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을 의원급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에 대한 확정고시가 지난달 29일 발표됐다.
지난 연말 입법예고 과정을 거쳤지만, 고시는 헌법소원 제기가 가능한 기간인 90일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전격 발표됐다. 이에 제도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반대성명을 제출하고 헌법소원을 준비해온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김민겸·이하 서울지부) 임원과 회원 등 31명의 소송단은 고시가 발표된 다음날인 30일 곧바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접수했다.
서울지부 김민겸 회장은 “임원 대다수를 포함한 일반 회원 31명이 이번 비급여 확대 법안에 심각한 권리침해를 느껴 자발적으로 개인 비용을 갹출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됐다”면서 “지난 수년간 헌법재판소 앞 1인 시위로 국민을 위한 의료정의를 실천한 치과의사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부는 4월 1일부터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1인 시위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미제출 시 과태료 부과 개정안도 입법예고
이번 개정은 병원급에 제한적으로 시행돼오던 비급여진료비 공개 제도를 전체 의원급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공개 대상도 기존 564항목에서 616항목으로 확대된다. 치과의 경우 병원급 비급여진료비 공개 시 임플란트, 크라운, 광중합형복합레진충전, 자가치아이식술, 잇몸웃음교정술이 포함됐었으나, 확정된 개정안에는 인레이 및 온레이 간접충전, 치석제거가 추가됐다. 다만, 행정예고에 포함됐던 이갈이장치 치료는 제외됐다.
또한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조사·분석결과 공개 시기는 현행 매년 4월 1일에서 매년 6월 마지막 주 수요일로 변경’한다고 명시하고, 고시가 늦어진 만큼 ‘올해는 시행일을 고려해 8월 18일로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행정예고 당시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 전반에서 반대여론이 봇물처럼 일었다. 복지부는 치과계와 진료비용 공개항목 관련 간담회를 개최해 여론수렴을 하는 듯했지만 이갈이장치 단 한 항목을 제외하는 것 이외에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미보고·거짓 보고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 및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에 관한 업무도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3월 30일자로 연이어 입법예고됐다.
‘보고 또는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한 경우’ 200만원, 심지어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도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 부과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이 시행령은 5월 10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6월 30일부터 시행된다.
개원가에서는 “헌법소원이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자료 제출도 보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인정하는 최저가?” 환자도 의료인도 피해
서울지부 소송단은 개정법률이 내포하고 있는 환자와 의료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자들의 민감한 비급여 진료정보를 포괄적으로 정부에 보고토록 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의료인의 양심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개정 의료법에서는 ‘진료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을 정부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의료정보를 보고하고 공개하는 과정은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위반할 소지가 있다.
의료인의 기본권 침해는 더욱 심각하다. 환자의 비밀유지 의무를 지킬 수 없도록 강제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영업하는 데 있어 영업비밀이라 할 수 있는 비급여 내역을 전부 공개토록 함으로써 직업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비급여진료비용 공개를 의원급으로 확대하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기존 의료법을 통해서도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비가 공개되고 있고, 의원급까지도 비용을 고지할 의무를 갖고 있어 환자들의 알권리는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소규모 영세한 의원급까지 비용을 공개토록 하는 것은 과도한 최저가 경쟁을 유도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나친 비급여 진료비 할인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치과계의 경우 일부 먹튀치과 사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을 정도다.
그럼에도 정부가 앞장서 동네치과, 동네의원까지 일률적인 기준으로 수가를 조사해 공개한다는 것은 ‘정부가 인증하는 최저가’라는 인식을 심어줘 결국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피해로 전가될 우려가 크다. 기업형 불법사무장치과를 촉발하고 의료영리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수가경쟁을 의무화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개정이냐”는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