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입안이 헐고 아파요”, “입안에 수포가 생겼는데 괜찮은 건가요?”, “○○연고 잘 낫나요?” 흔히 ‘입병’으로 불리는 구내염은 일반인들에게는 일상적이면서도 가벼운 질환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감염 또는 비감염성 원인에 의해 입안 점막 및 입 주변에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정의되는 구내염은 2주 이내에 증상이 사라지지 않을 경우 구강암 등을 의심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치과에 내원해 진단 및 검사를 받아야 하는 구강질환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피로감이 누적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구내염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가 되고 있다. 치과의사들은 “대중광고로 일반화돼 있는 구내염 연고도 그 성분과 적응증을 잘 구분해야 하고, 약을 잘못 선택할 경우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구내염은 치과의사도 환자도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할 질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인도, 증상도 다양한 구내염…치과 감별진단의 중요성
일반적으로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구내염에는 아프타성 구내염, 헤르페스성 구내염, 칸디다증, 편평태선 등이 있다.
구강내과전문의 송윤헌 원장(아림치과병원)은 “일반적인 구내염의 경우 스테로이드 연고를 구입해 바르는 것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바이러스성 감염이나 칸디다와 같은 진균(곰팡이) 감염인 경우에 스테로이드 약제를 사용한다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바이러스성 감염이라면 항바이러스 연고와 처치가 필요하고, 진균감염이라면 항진균시럽을 사용해야 하므로 치과에서 감별진단 후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내염의 감별진단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다양한 증상과 예후가 있는 만큼 사진으로 구분되는 것 이외에도 치과의사의 경험치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고 직접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는 부위를 확인하고 직접 염증부위를 확인하고 촉진하는 방법이 동원되며, 비정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라면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 있어 이 경우 구강내과 또는 구강외과, 치과병원급으로의 의뢰가 시급하게 결정돼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 아프타성 구내염 흔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하면 곧잘 생기는 아프타성 구내염은 1㎝ 미만의 하얗고 둥근 염증이 잇몸, 입술 안쪽, 혀 곳곳에 1~3개의 병소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면서 10일 정도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또 입병이 생겼네”라고 인식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구내염이라 할 수 있다. 길어도 2주 이내에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통증 완화를 위해 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스테로이드 성분을 병소에 직접 도포함으로써 궤양의 크기를 줄이고 치유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의 성분과 특성을 감안해 사용기간과 부작용 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칸디다증 구내염 구강 내 칸디다로 인한 진균증이다. 곰팡이 감염인 만큼 틀니 사용자 또는 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그리고 어린 아이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가 포함된 연고사용을 피하고, 항진균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앞서 지적했듯 스테로이드는 바이러스나 진균, 세균 감염에 의한 구내염에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 헤르페스성 구내염 입술 가장자리가 부르트게 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단순포진의 한 종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구강주변으로 발현된다. 주로 입술주변의 물집으로 나타나는데 구내염 가운데 통증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타성 구내염과는 달리 바이러스성 질환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면 증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아시클로버 성분의 항바이러스 연고를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 편평태선 구내염 구강 편평태선이란, 잇몸이나 볼, 입술의 안쪽 점막이나 혀 점막으로 나타난다. 백색 선, 레이스, 망상형태를 띠거나 점막이 붉고 매끈하게 위축되거나 허는 형태로 나타난다. 구강편평태선의 2~3%는 악성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2~3주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정밀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
최근 발간된 신간 ‘구강점막질환 아틀라스’(대한나래출판사)에서 저자인 나카가와 요이치는 “구강케어가 보급되면서 구강점막을 볼 기회가 급증하고 있으며, 의료 관계자가 구강점막질환의 진단과 치료에서 담당하는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구강점막질환은 치료가 필요한 것과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구분해 정리했다. 혀암, 구강저암, 치은암, 홍반증, 백반증, 혈관부종 등은 생명에 관련된 것으로 즉시 전문적인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봤고, 대상포진, 헤르페스치은구내염, 칸디다증, 괴사성 궤양성 치은구내염 등은 증상이 가볍게 끝나지만 즉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구분했다. 급한 것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치과치료가 필요한 구강점막질환으로는 구강편평태선, 백반증, 치은종, 유두종 등을 들 수 있다. 대증요법이 중심이 되는 질환으로는 카타르성 구내염, 헤르펜지나, 아프타성 구내염, 궤양성 구내염을 정리했다. 하지만 지도혀, 혀균열, 흑모설, 설태 등을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질환으로 구분했다.
구내염 진단,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부터
일반적으로 입안에 수포가 생겼다고 곧바로 치과를 찾는 환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구내염은 구강내과 영역에서는 대학교육 과정에서 한 학기를 오롯이 할애해야 할 정도의 방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단순 구내염부터 구강암, 설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악성궤양까지 다양하며, 단순 질환이라 하더라도 연고부터 성분을 따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강수경 교수(구강내과)는 “일단 ‘정상’과 ‘비정상’을 명확히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급성이거나 비정상적 소견을 보이는 경우라면 치과의사(구강내과 전문의 등)에 의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구강악안면외과로 의뢰하는 방법도 있다. 구내염 진단에 있어 두드러지는 성질도 분명 있다. 병소의 색, 발생 위치, 크기나 통증 유무, 점막 비대 여부, 다발성으로 발생했는지 등에 따라 구분하고 상세한 병력청취를 통해 진단과 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증상의 변화양상, 무엇보다 급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라면 더욱 신중하고 민감하게 판단해야 한다.
