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용범 변호사입니다. 치과 의료기관에서도 항생제, 진통·소염제, 소화제, 신경병증 치료제 등의 전문의약품을 상시적으로 처방하고 있고, 향후 신약 등 의약품의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전문의약품을 치과의료기관에서도 처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의료계에서 공분을 사고 있는 4년에 걸쳐 행해진 약사의 무단 변경조제 사건을 소개해 드립니다(해당 사건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인하여 법원에서 기소여부에 대한 심리를 이어가고 있는 사건입니다). 본 칼럼을 통해 전문의약품 처방 및 조제와 이를 규율하는 약사법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사실관계
1) 피해자는 2014. 11. 유방암 수술을 받고서 이듬해인 2015. 봄부터 **대학교병원으로 옮겨 정기검사와 약 처방을 받아왔습니다. 주치의는 2015. 봄부터 2019. 4. 19. 까지 피해자에게 줄곧 경구항암제 Nolvadex 20㎎를 처방해 주었는데, 병원 내에 Nolvadex 코드가 없는 관계로 Nolvadex의 복제의약품인 한국 유나이티드 제약사의 타목센 20㎎을 기입하면서 ‘nolvadex로 주세요’라는 참조문구를 넣는 방법으로 처방전(이하 “이 사건 처방전”이라 합니다)을 내어 주었다. → ‘타목센 정 20㎎ 1T ※ nolvadex로 주세요’
2) 놀바덱스 정(Nolvadex)은 경구항암제인 타목시펜(Tamoxifen) 성분을 10.0㎎ 함유한 의약품이며, 놀바덱스 D정(Nolvadex D)은 타목시펜(Tamoxifen) 성분을 20.0㎎ 함유한 의약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이 약제들의 올바른 용법용량에 대해 ‘성인 1일 20~40㎎을 2회(아침, 저녁)로 분할하여 경구 투여한다’는 내용을 안내하고 있고 일반적으로는 1일 20㎎을 통상적으로 사용함.
[표1] ‘놀바덱스 정’ 및 ‘놀바덱스 디 정’ 타목시펜 함량
●놀바덱스 정: 타목시펜 성분 10mg 함유 ●놀바덱스 디 정: 타목시펜 성분 20mg 함유 |
표2] ‘놀바덱스 정’ 및 ‘놀바덱스 디 정’ 처방 방법
①놀바덱스 정 2정, 하루 한번 → 1일 20mg ②놀바덱스 정 1정, 하루 2번 → 1일 20mg ③놀바덱스 D 정, 하루 한번 → 1일 20mg |
3) 놀바덱스는 타목시펜 성분을 포함한 의약품의 일반 명사와 같이 사용되고 있음.
4) 그런데 이 사건 약사들은 이 사건 처방전에 ‘타목센 20㎎’, ‘조제참조: nolvadex로 주세요’라는 내용의 변경조제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정확한 처방내용을 파악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에게 Nolvadex 10㎎을 무려 4년에 걸쳐 조제해 주었다. 기재 사항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이 사건 처방전을 보고 처방전을 발행한 주치의에게 연락하여 불명확한 사실을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약사들은 ‘Nolvadex로 주라는 것’이 1. 놀바덱스 정 2정, 하루 한번, 2, 놀바덱스 정 1정, 하루 2번, 3. 놀바덱스 D정, 하루 한번 중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Nolvadex 10㎎를 조제하여 용량을 임의로 변경한 위법한 변경조제를 시행하였다.
■ 관련규정
제26조(처방의 변경·수정) |
■ 검찰의 불기소 처분 요지
의료계의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검찰은 위 사건의 약사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하였고, 이러한 검찰의 처분은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검찰 처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변경조제는 통상 처방전에 기재된 약보다 단가가 낮은 약을 조제하거나 그 양을 적게 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강보험을 청구하여 그 차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인데, 이 사건 처방전에 대한 건강보험청구가 단가가 비싼 ‘놀바덱스디’가 아닌 처방전에 기재된 대로 ‘놀바덱스’로 청구되어 약국이 차익을 얻은 사실이 없는 점이 확인되고, 피의자들이 환자인 피해자에게 고의적으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낮은 용량을 조제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의자들이 이 사건 처방전에 대하여 ‘놀바덱스’ 10mg을 처방한 행위가 처방전에 기재된 용량을 변경한 것에 해당하여 변경조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더라도, 피의자들이 고의로 이 사건 처방전의 의도와 다르게 변경조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적정용량을 조제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약사법위반으로 물을 수는 없다 |
■ 검찰처분에 대한 비판
1) 약사법 제26조 규정은 약사가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등의 동의 없이 변경조제 내지 수정조제를 못 하도록 정하고(제1항), 불분명한 기재로 인해 변경조제가 이루어지는 사고를 방지하고자 처방전에 표시된 명칭·분량·용법 및 용량 등이 의심되는 경우 의사 등의 확인을 받도록 약사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제2항). 두 조항을 통해, 우리는 제2항에 열거된 것처럼 처방전에 표시된 분량, 용량과 다른 의약품을 조제하는 것이 제1항에서 금지하는 변경조제의 유형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특히 이 사건에서 ① 피해자는 암 수술을 받은 직후 항암제를 투약하며 예후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상태였던 점 ② 전문의약품인 항암제는 그 처방대상 및 목적 등에 비추어 약사에게 보다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된다는 점 ③ 잘못된 조제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기간이 무려 4년에 가깝다는 점 등을 살펴보면, 위 약사들의 위법성이 무척 중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3) 보건복지부 역시, 처방전 기재 용량의 절반을 조제해 준 약사들의 행위가 약사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질의한 민원에 대해 2020. 3. 13. 약사법 제26조 제1항에 위반되는 변경조제로 판단된다는 유권해석을 회신해 주었습니다(보건복지부 2020. 3. 13. 유권해석 회신 참조).
4) 피의자 약사들이 과실로 변경조제를 하였다는 것이 설명이 되려면, ① 20㎎의 기재가 없었다거나 ② 아니면 놀바덱스라고 기재된 곳 옆에 용량이 10㎎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병행 기재되어 있는 사정 등으로 인하여, 타목시펜 성분 10㎎을 처방하는 것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처방전에는 20㎎으로 명시적으로 용량이 기재되어 있고, 20㎎을 10㎎으로 처방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기재사항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피의자 약사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조제 분야의 전문가인 약사라는 점에서 용량을 변경조제하겠다는 고의를 갖고 이 사건 변경조제행위를 실행한 것을 알 수 있고, 적어도 자신들이 20㎎의 기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10㎎만 조제하는 것으로 인하여 위법한 변경조제의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실행하였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용량을 달리한 조제행위를 변경조제로 보지 않는다면, 약사가 임의로 의사의 처방전에 기재된 용량과 다른 의약품을 조제하고, 이로 인해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위험을 발생시킨다 해도 그에게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의약분업의 구조상, 아무리 의사가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하더라도 약사가 그에 맞는 약품과 용량으로 조제해 주지 않는다면 기대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없고, 이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엄중한 문제입니다. 약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해야 하고, 그 의무를 위반한 행동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