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치과의사연맹(Federation Dentaire Internationale)은 전세계 치과의사들을 대표하는 국제기구로서 구강건강정책 및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전세계 치과의사들의 목소리를 통합하여 대변하고 인류의 구강 건강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1900년도 파리에서 설립되었지만, 현재의 headquarters는 UN과 WHO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 함께 위치하고 있다.
올해의 FDI 총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3년 만에 개최되어 모든 참석자들이 서로를 반기면서 활기찬 분위기로 회의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FDI 총회 첫날 열린 미국치과의사협회(American Dental Association) 만찬에서 우연히 벨기에의 Michele Aerden 전 FDI 회장과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벨기에 치과의사협회의 첫 여성 회장이자, FDI 설립 후 100년이 지난 2001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FDI 회장을 맡았으며, 이 시기에 전 세계 여성치과의사들을 단합하는 세계여성치과의사회(Women Dentists Worldwide)를 창립했다. 그는 FDI라는 단체가 설립된 지 무려 100년이 지나서야 여성회장이 선출됐다는 점이 충격적이라는 말을 거듭하면서, 여성치과의사들이 단합돼 서로의 고충을 공감하고 어려움들을 개선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세계여성치과의사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했다. 그 말과 함께 필자와 차가현 부회장을 이번에 열린 세계여성치과의사회 회의에 초청해주었다.
FDI 총회의 셋째 날, 세계여성치과의사회 회의가 진행됐다. 세계여성치과의사회의 임원단은 단 7명뿐이며, 이지나 前대한여성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회장이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여성치과의사가 자국의 여성치과의사의 삶에 대한 presentation을 진행하였다.
미국의 경우, 1980년도 치과대학 입학생 중 단 19.8%가 여학생이었다면, 2018년에는 처음으로 절반을 넘긴 53.9%가 여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치과의사협회 임원진의 경우, 여성의 비율은 단 16%라고 한다. 미국은 평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국가임에도 여전히 치과계를 대표하는 위치에서는 이 다양성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중남미를 대표한 Costa Rica의 presentation에서는 Costa Rica의 높은 이혼률, 그리고 한부모 가정으로서 개원과 양육을 병행하는 여성치과의사들의 수가 많다. 따라서 여성치과의사들 간에 서로의 개원 consulting, 재무관리 등 논의하고 지지하는 community가 발달해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Costa Rica의 경우 여성치과의사들에게 개원에 필요한 대출이자를 아주 저렴하게 진행하는 은행들도 여럿 있다고 하는데, 이는 다른 직업군보다 대출 상환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Poland의 경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여성치과의사의 수가 매우 많은 편으로, 2008년도에는 치과의사의 80%가 여성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각 대륙별 국가별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발표자가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여성치과의사의 대표적인 고민은 일과 가정의 밸런스였다. 또한 각자의 근무환경에서 성차별적 언어와 행동을 겪은 여성들의 비중도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세계여성치과의사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치과의사 간의 급여차별은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Michele Aerden 前회장과 Ishane Ben Yahya 現회장 모두 FDI의 임원진 구성이 국가별뿐만 아니라, 성별, 그리고 연령별 다양성이 존재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추가적으로, 이번 FDI 총회 참석 중에도 서울시치과의사회 대표단이 성별과 연령별로 다양한 구성원들로 구성돼 매우 인상 깊다는 의견을 들었으며, 특히 Ben Yahya 회장은 이러한 노력이 감동적이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FDI 총회 참석 기간 동안 필자에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FDI의 기둥인 council member로 박영국 교수, 가장 상징적인 여성치과의사단체인 세계여성치과의사회의 부회장인 이지나 前회장, 그리고 이번에 세계여성치과의사회 이사로 선출된 정회인 교수, FDI 예산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국환 국제이사 등의 활약이었다.
이렇게 이미 대한민국 치과계를 해외에서 빛내주고 있는 선배 치과의사들의 뒤를 이어 우리 후배 치과의사들도 우리나라 치과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기를 고대한다.