구내염은 치과 치료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 환자의 증상을 기록하고,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상세히 기록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의치나 교정, 보철치료가 동반되는 경우 구내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치과치료 중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해 의료진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명하다는 구내염 치료제도 증상에 맞게 사용해야 구내염 치료는 원인을 치료하는 원인요법과 증상에 감소시켜주는 대증요법으로 구분된다. 칸디다가 원인인 구강칸디다증에는 클리로졸 캡슐 등의 항진균제를, 바이러스 감염증인 헤르페스 구내염이나 대상포진의 경우라면 아시클로버 계열의 항바이러스제를, 아프타성 구내염이나 구강편평태선에는 스테로이드 약제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약국에서 바로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의 사용이 가능하지만 증상에 따른 처방이 첫 번째다. 상처주위를 보호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칸디다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장기간 사용을 피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면봉으로 필요한 양만큼만 도포해야 한다. 입안에 바르고 효과를 기대해야 하는 것이므로 발림성 또한 중요한 구분 요소다. 일반적으로 구내염 치료효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테로이드의 함량과 접착력이다. 통증이 심한 경우라면 리도카인이 포함된 제품이 선호된다. 다만, 바이러스성 질환, 곰팡이 질환 등에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안되는 만큼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구내염 치료제의 경우 성분별로 크게 스테로이드 계열(페리덱스 연고 등), 국소마취제 계열(페리톡겔 등), NSAIDs 계열(아프니벤큐액 등) 및 살균 방부제 계열(페리터치 등) 치료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살균 방부제 계열의 치료제는 적용 후 입안을 충분히 헹궈주는 것이 좋으며, 이외의 연고들은 도포 후 음식을 바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최근 약국의 한 부분을 구내염 치료제 매대로 구성했다는 송파구 소재 녹십자약국 김희정 약사는 “환자들은 구내염 등 입병이 생기면 인터넷을 통해 증세를 찾아보고, 후기가 좋은 제품을 골라 약국에 구매하러 온다”면서 “소문과 더불어 ‘치과의사의 권고’ 는 높은 신뢰감을 형성해 제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입소문을 탄 제품으로는 알보칠이나 오라메디가 일반적이고, 덱사메타손 스테로이드 성분에 뛰어난 접착력을 자랑하는 페리덱스는 접착력이 우수해 약을 삼킬 우려가 적어 어린이들에게서 선호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대중광고보다는 병의원을 통해 처방하는 구내염 연고로 알려진 카미스타드엔겔은 생약성분에 안전하면서도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제품으로 의료인들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이 외에도 가글 형태로 사용상의 편의와 치료 효과를 높인 아프니벤큐액 등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순 구내염인줄 알았더니 구강암? 꾸준한 구강위생관리 중요
단순 구내염인줄 알았더니 구강암의 전조증상이었다면? 흔히 구내염은 생겼다 사라지는 질환의 하나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과 치료 또는 구강검진 중 예상치 못한 중대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2주 이상 연고를 바르고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다면 구강암 등 2차적인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구내염이 동일한 부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치과를 찾아 조직검사를 받는 것을 권한다. 구강암은 5년 이내 사망률이 약 56%에 달할 정도로 위험한 암이지만 구내염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 조기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치료제를 잘못 선택했는지, 다른 질환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구강암이 아니더라도 구강 내 누공과 같은 질환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구내염과 비슷한 형태로 잇몸에 생기지만 실상은 치아에 충치가 생기면서 염증이 찬 것으로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발치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지만 단순 구내염으로 판단해 연고에 의존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반면, 혀 안쪽이 까맣게 변하는 흑모설, 혀편도 비대, 하악골 안쪽에 결절성 덩어리가 보이는 경우는 육안으로는 상당히 심각해보이지만 병적인 요소가 없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심각한 질환인 줄 알고 치과를 찾았다 안도하는 경우도, 단순 질환인 줄 알았다 암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많아 지속적이고도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구내염이 생겼다면 무턱대로 아무 약이나 바르지 말고 가까운 치과를 찾아 진단을 받을 것, 상처부위를 만지거나 자극하지 않을 것 등이 환자들이 숙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으로 꼽힌다. 송윤헌 원장은 “통증 때문에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 약을 쓰기는 하지만 어쩌면 몸에서 무리하고 있다고 보내주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청결한 구강위생을 유지하고 충분한 휴식과 회복을 통해서 치유를 하는 것이 좋다”면서 “구내염이 2주가 지나도 낫지 않는다면 반드시 치과에서 검사를 하는 것을 추천하며, 3주 이상 지속되고 염증이 궤양으로 발전하거나, 염증 부위가 계속 커지면 반드시 치과에서 구강암을 포함하는 전문적인 진찰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꾸준히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꾸준한 구강검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치과를 가까이하고, 전문적인 상담으로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