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서넛만 모이면 이구동성으로 네트워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다 할 정도로 최근 치과의사들 사이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네트워크’다.
물론 모든 브랜드 치과에 대한 반감은 아니다. 거대한 규모와 조직력, 자본을 앞세워 불법적인 요소가 강한 마케팅에 치중하며 인근 개원가를 위협하고 있는 일부 네트워크 치과에 국한된 문제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동네치과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과도한 수가 덤핑으로 치과계의 블루오션이었던 임플란트를 하루아침에 골칫덩이로 만들어버린 것은 물론, ‘저가’ 홍보에 적극 나서면서 적정진료-적정수가를 고수해온 대다수 치과의사들을 비싸게 받는 비양심 치과로 매도하고 있다.
‘임플란트 100만원’, ‘스케일링 무료’ 등을 내세우며 환자를 유인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손실분만큼은 또 다른 치료를 유도하면서 ‘과잉진료’의 문제까지 낳고 있어 치과계 전체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점점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일부 네트워크치과, 이제는 유사 네트워크까지 횡행하면서 치과계의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치과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일부 네트워크 치과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응법을 함께 모색해본다.
수가덤핑으로 환자유인, 동네치과 직격탄
모 치과네트워크의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진 것은 불과 2~3년 사이의 일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진료비 할인행위. “임플란트 100만원”을 내걸고 “인근 치과보다 싸다”며 길거리 호객행위까지 서슴지 않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해서는 ‘국내최초’, ‘최고급’, ‘최상’의 진료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환자들의 관심을 끌고 저가 임플란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수가하락을 가속화시켰다.
이러한 행위의 파급력은 컸다. 적정진료에 적정수가로 소신을 지켜온 동네치과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치과는 왜 이렇게 비싸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고, 음식점 전단처럼 뿌려지는 치과 광고지에 점점 상업화돼 가는 현실을 직면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문제의 치과들은 점점 규모를 키워갔고, 이제는 각 구회마다 지역마다 곳곳에서 치과계 의료질서를 흩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규모 동네치과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수가인하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접어들었고, 불법적 요소가 다분한 마케팅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특히 초기에는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고 진료비 할인 등에 대해 명확히 불법 처분이 내려졌지만 현재는 관계당국의 의지마저 약화되고 있어 단속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화된 이러한 치과에 대한 단속이 더욱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행정처벌 또한 돌려막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치과의사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보니 업무정지 등 처벌을 받으면 대표원장 명의만 바꿔 또 다시 진료를 이어가 실질적인 피해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법률적인 무장까지 점점 철저해지다보니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아 구회, 지부, 치협 차원의 대응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치과 수익 왜 이렇게 떨어지나 했더니…”
네트워크 공동화 현상?
치과계 경영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러한 하소연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영난으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한 개원의는 “10여년 개원의로 생활하면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대형치과나 네트워크 치과가 특정 기업과 제휴하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환자가 급감했다”며 소규모 동네치과로서는 따라가기 힘든 자금력에 맞서기 버거워지고 치과유지가 어려워져 개원을 접을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의 모 구회에서는 관내 불법 네트워크 4곳이 들어서면서 수입 감소를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회원들이 늘었다.
갑자기 환자가 뚝 떨어져 막연히 경기불황 탓인가 했지만 관내 은행지점장으로부터 “4곳 치과에서 한달 예치금이 30억에 달한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깊은 허탈감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해당 네트워크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국산뿐 아니라 외산 임플란트까지 값싸게 제공할 것이라는 계획까지 전해지고 있어 점점 쉽지 않은 경쟁이 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인센티브 적용, 과잉진료 양산
환자 피해도 키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부 네트워크 치과의 폐해가 치과의사들의 수익구조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문제의 네트워크 치과들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최종 피해는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문제의 치과에서 근무한 바 있는 한 치과위생사는 “일반 치과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지만 업무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환자가 많아지면 상여금을 더 주는 형식이 아니라 애초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개인별로 할당된 환자수나 치료수익을 내지 못하면 인센티브를 삭감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그렇다 보니 ‘스케일링 무료’를 내걸고 환자를 유치했지만, 추후 그 환자가 스케일링 이외의 다른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과잉 진료로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료스탭뿐 아니라 치과의사들의 업무 스트레스도 상당히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가덤핑을 내건 대형 네트워크의 경우 페이닥터를 고용하고, 상담실장 등 스탭들의 관리 하에 두는 경우가 많다.
임상경험이 적고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젊은 치과의사들을 고용해 대부분의 진료를 떠맡기고 목표치를 할당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해당 치과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돌아가면서 대표원장으로 명의를 대여해주면서 불법적인 행태를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해당 치과와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모 업체 관계자는 “문제의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번져가는 것도 위기감을 느끼게 하지만 대표원장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보면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지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터무니없이 싼 진료비를 내걸고 있는 만큼 수익은 다른 곳에서 챙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스케일링을 무료로 해주고 다른 보철치료를 강권하고, 다른 보철치료가 가능함에도 임플란트가 유일한 대안인 듯이 환자들을 현혹해 과잉진료를 하게 된다.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치과의사들에겐 박탈감, 환자들에겐 불신 초래
치과계 합의, 환자 인식개선 필요
불법적인 양상을 띠는 일부 네트워크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치과계 안팎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치과의사들에게는 경영 악화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회원 간 반목을 키우는 악영향을 초래하고, 환자들에게는 저가로 시술하고 책임지지 않는 치과,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양산하는 치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치과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치과계의 적극적인 대처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치과의사회는 불법 네트워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올바른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TF’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약속하고 나섰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최남섭 회장은 “일부 불법행위를 일삼는 대형 네트워크로 인한 개원가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개원질서를 파괴하는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다각도로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TF 위원장인 정철민 부회장 또한 “일부 불법 네트워크 치과의 불법행위 감시 및 건전한 의료질서 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대처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과계 전체를 위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혼자만 잘 살기 위해 개원질서를 흩트리기에 앞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영의 발전을 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저가 마케팅이 결국 치과계 블루오션이었던 임플란트를 빠른 속도로 추락시키고 있고, 이는 결국 단기적인 이익을 누렸던 덤핑 치과에도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환자 스스로 적정치료와 적정수가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 환자와 치과의사 사이의 신뢰가 보장될 수 있다. 싸게 받는 치과가 양심적인 치과라고 오인하는 환자들의 인식을 개선시켜주는 것 또한 네트워크 치과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일부 불법적인 의료행태를 보이고 있는 일부 네트워크의 문제로 치과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한켠에서는 이름만 달리한 유사 네트워크가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치과의사 본인, 그리고 치과계 전체를 위해 관심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