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자율점검이 개원가의 또 다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복잡한 절차는 차치하더라도 이해조차 힘든 낯선 용어, 오랜 시간을 들여 증빙자료를 첨부해야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최근 개최된 개인정보보헙 자율점검 교육장에서는 ‘노상방뇨하는 모든 사람을 잡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자율 점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누가 이런 제도를 만들었느냐’ 등 여러 불만사항이 쏟아졌다는 내용의 기사도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심평원 홈페이지에 자율점검 신청 및 점검내역 등록 화면을 살펴보면 △개인정보 취급자 수 △개인정보 파일 수 △개인정보 처리시스템 수 △정보 주체 수 △위탁 기관 수 △개인정보보호 담당조직 및 예산 △관련 예산 등 이해할 수도 없는 항목을 기재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건복지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개원가에서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위반 사례 등을 상세히 기록한 자료를 요청한 결과 돌아온 대답은 “지난해 마련한 개인정보보호법 가이드라인이 전부다. 향후에도 이와 관련한 자료를 공식 하달할 계획은 없다”였다.
개원가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자율점검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점검하기에는 난해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자율점검을 계기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개원가의 의식 개선이 더욱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반문을 하기도 했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태도가 매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한 개원의는 “이번 개인정보유출 사건의 책임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 측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일선 개원가에 자율점검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며 “대책 없는 정책 추진에 개원가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실제로 심평원에 자율점검 내역을 등록하는 과정이 어려워 열 번도 넘게 심평원에 전화문의를 한 것 같다”며 “이런 이해도 안되는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는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를 어떻게 관리하고 폐지해야 한다 등 보다 이해하기 쉬운 안내서를 배포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일선 개원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자율점검이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책임전가라는 지적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행정자치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서기 전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먼저 나서 자율점검을 통한 계도를 하겠다는 의지”라며 “책임전가라는 지적은 오해”라고 밝혔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