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적극 추진 방침을 밝혔던 ‘외국계 영리병원 1호’ 싼얼병원의 제주 설립이 결국 불허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싼얼병원의 사업 주체인 중국 CSC 측이 다시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현 상황에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일단 제주도치과의사회(회장 현용휴·이하 제주지부)는 반기는 분위기다. 현용휴 회장은 “모기업의 재정난과 회장의 구속설이 불거졌고, 싼얼병원 설립에 대한 도민의 여론도 좋지 않아 최종 승인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며 “정부의 불허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용휴 회장은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중국 모기업인 CSC 회장이 경제사범으로 지난해 7월 중국 현지에서 구속되고, 최대 주주사인 시단무 싼얼 바이오 유한공사와 광성예 광업투자 유한공사가 지난 8월 재정난으로 문을 닫는 등 그동안 불거진 각종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는 이 같은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건의료 서비스산업 육성방안의 의제로 싼얼병원 제주 설립 건을 올렸다. 9월 중 최종 승인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정부의 투자활성화 계획으로 보고된 만큼 병원 설립 승인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언론의 추적보도 등을 통해 싼얼병원의 모기업이 이미 부도가 났으며, 싼얼병원 제주 사무소에 직원도 출근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 역시 폐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불과 한달 만에 싼얼병원의 허가를 불허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과주의에 매몰된 정부가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예정된 참사”라고 비판하며 “투자자가 부동산 사기 등으로 구속되고 투자 여력도 불투명한 회사의 사업을 정부회의에 핵심의제로 올린 것은 국민 기만이다. 경제부처 산업화 논리에 놀아난 보건복지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싼얼병원 제주 설립은 결국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그동안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의사를 표했던 치과계를 비롯한 보건의료계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사회 갈등만 조장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