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서울치대 구강내과)에게 강연은 어떤 의미일까. 잠시 고민하던 정 교수는 “음악가가 연주회로, 미술가가 전시회로 그들의 역량을 펼쳐보이듯, 학자에게는 강연이 그런 의미가 아니겠느냐”며 “내가 가진 지식과 테크닉을 오롯이 펼쳐내는 뜻 깊은 시간”이라는 답을 내놨다.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본인의 강연을 찾는 청자들에게도 뜻 깊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근거와 완성도를 갖춘 최고의 강연을 선보이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도 전했다.
정 교수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다. 그는 “수면의 질이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며 유병률이 5%대에 이르는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이 치과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증세들이 단순한 잠버릇이 아닌 ‘병’이라는 인식, 병원을 찾으면 완쾌 또는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끌어내기 위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치과계의 영역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코골이’라는 명칭 탓에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지만 구강인두부를 다루는 엄연한 치과 영역이기에 치과계가 관심을 갖고 관련 분야의 연구 및 치료 방법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
정 교수는 코골이의 치료 방법으로 ‘구강 내 장치’를 추천했다. “구강 내 장치의 경우 턱관절이나 교합 등 장치의 제작 및 적용에 있어 고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치과의사가 치료 및 시술을 담당해야 한다”며 “관련한 배경지식과 제작 기술의 함양을 위해 개원의 대상 연수회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근황도 전했다. 총무이사로 활동 중인 대한치과수면학회의 연수회에서 꾸준히 강연에 나서는 것은 물론 오는 5월에는 미국구강안면통증학회에서 수면의 질과 관련한 강연을 펼치고, 6월에는 SIDEX에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병리생리학적 기전 및 진단’을 주제로 지견을 나눌 예정이다.
수면학회 총무이사 외에도 대한측두하악장애학회 부회장, 대한구강내과학회 학술이사, 서울대치과병원 홍보실장까지 겸하며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정 교수다. 스스로도 인정하듯 애정과 열정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일 터. 정 교수는 “논문 등 연구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고, 그렇게 축적된 지식들을 강연으로 펼쳐 보이면서 스스로를 업데이트한다”고 말했다. 강연 주제와 관련한 우수 논문들을 섭렵하고, 각종 자료를 취합·정리하고, 직접 슬라이드를 제작하는 등의 꼼꼼한 준비 과정을 통해 자가발전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청자의 만족’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고자 청자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도 접목시킨다고 했다. 슬라이드 중간 중간에 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내용과 관련한 질문을 넣어 호기심을 유발하고, 개요를 바탕으로 조금씩 주제에 접근해가며 청자들의 집중력을 높여간다. 그리고 강의 말미에 이르면 ‘빵’ 하고 원하던 답을 터뜨려준다. 이 시간은 “흥미와 논리를 갖춘, 시원한 강연을 추구한다”는 정 교수가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청자들의 만족어린 표정에서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는 것. “모든 케이스를 포괄하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 임상에 도움을 주고, 환자의 구강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정 교수의 강연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