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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 자율개선, 치과 등 병의원 500여 기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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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기관 선정되면 시정조치 불가피…‘컨설팅 없이 불가한 수준’ 개원가 부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홍옥녀·이하 간무협)가 발송한 ‘2017년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 대상 사업장 선정안내’ 공문을 받은 기관이 파악되고 있다. “사업장이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해 본의 아니게 이를 어기게 되면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방문해 점검하고 징계하는 조치가 내려지게 되는데, 그전에 노무전문가가 사업장에 내방해 법령 안내 및 지도를 실시함으로써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미비점을 개선하는 제도”라는 취지가 기재돼 있다. 그러나 원장들에게는 또 하나의 규제로 다가오고 있다.


‘시정’ 전제로 한 자율개선, 이유없이 거부하면 불이익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은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2009년부터 실시해온 사업이다. 노동부가 나서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시정하는 대신, 사업장 스스로 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처벌보다는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담당자는 “2009년부터 시작된 사업이지만, 병의원이 대상이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면서, “병의원에 있어 근로자들만의 조직으로 판단해 간무협을 위탁기관으로 선정해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간무협 담당자 또한 “위탁사업 계약기간은 9월 14일부터 12월 4일로, 이 기간 중 100명의 노무사가 500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대상기관은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의료기관 중 지역별 안배를 기반으로 무작위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종별 비중에 따라 의과, 치과, 한의과를 포함시켰으며, 방문을 거부하는 기관이 많을 경우 추가로 선정작업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치과병의원은 100개 미만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대상기관에는 추석연휴 이후 공문발송이 완료된 상태다. 해당기관에는 담당자가 유선으로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담당 노무사와 일정을 조율하게 된다. 노무사가 방문할 날짜가 정해지면 관계법령에 따른 구비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노무사로부터 미비점을 지적받았다면 최대 1개월 이내에 개선된 양식을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 담당자는 “제도정착이 목표인 만큼 위반사항 개선 기간은 가급적 여유를 주고자 한다”면서도 “단순히 설문조사나 현황파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정’을 전제로 한 자율개선”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에 불응하거나 개선의지가 없는 기관,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기관은 별도로 노동부에 보고돼 ‘2018년 근로조건 점검 대상 사업장’으로 분류, 조사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로계약서, 임금대장, 성희롱예방교육 등갖춰야 할 서류 산더미, 전문 컨설팅 필요한 수준


공인노무사의 의료기관 방문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만만치 않다.


△근로자명부,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등 사규 △임금대장(지급증빙 자료 포함) 및 출근부 △사직서, 퇴직금 산정내역 및 지급증빙 서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산정내역 및 지급증빙 서류 △출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관련 자료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자료, 교육일지, 참석자 명단 등 △모집, 승진 및 징계(해고 포함) 관련 자료 △인·허가 관련 서류(임산부와 18세 미만자의 야업·휴일근로 인가 등) △기타 노동관계법령에 사용자가 작성, 구비하도록 규정돼 있는 자료 등이다.


노동부는 자율점검 시 의료기관에 비치돼 있는 서류만 준비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노무사 방문 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이후 보완하면 된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목록을 받아든 기관에서는 한숨부터 나온다. 게다가 시정기간이 주어질 뿐 강제성을 띠고 있는 상황이라 노무사의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정도의 부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진병옥 고문노무사는 “실제로 자율점검이 진행되면 항목별 내용이 기관에 맞게 작성돼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원장의 서명을 받게 된다”면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너무 무성의하게 대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율점검 통보를 받게 되면 노무사 방문 이전에 서류를 점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비자료의 범위는 사업장의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요건”이라면서 “노동부 홈페이지 등에 표준근로계약서 등 필요한 양식이 게재돼 있지만, 각 기관의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 담당자는 “구비해야 할 서류목록은 비단 자율점검 대상이 아니더라도 꼭 갖춰야 할 요건”이라면서 “대장 비치를 하지 않을 경우 각 항목별 과태료 부과 등의 처벌규정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원이나 사건 발생 시 이런 자료가 없어 오히려 고용주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하는 만큼 관심을 갖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율점검, 자율개선 등의 명목으로 둔갑한 강제적인 개선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젠 치과도 전문경영인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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