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아, 항상 “괜찮다”고 하다가 떠나기 열흘 전 마지막 통화에서 “좀 안좋아요. 좋아지면 한번 뵈어요”라고 하더니 이제 영영 못보게 되었네.
두 아이와 부인을 두고 어찌 이리 허망하게 떠나버렸나? 부디 좋은 곳에서 편하게 지내다 다시 만나세.
힘든 일 맡겨서 정말 미안하네.
설을 앞둔 지난주 김윤관 선생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목요일, 파주의 양지바른 언덕에 선생을 묻고 새해를 맞게 되니 기막히고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김윤관 선생과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 서로 구로구와 서초구 치과의사회장을 지낼 때였고, 이듬해 구회장협의회장과 간사로 같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업무든 유연하게 처리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과 추진력 덕분에 저는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도 가끔씩 소식을 전하고 제게 치료도 받던 중 또다시 동창회 소모임에서 회장과 총무로 같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김 선생은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 37대 집행부에서는 홍보이사였는데, 임원 임기 마지막 해에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당시 협회 재무이사였던 제게 서울지부 회장직에 도전해 보지 않겠냐고 넌지시 물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결국 선생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선거운동을 하였습니다. 송구하게도 저는 서울지부 회장에 당선되었고 선생은 SIDEX 사무총장이 되어 또다시 같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자리를 통해 함께 일했던 선생은, 정의감이 넘치고 치과의사로서 시대적 소명을 가슴에 간직하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엄혹했던 군사 독재 시절에는 ‘10.28 건국대 항쟁’에 참여하여 졸업이 늦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구로구치과의사회장을 역임하면서 치과의사 사회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기도 했습니다.
선생이 2020년 SIDEX 사무총장을 맡자마자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SIDEX가 사회적 주목을 받았고 존폐의 기로에 놓인 적이 있습니다. 서울지부 임원들 모두 엄청난 책임감으로 인해 마음의 부담과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실무 책임자였던 선생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선생의 헌신적이고 초인적인 노력이 아니었다면 SIDEX의 명맥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구로구 회장과 구회장협의회 간사, 서울지부 홍보이사와 SIDEX 사무총장직 등 수많은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며 노력한 김윤관 선생 덕분에 우리 치과계는 분명히 개선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선생의 희생과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언젠가 우리 임원 중 한 분이 “왜 가족과 함께할 시간에 혼신을 다해 회무를 하십니까?”라고 묻자, 선생은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올바른 일을 하면 나 스스로 보람을 느낍니다.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누군가는 우리를 이끌어야 하고 그 와중에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이겨내야 합니다.”
김윤관 선생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합니다.
2022년 1월 29일
서울시치과의사회장 김민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