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 이수구 회장이 오는 30일로 임기를 마무리한다. 치과의사로서 가장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협회장을 뒤로 하고 한 사람의 개원의로 돌아갈 이수구 회장을 만나 회무 30년을 정리해봤다.
중구회장, 서울지부장, 협회장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간 이수구 회장은 열린치과의사회, 재단법인 스마일 등을 창립했고, 임기 마지막 달에는 의료전달체계 확립 및 자율징계요구권을 골자로 한 의료법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치과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편집자 주>
협회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시원섭섭할 것 같다.
78년도에 개업해 80년부터 중구 이사로 회무를 시작했다. 이후 30년 동안을 구회, 지부, 치협에서 회무로 회원들에게 봉사했다. 만 30년, 햇수로 하면 32년째인가? 이 정도면 치과계에 봉사할 것은 웬만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퇴임 후에도 FDI 서울총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겠고, 천직인 치과의사로 돌아가 치과를 통해 봉사하면서 생활할 계획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면?
그래도 남들이 하지 않았던 일들을 몇 가지 정도는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 지원으로 장애인치과병원도 처음 만들었고, 지부에서 처음 수탁운영을 하게 됐다. 지금은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을 효시로 전국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열린치과의사회(이하 열치)와 재단법인 스마일과의 인연도 묘하다. 열치는 서울지부장 선거에 나섰다 떨어진 후 만들어진 단체다.
낙선 후 선거운동을 도와줬던 사람들과 인연도 이어 나가고, 진료봉사도 하고자 열치를 만들었다.
이동진료차량을 어렵게 빌려 남동공단에서 외국인 노동자 진료를 시작했고, 이후 경기불황으로 노숙자들이 많아지자 문래동 자유의 집으로 진료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아마 서울지부장에 바로 당선됐다면 열치를 만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서울지부장에 당선된 후에는 스마일재단을 탄생시키게 됐다.
의정부 지역 보건소에 있던 임지준 선생이 찾아와 재단 설립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기투합했다. 당시 김우성 원장, 이긍호 교수, 임창윤 교수, 김경선 원장, 정애리 원장 등 많은 사람들이 일정금액을 출연해 재단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당시 재단법인을 설립하려면 10억원 가량이 출연돼야 했다.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은 2억원에 불과했고, 당시 김화중 복지부장관을 만나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이후 지인들로부터 최종적으로 3억원을 모을 수 있었고,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복지부에서 재단법인 설립기준을 완화시켜준 것이다. 어찌됐든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치과계가 무엇인가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해야 사회도 우리를 인정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말로만 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의미가 없다. 협회장이 되고 난 후에 치과계 내부의 문제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치과계 외형을 넓힌 것은 아마 역대 어떤 회장보다 많이 했다고 자부하고 싶다. 이번에 의료법 개정안 통과도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자주 가서 만나고 치과계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직접 만나는 것보다 더 훌륭한 로비는 없다. 치협 27대 집행부는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3년간 정말 열심히 했다. 임원들 면면이 모두 전문가들이다. 물론 집행부 내에서 회장 후보가 두 명 나왔지만, 선거 후유증 없이 친목과 화합을 다지자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모두가 건강사회운동본부 회원으로 가입했고, 6월경 친목과 화합을 다지는 워크숍도 갈 계획이다. 지난 30년간 환자도 열심히 봤지만, 돌이켜보면 구회, 지부, 협회까지, 후회없이 열심히 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이번에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향후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치과계가 준비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전문과목 표방과 관련해 우선 각 전문과목의 진료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어떤 영역은 전문과목 간 중첩될 소지가 있어, 이 작업은 관련 학회, 개원가, 치과대학 모두의 의견을 신중히 수렴해 2013년 상반기까지는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부 공직에서 헌법소원 이야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시각은 굉장히 잘못됐다. 전문의가 전문과목만 진료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전문의가 일반 과목까지 진료하겠다고 한다면 전문의 자격을 떼면 된다.
우리 전문의 문제를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 말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50년 동안 못했던 일이다. 겨우 정부의 도움까지 이끌어내 여기까지 끌고 왔다. 이마저 치과계 내부합의가 안 된다면 우리 조직 자체가 희망이 없다는 뜻이다. 치과계 전체를 봐야 한다.
면허신고제와 관련해서는 치협이 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신고접수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회원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협회내 행정력을 갖춰야 한다.
자율징계 요구권은 하위법령에서 윤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내용을 정하게 된 만큼 복지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의료질서를 문란케 하는 회원들을 실질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지부 윤리위원회의 역할과 위상 증대도 중요한 사안이다.
