무 꽃향기에 취한 벌에 쏘여 퉁퉁 붓기가 일상이었고, 석류나무와 대추나무, 작은 벚나무 등 사시사철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화단이 있었고, 집안에 작은 테라스에는 아버지의 수많은 난과 분재들이 가득했다. 어느 날은 아버지께서 애지중지하시던 분재에 작은 애기사과가 달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확진자에 대한 숫자 세기도 점점 느슨해진다. 백신 맞은 지는 꽤 되어서 불안감은 적지만 그래도 아직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언제 또 확산되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제약이 많아질 수 있으니까. 서울 근교에 코로나19도 날려버리고 기분도 전환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있을까? 사람도 좀 적고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곳이면 더 좋고. 우리옛돌박물관? 아마 이런 곳이 있나 하고 핸드폰으로 손이 가서 이미 검색하고 있을 수도 있다. 늦가을 단풍을 즐길 수도 있는 곳이라 하여 일요일 점심에 편집위원들과 함께 방문해보기로 하였다. 오늘은 만나기로 한 날이다. 아침에 이것저것 일을 본 후 약속시간이 다되어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성북동쪽이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가깝다. 안국동 북촌 거리를 지나 단풍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길을 따라 올라간다. 점점 올라가는 것을 보니 성북동 북악산 자락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경도 기대된다. ‘오늘 미세먼지 최고’라는 날씨예보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흐흑. 성북동 고급 주택들을 사이사이 지나 쓱 나타난 박물관의 모습은 고즈넉하고 돌의 무게감을 나타내듯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다.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마감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오페라 하우스 전 세계의 주요 대도시 어디를 가나 그곳에는 음악당이 있다. 우리가 그곳을 가는 이유는 주로 클래식 음악회 또는 오페라 등을 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는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나 역시 여행자들에게 시간이 허락만 된다면 꼭 한 번 들어가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있고 화려한 볼거리가 넘쳐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파리 오페라에서 우리는 음악을 이야기함은 물론 문학, 건축,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인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일종의 박물관과 같은 이곳에서 우리는 역사 속의 위대한 예술가들을 만난다. 1860년대 역사 속으로 프랑스는 1848년 2월 혁명을 통해 두 번째 공화국을 맞이했다. 루이 필립 왕이 폐위되고 빈 체제가 완전히 붕괴됨에 따라 프랑스 땅에 왕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며 초대 대통령으로 나폴레옹 3세가 당선되었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세의 조카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국가의 수장이 되었다. 새로운 프랑스를 만들려는 그의 야심은 결국 그를 공화국에 대한
“저 사람은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해” “아니야, 내가 보기엔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 같아” 정신과 진단에 사용되는 전문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흔하다. 기분이 오르내리는 상태를 말하는 ‘조울증’이라든지, 기억이 깜빡거리는 걸 표현하는 ‘치매’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처럼 갑자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상당히 ‘적확하게’ 쓰이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무슨 얘기냐면, 남들(또는 본인)이 조울증 같다 해서 조울증인 사람은 흔치 않은 반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실제 진단기준에 상당히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정신과 질환을 진단하는 기준인 DSM-5(진단 및 통계 편람5)에는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은 없다. 그와 제일 가까운 진단명으로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꼽을 수 있다. 그럼,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진단 기준을 살펴보자. 진단기준이 꽤 길어서 읽어 내려가는 동안 복잡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둠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금방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조직폭력 중에서도 비교적 아래 계단에 있는 분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욱해서 치고받고 싸운 뒤 경찰서에
남성갱년기의 정의 남성에서는 여성의 폐경기처럼 생리가 중단되고 갑자기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같은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30세 이후부터 연령증가에 따라 혈청 남성호르몬 수치가 지속적으로 서서히 감소하며, 젊었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결핍상태에 놓이게 된다. 남성다움을 잃게 되고 남성호르몬의 표적장기인 뼈, 근육, 중추신경계, 생식계에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부분적으로 남성호르몬 감소와 관계가 있다. 50대 남성에서 신경과민, 우울증, 기억력감퇴, 집중력감퇴, 쉽게 피로해짐, 불면증, 현기증, 안면홍조, 발한, 성욕감퇴 증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여 이러한 현상을 ‘남성갱년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증상은 일부 남성에서만 일어나므로 적절한 용어로 볼 수 없다. 또한 여성의 폐경기에 대칭적 용어로 ‘남성폐경’이란 용어도 남성갱년기를 적절히 대변할 수 없다. 몇몇 학회에서 제시한 partial androꠓgen deficiency in aging male(PADAM), androgen decline in aging male(ADAM), late-onset hypogonadism(LOH) 등의 용어도 남성갱년기를
토요일 오후의 동대문 인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분주히 흐르는 시간을 뒤로하고 한적한 느낌의 골목 안 건물 5층으로 들어섰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무료치과진료봉사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맞이하는 이곳은 ‘함께 아시아’ 사무국이다. 함께아시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근로자와 난민들에게 무료치과진료를 실천하는 비영리민간단체로, 2017년 3월 현재의 위치에 진료소를 개원했다. 이때 함께 한 단체는 가연, 따비에(미얀마 난민 지원NGO), 동북회(장애인의료 지원활동), 의연OB(경희대의료연구회봉사팀)이고, 치과의원 15곳, 기공소 3곳, 치과기 기업체 1곳의 참여로 이뤄졌다. 또한 2018년도에 비영리민간단체로 정식 등록했다. 모든 진료는 무료 지원이며, 사전예약을 해야만 진료가 가능하다. 치과진료 상담, 치과질환 치료는 기본이지만 특히 보철치료(크라운, 브릿지, 틀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치과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외국인근로자와 난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며 1년 이상 국내 체류자여야 한다. 즐겁고 밝은 분위기의 진료소 진료소 입구부터 이미 8명 정도의 진료 예약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진료소 내부는
평화로운 주말 오후 비스듬히 소파에 누워 유유자적 스마트폰을 하며 유튜브를 시청하는데, 어라? 손가락이 좀 이상하다. 손가락 하나가 잘 구부러지지 않고 억지로 구부리면 또 잘 펴지지 않는다. 그리고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지점에서 딸깍하며 걸리는 느낌도 든다. 마치 무엇인가 손가락을 붙잡고 있는 것 같다. 왠지 좀 아프기도 하고 손가락이 자꾸 걸리는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 만약 당신이 이런 상황을 경험한다면 방아쇠 수지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방아쇠 수지’란, 손가락을 구부리는 손가락 굽힘 힘줄의 비대(두꺼워짐) 혹은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인 A1 도르래(손가락 굽힘 힘줄을 잡아주는 고정 도르래 역할을 하는 A1~A5 도르래 중 첫 번째)의 두꺼워짐에 의해 발생하며 이렇게 되면 손가락 굽힘 힘줄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A1 도르래에 자꾸 걸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펴지지 못하고 구부러진 손가락의 모양이 총의 방아쇠에 얹어진 손가락의 모양과 같아서 방아쇠 수지라고 부른다. 원인 방아쇠 수지는 50~60대에 흔한 질환으로 여성에서 남성보다 6배 정도 잘 발생하며, 유병율이 2~3%가량 되지만 당뇨가 있다면 10%까지도 상승한다. 일부 가족력,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