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가 보험 임플란트 개수를 4개로 추진한다는 정책제안서 기사를 접했다. 보통은 당장 매출도 늘어나고, 무치악 환자에게 4개의 임플란트를 해줄 수 있으니, 치과의사와 국민 입장에서 매우 좋은 정책인 것으로 생각됐다.
총액고정제 한계를 정부와 협상을 통해 계속 높이며, 적용연령도 60세로 확대하고, 결국 보험 임플란트 개수 증가가 치과 수입과 파이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한다. 또한 비급여의 급여 확대가 장기적으로 치과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면에 평균적으로 비보험 임플란트 수가가 보험 임플란트보다 낮은 현실에서, 현재 보험 임플란트 수가는 무너져가는 비보험 임플란트 수가를 떠받치고 있는데, 괜히 수가 재협상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든다는 목소리가 있다.
수가가 낮아진다면, 본인부담금 감소로 덤핑치과의 먹잇감이 되기 싶다는 뜻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치과계가 선제적으로 임플란트 4개 보험적용을 제안하는 것은 현실적인 협상력을 감소시키며, 다른 필수적인 진료수가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치과계 파이가 커지겠지만, 정부는 비급여 공개자료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려다.
회무를 하다보면, 거의 모든 일이 항상 처음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는 듯하다. 그런데 계속 생각을 해보고 보통의 동네치과 원장들과 얘기를 해보고, 후배 새내기 치과의사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해보았다.
첫째, 전체 보험파이는 정해져 있고, 그중 치과분야 비율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끝없이 치과 쪽 의료비용이 증가한다면 논의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해마다 증가하는 건강보험 파이에서 보험 임플란트가 4개로 늘어나면, 결국 신경치료나 치주치료와 같은 기본 치료의 보험수가는 현실화될 수 있을까? 보험 임플란트 4개가 되면 신경치료, 치주치료는 저수가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임플란트보다 자연치를 살리려는 수많은 치과의사에게 저수가를 더욱 고착화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보존과, 치주과를 전공한 이들도 어쩔 수 없이 임플란트에 더욱 매진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두 번째, 보험 임플란트가 4개가 된다면, 오히려 살릴 수 있는 치아도 발치 후 임플란트로 대체하는 것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임플란트라는 치료는 경제적인 것과 치료과정을 손쉽게 얻는 면이 있지만, 결국 우리 직업이 무책임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히려 치주, 근관치료 수가를 현실화하고, 메탈크라운 등을 보험으로 진행하는 것이 우리 직업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닐까?
세 번째, 보험 임플란트가 4개가 된다면, 직원 3명 정도의 작은 치과들이 유리할까? 아니면 대형 치과나 덤핑 치과가 더 유리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새내기 치과의사가 유리할까? 환자 차트를 1만장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기득권 치과의사들이 유리할까? 후배 치과의사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우리 자신의 배를 불릴 생각이 아닌가 한번 고민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새내기 치과의사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미 65세 이상 환자들은 주변의 선배 치과, 유명 치과, 대형 치과 등에서 4개의 보험 임플란트를 완료해버려서, 치주나 신경치료 위주로 진료해야 하는데 치주, 신경치료는 저수가에서 묶여있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결국 우리 직업은 노후화, 쇠퇴화로 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우리 후배 치과의사들과 미래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직업군이 되기 위해서는 근관, 신경치료 등 기본적 치료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임플란트처럼 최종적 치료에 보험파이를 집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길게 보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치협이 대선 정책제안서에 보험 임플란트 4개 확대를 넣었다고 기사를 접한 지금, 우선은 협회가 중심이 돼 4개로 확대가 되더라도 절대 수가가 하향 조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비급여 공개자료가 정부에 모두 넘어간 지금, 과연 우리가 올해 보험 임플란트 수가를 공단과 협상에서 지켜낼 수 있을지, 괜히 4개 확대를 꺼냈다가 수가 재조정이라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치협이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