AGD제도는 경과조치를 놓고 그간 치과계의 가장 큰 난제였다. 경과조치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가?
경과조치의 전격시행과 관련해 회원들과 내부적인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경과조치가 급하게 시행되긴 했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홍역’이었다고 생각한다. AGD제도가 시행되고, 정규과정을 이수한 인원이 배출되는 데 경과조치를 늦출 수는 없었다. 전문의제도 시행으로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는 기존의 치과의사들이 AGD 자격증마저 받지 못한다면 나중에 얼마나 큰 원성을 듣겠는가.
지금 시점이라면 경과조치를 하고 싶어도 못했을 것이다. 비싼 사교육보다 한 시간에 1만원 가량의 경비가 소요되는 공교육 개념의 교육을 도입하면 회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당초에는 5,000명 정도 예상했는데 결국에는 12,000명 이상이 경과조치에 등록했다.
치과계 역사상 이처럼 거대한 바람이 분 것은 처음이다. 일반 국민이 보더라도 치과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임상술기를 열심히 연마한다면 대외적으로도 좋은 이미지가 구축될 것으로 믿는다.
FDI 서울총회가 2년여를 앞두고 있다. 조직위원장으로서 성공 개최를 위해 어떤 부문에 주력하고 싶은지?
FDI 본부의 여러 내부적인 문제로 2012년 총회를 홍콩에서 개최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불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대회를 개최하는데 언제까지 남의 탓만 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하는 행사에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등록해 국가 위상도 높이고, 흑자도 내서 치과계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13년 서울총회를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회로 만들겠다. 이를 위해 수년전부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치과의사협회와 MOU, 중국치과의사협회와 논의, APDF 재가입 추진 등 아시아 지역의 광범위한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6,000~7,000명 정도 내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쪽은 FDI 본부에서 책임지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들어오는 인원을 10,000명 선으로 예측한다.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각계와의 협의도 꾸준히 유지하고, 대외적인 홍보에도 주력하겠다. 총회 이후 잉여금이 생긴다면 동남아 지역 개발도상국가 치과의사를 교육시킬 수 있는 기금으로 조성하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다.
주위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차기 집행부를 포함해 치과계를 위해 일하는 모든 분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정말 회원들과의 소통은 열심히 연구하지 않으면 힘들다. 나부터도 지금까지 해법을 찾지 못했다.
임기동안 그랜드워크숍도 해봤고, 11개 치과대학을 돌며 특강도 했다. 지부방문도 대부분 2회 이상 했다. 치협에서 하는 일을 회원들에게 홍보하고 싶지만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 신문도, 안 보는 사람은 절대 안본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주위에서 (나의) 큰 문제는 ‘소통의 부족’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회원과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었을까? 워낙에 밀고 나가는 업무스타일 때문에 그런 지적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협회장 선거 열기가 뜨겁다. 집행부 내에 후보자가 집중되다 보니 회무공백을 우려하는 소리도 있다. 선거에 출마할 경우 사전에 집행부 사퇴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부회장들이 선거에 출마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나은 것 아닌가? 과거에는 협회장이 재출마해 회무공백이 있었지만, 지금은 협회장이 남아 중심잡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만약 집행부 사퇴를 해야 한다면 또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 지금 부회장 3인이 회장단 후보로 뛰고 있지만, 현안과 관련한 회의는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고, 참석이 어려운 경우는 전화를 해 이해를 구한다.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치협 첫 상근회장으로서 제도의 장단점을 평가한다면?
사람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진료와 회무를 겸임하지 않고, 회무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회무효율성은 확연히 높다. 회무에 집중하려면 상근회장은 괜찮은 제도다. 나 역시도 임기가 10여 일 남았지만 아직도 국회를 돌고 있다.
단점이라면 3년 동안 환자를 멀리하다보니 내 손이 낯설어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30년 단골 환자도 떨어진다. 임기 후 어떻게 할지 아직 생각을 정리 못했다.
일단 아들이 하고 있는 치과에 페이닥터로 등록할까 생각중이다(웃음). 협회장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다시 개원하는 것밖에 대안이 없다. 너무 큰 희생이 따른다. 개인적으로는 상근회장제도를 유지하려면 이임 이후 일정기간동안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상근회장제도가 어느 정도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회원들이 이해해줬으면 고맙겠다.
어떤 협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내부적인 반대와 복지부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50년 숙원이었던 전문의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협회장. 그렇게 기억되고 추억되길 바란다. 3년 동안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회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