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와 BC의 의미는 모두가 알다시피 예수님 탄생을 기준으로 서기 1년으로 정하고(기원) 그 이전을 영어로 Before Christ의 약자 BC(기원전)로 표기하고, 그 이후를 라틴어 Anno Domini(주님의 해)의 약자인 AD, 혹은 Ante Christum(A.C.)를 기원후로 표시했다. 그런데 요즘 AC(After Corona), BC(Before Corona)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가 인류를 타격하기 전과 후 삶의 패턴이 크게 바뀔 것을 예상해 미국 칼럼니스트가 사용한 말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늘 정치와 경제 두 축으로 변해 왔다. 정치적으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케네디가 대표 이미지인 냉전시대, 고르바초프에 의한 냉전 종식, 등소평의 중국 개방, 미국 911사태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경제적으로는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주도권을 잡은 미국이 세계 기준이 됐다. 미국은 1920년대 대공황을 겪고 나서 금본위제도를 탈피하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면서 번영을 이룩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적 주도권을 유지하며 1980년대 세계화를 주도하고 2008년 리먼사태까지 지속됐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가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1980년 이후 인터넷 보급과 함께 이뤄진 급속한 세계화를 한 번에 리셋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국가 간 무비자 입국을 무효화시키고 수많은 항공이동을 한순간에 올스톱시켰다. 국간 간 사람 이동을 철저히 차단하고 경계하게 됐다. 코로나 이후(AC) 변화는 정치, 경제, 문화, 의식, 행동 등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세계화에 따른 부작용을 인식했으니 그에 따른 대책들이 마련될 것이다.
일단 우리 현실을 보면 교육계가 가장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 예상된다. 인터넷 강의 도입은 처음엔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 수업은 감소하고 온라인 수업은 증가해 학교는 3일 정도 가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그중 제일 먼저 대학이 변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온라인 매출 증대와 오프라인 매장의 급속한 붕괴가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5%로 다른 나라(미국 6.3%, 캐나다 8.3%, 스웨덴 9.8%, 독일 10.2%, 일본 10.4%, 프랑스 11.6%, 영국 15.4%, 이탈리아 23.2%)보다 높다. 현재 25%도 불과 4~5년 사이에 30%대에서 급감한 것인데, 더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은 사회적으로는 선진국형으로 변해가는 과정이겠으나 개인으로는 실직이라는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 이런 변화들은 결국 일선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에게도 많은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최근 한국 치과계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내부적으로는 치과의사 수 증가, 체인화, 대형화, 덤핑화, 광고화 등이 있었고, 외부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직원 구인난, 환자 의식변화 등이 있었다. 이런 상황은 치과의사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왔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치과계도 AC와 BC로 나뉠 것이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수입의존도가 높은 치과 재료가 영향을 받을 것이기에 치과 재료 국산화가 절실해 보인다. 자영업자 감소영향이 큰 대도시 개원가는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결국 대도시보다는 소도시가 더 선호되는 양상으로 변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전에 대한 두 가지 준비가 요구된다. 경제적인 영향에 대한 현실적 준비와 마음에 대한 준비다. 마음은 코로나 블루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경제적 영향은 언제든지 마음을 우울하고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 개원 현장에서 오늘도 분투하고 있는 모든 원장님께 응원을 보낸다. 더불어 만약을 대비해 장기적으로 견딜 수 있는 플랜B를 만들어 놓을 것을 조심스럽게 권한다. 더불어 플랜A와 플랜B에는 ‘마음챙김’을 꼭 포함시킬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